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11 고자상(告子上)

맹자(孟子) · 전국 맹가 · 번역·감수 허유

《맹자》 〈고자상〉 편의 전문 완역이다. 고자(告子)와의 논쟁을 통해 인성(人性)의 선함, 인의가 안에서 나옴, 마음을 기르고 보존하는 일, 큰 몸(大體)과 작은 몸(小體)의 구분 등 맹자 성선설의 핵심을 다룬다. 총 20장.

번역

1장

고자가 말하였다. "본성(性)은 버드나무(杞柳)와 같고, 의(義)는 그것으로 만든 그릇(桮棬)과 같다. 사람의 본성으로 인의를 행하는 것은 버드나무로 그릇을 만드는 것과 같다."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버드나무의 본성을 따라 그릇을 만들 수 있는가, 아니면 버드나무를 해친 뒤에 그릇을 만드는가? 만일 버드나무를 해쳐 그릇을 만든다면, 그렇다면 또한 사람을 해쳐 인의를 만든다는 것인가? 천하 사람을 몰아 인의를 해치게 하는 것은 반드시 그대의 말일 것이다."

2장

고자가 말하였다. "본성은 여울물(湍水)과 같다. 동쪽으로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트면 서쪽으로 흐른다. 사람의 본성이 선과 불선으로 나뉘지 않음은 마치 물이 동서로 나뉘지 않음과 같다."

맹자가 말하였다. "물이 진실로 동서로 나뉘지 않지만, 위아래로도 나뉘지 않는가? 사람의 본성이 선한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과 같다. 사람은 선하지 않은 이가 없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 없다. 지금 물을 쳐서 튀게 하면 이마를 넘게 할 수 있고, 막아서 흐르게 하면 산 위에 있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그 형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사람을 불선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그 본성이 또한 이와 같다."

3장

고자가 말하였다. "태어난 그대로를 본성이라 한다."

맹자가 말하였다. "태어난 그대로를 본성이라 하는 것은, 흰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같은가?"

고자가 말하였다. "그렇다."

"흰 깃털의 흼이 흰 눈의 흼과 같고, 흰 눈의 흼이 흰 옥의 흼과 같은가?"

고자가 말하였다. "그렇다."

"그렇다면 개의 본성이 소의 본성과 같고, 소의 본성이 사람의 본성과 같은가?"

4장

고자가 말하였다. "먹는 것과 색(色)이 본성이다. 인(仁)은 안에 있는 것이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요, 의(義)는 밖에 있는 것이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인은 안에 있고 의는 밖에 있다고 하는가?"

고자가 말하였다. "저 사람이 어른이어서 내가 그를 어른으로 대접하는 것이지, 어른됨이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저것이 희어서 내가 그것을 희다고 하는 것이 그 흼을 밖에서 따른 것과 같다. 그러므로 밖에 있다 하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였다. "다르다. 흰 말의 흼은 흰 사람의 흼과 다를 것이 없으나, 모르겠으되 늙은 말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늙은 사람을 어른으로 대접하는 마음과 다를 것이 없겠는가? 또 어른인 것을 의라 하는가, 어른으로 대접하는 것을 의라 하는가?"

고자가 말하였다. "내 아우는 사랑하고 진(秦)나라 사람의 아우는 사랑하지 않으니, 이는 나를 위주로 기뻐하는 것이므로 안에 있다 한다. 초(楚)나라 사람의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또 내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니, 이는 어른됨을 위주로 기뻐하는 것이므로 밖에 있다 한다."

맹자가 말하였다. "진나라 사람의 불고기를 좋아하는 것이 내 불고기를 좋아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사물도 또한 그러함이 있다. 그렇다면 불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밖에 있다는 것인가?"

5장

맹계자(孟季子)가 공도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의가 안에 있다고 하는가?"

공도자가 말하였다. "내 공경하는 마음을 행하는 것이므로 안에 있다 한다."

"마을 사람이 맏형보다 한 살 많으면 누구를 공경하는가?"

공도자가 말하였다. "형을 공경한다."

"술을 따른다면 누구에게 먼저 따르는가?"

공도자가 말하였다. "마을 사람에게 먼저 따른다."

"공경하는 바는 여기(형)에 있고 어른 대접하는 바는 저기(마을 사람)에 있으니, 과연 밖에 있는 것이지 안에서 말미암는 것이 아니다."

공도자가 답하지 못하고 맹자에게 고하였다.

맹자가 말하였다. "'숙부를 공경하는가, 아우를 공경하는가' 하면, 그는 장차 '숙부를 공경한다' 할 것이다. '아우가 시동(尸)이 되면 누구를 공경하는가' 하면, 그는 장차 '아우를 공경한다' 할 것이다. 그대가 '그렇다면 숙부를 공경한다는 것은 어디에 있는가' 하면, 그는 장차 '자리(位) 때문이다' 할 것이다. 그대도 '자리 때문이다'라고 하라. 평소의 공경은 형에게 있고, 잠시의 공경은 마을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맹계자가 이를 듣고 말하였다. "숙부를 공경할 때는 숙부를 공경하고 아우를 공경할 때는 아우를 공경하니, 과연 밖에 있는 것이지 안에서 말미암는 것이 아니다."

공도자가 말하였다. "겨울에는 끓인 물을 마시고 여름에는 찬물을 마신다. 그렇다면 먹고 마시는 것도 밖에 있다는 것인가?"

6장

공도자가 말하였다. "고자는 '본성은 선함도 없고 불선함도 없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본성은 선하게 될 수도 있고 불선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그러므로 문왕·무왕이 일어나면 백성이 선을 좋아하고 유왕·여왕이 일어나면 백성이 포악함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본성이 선한 자도 있고 본성이 불선한 자도 있으니, 그러므로 요임금을 임금으로 두고도 상(象)이 있었고, 고수를 아버지로 두고도 순이 있었으며, 주(紂)를 형의 아들이자 임금으로 두고도 미자계(微子啟)와 왕자 비간(比干)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본성이 선하다'고 하시니, 그렇다면 저들이 모두 틀린 것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 정(情, 본바탕)으로 말하면 선하게 될 수 있으니, 이것이 이른바 선하다는 것이다. 만일 불선하게 된다면 타고난 재질(才)의 죄가 아니다. 측은해하는 마음(惻隱之心)을 사람마다 가지고 있고,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을 사람마다 가지고 있으며, 공경하는 마음(恭敬之心)을 사람마다 가지고 있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是非之心)을 사람마다 가지고 있다. 측은해하는 마음은 인이요,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요, 공경하는 마음은 예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이다. 인·의·예·지는 밖에서 나를 녹여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디 가지고 있는 것인데, 생각하지 않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구하면 얻고 버리면 잃는다'고 한 것이다. 혹 (선악의 차이가) 서로 갑절이 되고 다섯 배가 되어 헤아릴 수 없게 되는 것은 그 재질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시》에 이르기를 '하늘이 뭇 백성을 내시니,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다. 백성이 떳떳함을 지녀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이 시를 지은 자는 도를 알았구나. 그러므로 사물이 있으면 반드시 법칙이 있고, 백성이 떳떳함을 지녔으므로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7장

맹자가 말하였다. "풍년에는 자제(子弟)들이 대부분 게으르고, 흉년에는 자제들이 대부분 포악하다. 하늘이 내린 재질이 그처럼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빠뜨린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지금 보리를 파종하여 김매되 그 땅이 같고 심은 때가 또 같으면, 쑥쑥 자라 하지(日至)에 이르면 모두 익는다. 비록 같지 않음이 있다면 그것은 땅의 비옥하고 메마름과 비·이슬의 기름, 사람이 가꾼 정도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릇 같은 부류는 모두 서로 비슷하니, 어찌 유독 사람에 이르러서만 의심하겠는가. 성인도 나와 같은 부류이다. 그러므로 용자(龍子)가 말하기를 '발을 모르고 신을 삼아도 나는 그것이 삼태기가 되지 않을 줄 안다'고 하였으니, 신이 서로 비슷한 것은 천하의 발이 같기 때문이다. 입이 맛에 대하여 똑같이 즐기는 바가 있으니, 역아(易牙)는 우리 입이 즐기는 바를 먼저 안 자이다. 만일 입이 맛에 대하여 그 본성이 사람마다 달라 마치 개와 말이 나와 같은 부류가 아닌 것과 같다면, 천하 사람이 어찌 맛을 모두 역아의 맛을 따르겠는가. 맛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역아에게 기대하니, 이는 천하의 입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귀도 또한 그러하여 소리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사광(師曠)에게 기대하니, 이는 천하의 귀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눈도 또한 그러하여 자도(子都)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그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가 없으니, 자도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자는 눈이 없는 자이다. 그러므로 '입이 맛에 대하여 똑같이 즐기는 바가 있고, 귀가 소리에 대하여 똑같이 듣는 바가 있고, 눈이 색에 대하여 똑같이 아름답게 여기는 바가 있다'고 한 것이다. 마음에 이르러서는 유독 똑같이 그러한 바가 없겠는가? 마음이 똑같이 그러한 바는 무엇인가? 이(理)요 의(義)이다. 성인은 우리 마음이 똑같이 그러한 바를 먼저 얻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와 의가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은 마치 고기가 우리 입을 기쁘게 하는 것과 같다."

8장

맹자가 말하였다. "우산(牛山)의 나무가 일찍이 아름다웠다. 큰 나라의 교외에 있어 도끼로 베어 가니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밤낮으로 자라나는 바와 비·이슬이 적셔 주는 바로 싹이 돋아나지 않는 것이 아니건만, 소와 양이 또 따라 풀을 뜯으니 이 때문에 저처럼 민둥민둥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그 민둥민둥한 것을 보고 일찍이 재목이 있은 적이 없다고 여기지만,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 비록 사람에게 보존된 것인들 어찌 인의의 마음이 없겠는가. 그가 그 양심을 잃어버리는 까닭은 또한 도끼가 나무에 대한 것과 같다. 날마다 베어 내니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그 밤낮으로 자라나는 바와 새벽의 맑은 기운(平旦之氣)이, 그 좋아하고 미워함이 남과 서로 가까운 것이 거의 없으니, 그 낮 동안 한 행위가 그것을 묶어 없애 버린다. 묶기를 거듭하면 그 밤 기운(夜氣)이 보존되기에 부족하다. 밤 기운이 보존되기에 부족하면 짐승과 거리가 멀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그 짐승 같음을 보고 일찍이 재질이 있은 적이 없다고 여기지만, 이것이 어찌 사람의 본정이겠는가. 그러므로 진실로 그 기름을 얻으면 자라지 않는 사물이 없고, 진실로 그 기름을 잃으면 사라지지 않는 사물이 없다. 공자가 말하기를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없어진다. 드나듦에 정한 때가 없어 그 방향을 알 수 없다'고 하셨으니, 오직 마음을 이르신 것이다."

9장

맹자가 말하였다. "왕이 지혜롭지 못함을 괴이하게 여길 것이 없다. 비록 천하에 쉽게 자라는 사물이 있더라도, 하루 볕을 쬐고 열흘 차게 하면 자랄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왕을) 뵙는 것도 드물고, 내가 물러나면 (왕을) 차게 하는 자들이 이르니, 내가 싹틈이 있은들 어찌하겠는가. 지금 저 바둑이라는 기예가 작은 기예이지만,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다하지 않으면 터득하지 못한다. 혁추(弈秋)는 온 나라의 바둑 잘 두는 자이다. 혁추로 하여금 두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하면, 그 한 사람은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다하여 오직 혁추의 말만 듣고, 한 사람은 비록 듣기는 하나 마음 한구석으로 기러기와 고니가 장차 이를 것이라 여겨 활과 주살을 당겨 쏠 것을 생각한다면, 비록 함께 배우더라도 그만 못할 것이다. 이것이 그 지혜가 그만 못해서인가? 아니다."

10장

맹자가 말하였다. "물고기도 내가 바라는 것이요, 곰 발바닥도 내가 바라는 것이지만, 둘을 다 얻을 수 없으면 물고기를 버리고 곰 발바닥을 취한다. 사는 것(生)도 내가 바라는 것이요, 의(義)도 내가 바라는 것이지만, 둘을 다 얻을 수 없으면 사는 것을 버리고 의를 취한다. 사는 것도 내가 바라지만 바라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으므로 구차히 얻으려 하지 않고, 죽는 것도 내가 미워하지만 미워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으므로 환난을 피하지 않는 바가 있다. 만일 사람이 바라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면 무릇 살 수 있는 방법을 어찌 쓰지 않겠는가. 사람이 미워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면 무릇 환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어찌 하지 않겠는가. 이로 말미암으면 살 수 있는데도 쓰지 않는 바가 있고, 이로 말미암으면 환난을 피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바라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고, 미워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다. 유독 어진 자만이 이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가지고 있으되, 어진 자가 잃지 않을 따름이다.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을 얻으면 살고 못 얻으면 죽더라도, 꾸짖으며 주면 길 가는 사람도 받지 않고, 발로 차서 주면 거지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만종(萬鍾)의 녹은 예의를 분별하지 않고 받으니, 만종이 나에게 무슨 보탬이 되는가. 집과 방의 아름다움과 처첩의 봉양과 내가 아는 곤궁한 자가 나를 고맙게 여기는 것 때문인가. 지난날에는 몸이 죽어도 받지 않다가 이제는 집과 방의 아름다움을 위해 받고, 지난날에는 몸이 죽어도 받지 않다가 이제는 처첩의 봉양을 위해 받고, 지난날에는 몸이 죽어도 받지 않다가 이제는 아는 곤궁한 자가 나를 고맙게 여기게 하려고 받으니, 이것도 그만둘 수 없는가. 이것을 일러 그 본심을 잃었다고 한다."

11장

맹자가 말하였다.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놓아 버리고 찾을 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이 닭이나 개를 놓치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놓아 버리고는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없으니, 그 놓아 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따름이다."

12장

맹자가 말하였다. "지금 이름 없는 손가락(無名指, 약손가락)이 굽어 펴지지 않는 것이, 아프거나 일에 방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그것을 펴 줄 자가 있다면 진(秦)나라·초(楚)나라의 길도 멀다 여기지 않으니, 손가락이 남만 못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남만 못하면 미워할 줄 알면서, 마음이 남만 못하면 미워할 줄 모르니, 이것을 일러 유(類)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13장

맹자가 말하였다. "한두 줌의 오동나무·가래나무를 사람이 진실로 살리고자 하면 모두 기르는 법을 알면서, 자기 몸에 이르러서는 기르는 법을 알지 못하니, 어찌 자기 몸 아끼기를 오동나무·가래나무만 못하게 하겠는가. 생각하지 않음이 심한 것이다."

14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하여 모두 사랑한다. 모두 사랑하면 모두 기른다. 한 자 한 치의 살갗도 사랑하지 않음이 없으면 한 자 한 치의 살갗도 기르지 않음이 없다. 그 잘 기르고 못 기름을 살피는 것이 어찌 다른 데 있겠는가. 자기에게서 취할 따름이다. 몸에는 귀한 것과 천한 것이 있고 작은 것과 큰 것이 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해치지 말고, 천한 것으로 귀한 것을 해치지 말라. 그 작은 것을 기르는 자는 소인(小人)이 되고, 그 큰 것을 기르는 자는 대인(大人)이 된다. 지금 어떤 정원사가 좋은 오동나무·개오동나무를 버리고 멧대추나무·가시나무를 기른다면 천한 정원사가 된다. 자기 손가락 하나를 기르려다 어깨와 등을 잃고도 모른다면 정신 나간 사람(狼疾人)이다. 먹고 마시는 데만 힘쓰는 사람을 남이 천하게 여기는 것은, 그가 작은 것을 기르느라 큰 것을 잃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데만 힘쓰는 사람이 잃는 것이 없다면, 입과 배가 어찌 한 자 한 치의 살갗에 불과하겠는가."

15장

공도자가 물었다.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이는 대인이 되고 어떤 이는 소인이 되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 큰 몸(大體)을 따르면 대인이 되고, 그 작은 몸(小體)을 따르면 소인이 된다."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이는 큰 몸을 따르고 어떤 이는 작은 몸을 따르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귀와 눈의 기관은 생각하지 못하여 사물에 가려진다. 사물(귀·눈)이 사물(외물)과 만나면 거기에 끌려갈 따름이다. 마음의 기관은 생각하니,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이것은 하늘이 나에게 준 것이다. 먼저 그 큰 것을 세우면 그 작은 것이 빼앗지 못한다. 이것이 대인이 되는 까닭일 따름이다."

16장

맹자가 말하였다. "하늘의 벼슬(天爵)이 있고 사람의 벼슬(人爵)이 있다. 인·의·충·신과 선을 즐겨 게으르지 않음, 이것이 하늘의 벼슬이다. 공·경·대부, 이것이 사람의 벼슬이다. 옛사람은 그 하늘의 벼슬을 닦으면 사람의 벼슬이 따라왔다. 지금 사람은 그 하늘의 벼슬을 닦아 사람의 벼슬을 구하고, 이미 사람의 벼슬을 얻으면 그 하늘의 벼슬을 버리니, 미혹됨이 심한 것이다. 끝내는 반드시 망할 따름이다."

17장

맹자가 말하였다. "귀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사람의 똑같은 마음이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귀한 것이 있건만 생각하지 않을 따름이다. 남이 귀하게 해 준 것은 진정 귀한 것(良貴)이 아니다. 조맹(趙孟)이 귀하게 해 준 것은 조맹이 천하게 할 수 있다. 《시》에 이르기를 '이미 술로 취하고 이미 덕으로 배불렀다'고 하였으니, 인의로 배불렀음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남의 기름진 음식 맛을 바라지 않으며, 좋은 명성과 넓은 칭송이 몸에 베풀어지므로 남의 수놓은 옷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18장

맹자가 말하였다. "인이 불인(不仁)을 이기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것과 같다. 지금 인을 행하는 자는 마치 한 잔의 물로 한 수레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려는 것과 같다. 꺼지지 않으면 물이 불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니, 이는 또 불인을 심하게 돕는 것이다. 또한 끝내 반드시 잃을 따름이다."

19장

맹자가 말하였다. "오곡(五穀)은 종자 가운데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익지 않으면 돌피만도 못하다. 무릇 인도 또한 그것을 익히는 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

20장

맹자가 말하였다. "예(羿)가 사람에게 활쏘기를 가르칠 때 반드시 활을 한껏 당기는 데 뜻을 두게 하니, 배우는 자도 반드시 활을 한껏 당기는 데 뜻을 둔다. 큰 목수가 사람을 가르칠 때 반드시 그림쇠와 곱자(規矩)로써 하니, 배우는 자도 반드시 그림쇠와 곱자로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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