맹자 14 진심하(盡心下)

맹자(孟子) · 전국 맹가 · 번역·감수 허유

《맹자》 〈진심하〉 편의 전문 완역이자 《맹자》 전체의 마지막 편이다. 의롭지 않은 전쟁 비판, 백성을 귀하게 여김(民貴), 욕심을 적게 하여 마음을 기름(寡欲), 향원(鄕原)에 대한 경계, 그리고 도통(道統)의 전승으로 끝맺는다. 총 38장.

번역

1장

맹자가 말하였다. "어질지 못하구나, 양 혜왕(梁惠王)이여. 어진 자는 그 사랑하는 바로써 사랑하지 않는 바에 미치고, 어질지 못한 자는 그 사랑하지 않는 바로써 사랑하는 바에 미친다."

공손추가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양 혜왕이 토지 때문에 그 백성을 짓이겨 싸우게 하여 크게 패하였다. 다시 싸우려 하되 이기지 못할까 두려워 그 사랑하는 자제를 몰아 죽음에 바쳤으니, 이것을 일러 그 사랑하지 않는 바로써 사랑하는 바에 미친다고 하는 것이다."

2장

맹자가 말하였다. "《춘추》에 의로운 전쟁이 없으니, 저것이 이것보다 나은 경우는 있다. 정(征)이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치는 것이니, 대등한 나라끼리는 서로 정벌하지 않는다."

3장

맹자가 말하였다. "《서(書)》를 다 믿으면 《서》가 없느니만 못하다. 나는 《무성(武成)》에서 두세 쪽만 취할 따름이다. 어진 사람은 천하에 적이 없다. 지극히 어진 이로 지극히 어질지 못한 이를 쳤는데, 어찌 그 피가 절굿공이를 떠내려가게 했겠는가."

4장

맹자가 말하였다. "어떤 이가 '나는 진(陣)을 잘 치고 나는 싸움을 잘한다'고 하면 큰 죄이다. 나라 임금이 인을 좋아하면 천하에 적이 없다. 남쪽을 향해 정벌하면 북쪽 오랑캐가 원망하고, 동쪽을 향해 정벌하면 서쪽 오랑캐가 원망하며 '어찌 우리를 뒤로 미루는가'라고 한다. 무왕이 은(殷)을 칠 때 혁거(革車) 삼백 대와 호분(虎賁) 삼천 명이었다. 무왕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를 편안케 하려는 것이지 백성을 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하니, 짐승이 뿔을 땅에 대듯 머리를 조아렸다. 정(征)이라는 말은 바로잡는다(正)는 뜻이니, 각기 자기를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거늘 어찌 싸움을 쓰겠는가."

5장

맹자가 말하였다. "목수와 수레공은 사람에게 그림쇠와 곱자(規矩)를 줄 수는 있어도 사람을 솜씨 있게(巧) 만들 수는 없다."

6장

맹자가 말하였다. "순임금이 마른밥을 먹고 푸성귀를 먹을 때는 마치 종신토록 그렇게 할 듯하더니, 천자가 되어서는 수놓은 옷을 입고 거문고를 타며 두 여인을 곁에 두기를 마치 본디 그러한 것처럼 하였다."

7장

맹자가 말하였다. "나는 이제야 남의 어버이를 죽이는 일의 무거움을 알았다. 남의 아비를 죽이면 남도 그 아비를 죽이고, 남의 형을 죽이면 남도 그 형을 죽인다. 그렇다면 스스로 죽인 것은 아니나 한 칸 차이일 따름이다."

8장

맹자가 말하였다. "옛날 관문(關)을 만든 것은 장차 포악함을 막으려 함이요, 지금 관문을 만드는 것은 장차 포악함을 행하려 함이다."

9장

맹자가 말하였다. "자기 몸이 도를 행하지 않으면 처자에게도 행해지지 않고, 사람을 부리되 도로써 하지 않으면 처자에게도 행해지지 않는다."

10장

맹자가 말하였다. "이익에 두루 갖춘 자(周于利者)는 흉년도 그를 죽이지 못하고, 덕에 두루 갖춘 자(周於德者)는 사악한 세상도 그를 어지럽히지 못한다."

11장

맹자가 말하였다.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천승의 나라를 사양할 수 있으나, 진실로 그런 사람이 아니면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에도 (아까워하는) 빛이 얼굴에 나타난다."

12장

맹자가 말하였다. "어질고 어진 이를 믿지 않으면 나라가 텅 비고, 예의가 없으면 위아래가 어지러워지며, 정사가 없으면 재물의 쓰임이 부족해진다."

13장

맹자가 말하였다. "어질지 못하고도 나라를 얻은 자는 있어도, 어질지 못하고도 천하를 얻은 자는 일찍이 없었다."

14장

맹자가 말하였다. "백성이 귀하고(民為貴), 사직이 그다음이며, 임금이 가볍다(君為輕). 그러므로 백성(丘民)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며,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 제후가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갈아 세운다. 희생이 이미 갖추어지고 제물이 이미 정결하며 제사를 때맞게 지냈는데도 가뭄과 홍수가 들면 사직을 갈아 세운다."

15장

맹자가 말하였다. "성인은 백세(百世)의 스승이니, 백이와 유하혜가 그들이다. 그러므로 백이의 풍도를 들은 자는 완악한 사내가 청렴해지고 나약한 사내가 뜻을 세우며, 유하혜의 풍도를 들은 자는 박한 사내가 도타워지고 비루한 사내가 너그러워진다. 백세 위에서 분발하였는데 백세 아래에서 들은 자가 분발하여 일어나지 않는 이가 없으니, 성인이 아니고서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직접 가까이서 가르침을 받은 자이겠는가."

16장

맹자가 말하였다. "인(仁)이란 사람(人)이니, 합하여 말하면 도(道)이다."

17장

맹자가 말하였다. "공자가 노나라를 떠날 때 '더디고 더디다, 나의 발걸음이여'라 하였으니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요, 제나라를 떠날 때는 밥 지을 쌀을 건져 들고 떠났으니 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이다."

18장

맹자가 말하였다. "군자가 진(陳)나라·채(蔡)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처한 것은 위아래로 사귐(교류)이 없었기 때문이다."

19장

맥계(貉稽)가 말하였다. "저는 남의 입에 크게 좋게 다스려지지 못합니다(구설에 시달립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상심할 것 없다. 선비는 이 많은 입(구설)을 더욱 미워한다. 《시》에 '근심하는 마음 그지없는데 뭇 소인에게 노여움을 받네'라 하였으니 공자가 그러하였고, '그 노여움을 다 끊지는 못하였으나 또한 그 명성을 떨어뜨리지도 않았다'고 하였으니 문왕이 그러하였다."

20장

맹자가 말하였다. "어진 자는 자기의 밝음(昭昭)으로 남을 밝게 하는데, 지금은 자기의 어두움(昏昏)으로 남을 밝게 하려 한다."

21장

맹자가 고자(高子)에게 말하였다. "산길의 좁은 틈도 잠깐 다니면 길이 되고, 한동안 다니지 않으면 띠풀이 막아 버린다. 지금 띠풀이 그대의 마음을 막고 있다."

22장

고자가 말하였다. "우왕의 음악이 문왕의 음악보다 낫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렇게 말하는가?"

"종 끈이 (오래되어) 좀먹은 것으로 보아 그렇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그것이 어찌 충분한 근거이겠는가. 성문의 수레바퀴 자국이 두 마리 말의 힘만으로 (그리 깊이) 파인 것이겠는가(오랜 세월 때문이다)."

23장

제나라에 흉년이 들었다. 진진(陳臻)이 말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께서 다시 당읍(棠邑)의 곡식을 풀게 하실 것이라 여기는데, 아마 다시 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이는 풍부(馮婦)가 되는 것이다. 진(晉)나라에 풍부라는 자가 있어 범을 잘 잡았는데, 마침내 선한 선비가 되었다. 들에 가니 뭇사람이 범을 쫓는데 범이 산모퉁이를 등지자 아무도 감히 다가가지 못하였다. 풍부를 멀리서 보고 달려가 맞이하니, 풍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수레에서 내렸다. 뭇사람은 다 기뻐하였으나 선비 된 자들은 그를 비웃었다."

24장

맹자가 말하였다. "입이 맛에 대하여, 눈이 색에 대하여, 귀가 소리에 대하여, 코가 냄새에 대하여, 사지가 편안함에 대하여 (바라는 것)은 본성(性)이나 거기에 명(命)이 있으니, 군자는 그것을 본성이라 하지 않는다. 인(仁)이 부자간에, 의(義)가 군신간에, 예(禮)가 손님과 주인 사이에, 지(智)가 어진 이에 대하여, 성인이 천도에 대하여 (행하는 것)은 명(命)이나 거기에 본성(性)이 있으니, 군자는 그것을 명이라 하지 않는다."

25장

호생불해(浩生不害)가 물었다. "악정자(樂正子)는 어떤 사람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선한 사람(善人)이요, 미더운 사람(信人)이다."

"무엇을 선이라 하고 무엇을 미더움이라 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바랄 만한 것을 선(善)이라 하고, 자기에게 그것을 지닌 것을 미더움(信)이라 하며, 충실한 것을 아름다움(美)이라 하고, 충실하여 빛남이 있는 것을 큼(大)이라 하며, 커서 교화하는 것을 성스러움(聖)이라 하고, 성스러워 헤아릴 수 없는 것을 신묘함(神)이라 한다. 악정자는 (선·신·미·대·성·신 가운데) 둘(선·신)의 가운데, 넷(미·대·성·신)의 아래이다."

26장

맹자가 말하였다. "묵가(墨)에서 도망하면 반드시 양가(楊)로 돌아오고, 양가에서 도망하면 반드시 유가(儒)로 돌아온다. 돌아오면 받아 줄 따름이다. 지금 양·묵과 변론하는 자들은 마치 달아난 돼지를 쫓는 것 같아, 이미 우리에 들어왔는데도 또 따라가 발을 묶는다."

27장

맹자가 말하였다. "베와 실의 징수(布縷之征)가 있고, 곡식의 징수(粟米之征)가 있고, 부역의 징수(力役之征)가 있다. 군자는 그 하나를 쓰고 둘은 늦춘다. 둘을 함께 쓰면 백성에 굶어 죽는 자가 생기고, 셋을 함께 쓰면 부자가 흩어진다."

28장

맹자가 말하였다. "제후의 보배는 셋이니, 토지·인민·정사이다. 주옥(珠玉)을 보배로 여기는 자는 재앙이 반드시 몸에 미친다."

29장

분성괄(盆成括)이 제나라에서 벼슬하였다. 맹자가 말하였다. "죽겠구나, 분성괄이여."

분성괄이 죽임을 당하자 문인이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그가 장차 죽임당할 줄 아셨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작은 재주는 있으나 군자의 큰 도를 듣지 못하였으니, 그 몸을 죽이기에 충분할 따름이다."

30장

맹자가 등(滕)나라에 가서 상궁(上宮)에 묵었다. 삼던 신이 창가에 있었는데 객사 사람이 그것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어떤 이가 물었다. "이처럼 따르는 자들이 숨겼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이들이 신을 훔치러 왔다고 여기는가?"

"아마 아닐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학과(科)를 두심에, 가는 자는 쫓지 않고 오는 자는 막지 않으시니, 진실로 (배우려는) 이 마음으로 오면 받아 주실 따름입니다."

31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은 모두 차마 하지 못하는 바가 있으니, 그것을 차마 하는 바(자기가 모질게 대하는 데)에까지 미루어 가면 인이요, 사람은 모두 하지 않는 바가 있으니, 그것을 하는 바에까지 미루어 가면 의이다. 사람이 '남을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을 채울 수 있으면 인을 이루 다 쓸 수 없고, 사람이 '담을 뚫거나 넘지 않으려는' 마음을 채울 수 있으면 의를 이루 다 쓸 수 없다. 사람이 '너니 나니 하는 모욕을 받지 않으려는' 실상을 채울 수 있으면 가는 곳마다 의 아님이 없다. 선비가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하는 것은 말로써 (이익을) 낚는 것이요,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낚는 것이니, 이는 모두 담을 뚫고 넘는 부류이다."

32장

맹자가 말하였다. "말이 가까우면서 뜻이 먼 것이 좋은 말(善言)이요, 지킴이 간략하면서 베풂이 넓은 것이 좋은 도(善道)이다. 군자의 말은 허리띠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서도(눈앞의 평범한 일이면서도) 도가 거기에 있다. 군자의 지킴은 그 몸을 닦아 천하가 평안해지는 것이다. 사람의 병통은 자기 밭을 버려두고 남의 밭을 김매는 데 있으니, 남에게 구하는 것은 무겁고 자기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가볍다."

33장

맹자가 말하였다. "요·순은 본성대로 한 자(性者)요, 탕·무는 그것을 돌이킨 자(反之)이다. 동작과 행동거지가 예에 맞는 것은 덕이 성대함의 지극함이다. 죽은 이를 곡하며 슬퍼함은 산 자를 위함이 아니요, 덕을 지켜 어기지 않음은 녹을 구함이 아니요, 말을 반드시 미덥게 함은 행실을 바르게 보이려 함이 아니다. 군자는 법(法)을 행하여 명(命)을 기다릴 따름이다."

34장

맹자가 말하였다. "대인(大人, 권세 있는 자)에게 유세할 때는 그를 가볍게 여기고 그 으리으리함을 보지 말라. 집의 높이가 몇 길이고 서까래 머리가 몇 자나 되는 것을 나는 뜻을 얻어도 하지 않을 것이요, 음식이 앞에 한 길이나 차려지고 시중드는 첩이 수백 명인 것을 나는 뜻을 얻어도 하지 않을 것이요, 크게 즐기고 술 마시며 말 달려 사냥하고 뒤따르는 수레가 천 대인 것을 나는 뜻을 얻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저에게 있는 것은 모두 내가 하지 않을 바요, 나에게 있는 것은 모두 옛 법도이니, 내 어찌 저를 두려워하겠는가."

35장

맹자가 말하였다. "마음을 기름은 욕심을 적게 하는 것(寡欲)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으면 비록 보존되지 못한 것(본심)이 있더라도 적을 것이요, 그 사람됨이 욕심이 많으면 비록 보존된 것이 있더라도 적을 것이다."

36장

증석(曾晳)이 양조(羊棗, 고욤)를 즐겼는데, 그 아들 증자(曾子)는 차마 양조를 먹지 못하였다. 공손추가 물었다. "회와 구운 고기(膾炙)와 양조 중 어느 것이 맛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회와 구운 고기이다."

공손추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증자는 어찌하여 회와 구운 고기는 먹으면서 양조는 먹지 않았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회와 구운 고기는 누구나 함께 즐기는 것이요, 양조는 (아버지가) 유독 즐긴 것이다. 이름은 피하되 성은 피하지 않는 것은, 성은 함께 쓰는 것이요 이름은 유독 그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37장

만장이 물었다. "공자가 진(陳)나라에 있을 때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우리 무리의 선비들이 뜻은 크나 일에 소략하여, 진취적이면서도 그 처음(본분)을 잊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공자가 진나라에 있으면서 어찌 노나라의 광사(狂士)를 생각하셨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공자가 '중도에 맞는 사람을 얻어 함께하지 못하면 반드시 광자(狂者)와 견자(狷者)일 것이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고 하셨다. 공자가 어찌 중도에 맞는 사람을 바라지 않으셨겠는가. 반드시 얻을 수는 없으므로 그다음을 생각하신 것이다."

"감히 묻건대 어떠하면 광자라 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금장(琴張)·증석(曾晳)·목피(牧皮) 같은 자가 공자가 이른바 광자이다."

"어찌하여 광이라 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 뜻이 커서 입버릇처럼 '옛사람이여, 옛사람이여' 하지만, 그 행실을 살펴보면 (말을) 다 따르지 못하는 자이다. 광자도 또한 얻을 수 없으면, 깨끗하지 못한 것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 선비를 얻어 함께하고자 하니, 이것이 견자(獧者)요, 이것이 또 그다음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내 문을 지나면서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아도 내가 서운히 여기지 않을 자는 오직 향원(鄉原)일 것이다. 향원은 덕의 도적이다'라고 하셨다."

만장이 물었다. "어떠하면 향원이라 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향원은 광자를 비판하여) '어찌 이리 큰소리치는가. 말은 행실을 돌아보지 않고 행실은 말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옛사람이여, 옛사람이여」 하는가. (또 견자를 비판하여) 행실은 어찌 이리 외롭고 쓸쓸한가.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 세상에 맞추어 선하다 하면 그만이다' 한다. 슬그머니 세상에 아첨하는 자가 향원이다."

만장이 말하였다. "한 고을이 모두 그를 점잖은 사람(原人)이라 일컫고 어디를 가나 점잖은 사람 아님이 없는데, 공자가 덕의 도적이라 하심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를 비난하려 해도 들 것이 없고 꼬집으려 해도 꼬집을 것이 없다. 시속(時俗)에 동조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여, 거함에 충신(忠信)한 듯하고 행함에 청렴결백한 듯하여 뭇사람이 다 그를 좋아하며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만, 함께 요순의 도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덕의 도적'이라 한 것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비슷하면서 아닌 것(似而非)을 미워한다. 가라지(莠)를 미워함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요, 말재주(佞)를 미워함은 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요, 말 많음(利口)을 미워함은 미더움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요, 정나라 음악(鄭聲)을 미워함은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요, 자주색(紫)을 미워함은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요, 향원을 미워함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라고 하셨다. 군자는 떳떳한 도(經)로 돌아갈 따름이니, 떳떳한 도가 바르면 뭇 백성이 흥기하고, 뭇 백성이 흥기하면 사특함이 없어진다."

38장

맹자가 말하였다. "요·순으로부터 탕왕에 이르기까지 오백여 년이니, 우왕·고요(皋陶)는 보아서 알았고 탕왕은 들어서 알았다. 탕왕으로부터 문왕에 이르기까지 오백여 년이니, 이윤·내주(萊朱)는 보아서 알았고 문왕은 들어서 알았다. 문왕으로부터 공자에 이르기까지 오백여 년이니, 태공망(太公望)·산의생(散宜生)은 보아서 알았고 공자는 들어서 알았다. 공자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백여 년이니, 성인의 세상으로부터 떨어진 것이 이처럼 멀지 않고 성인의 거처와 가까운 것이 이처럼 심하건만, 그런데도 (보아서 아는 자가) 없으니 그렇다면 또한 (들어서 아는 자도)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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