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07 이루상(離婁上)
짧은 어록 형식의 장이 많은 편으로, 선왕의 도와 인정(仁政)을 함께 갖추어야 함, 모든 잘못을 자기에게 돌이켜 구하는 반구저기(反求諸己), 천하의 근본이 몸(身)에 있다는 수신(修身), 성(誠)의 도(道), 그리고 어버이를 섬기는 효(孝)가 모든 일의 근본임을 거듭 밝힌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徒善不足以為政,徒法不能以自行。
(한갓 선함만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고, 한갓 법만으로는 스스로 행해질 수 없다.)
行有不得者,皆反求諸己。
(행하고도 얻지 못함이 있거든 모두 돌이켜 자기에게서 구하라.)
天下之本在國,國之本在家,家之本在身。
(천하의 근본은 나라에 있고, 나라의 근본은 집에 있으며, 집의 근본은 몸에 있다.)
誠者,天之道也;思誠者,人之道也。
(성은 하늘의 도요, 성을 생각함은 사람의 도이다.)
번역
1장
맹자가 말하였다. "이루(離婁)의 밝은 눈과 공수자(公輸子)의 솜씨로도 그림쇠와 곱자(規矩)가 아니면 네모와 원을 이룰 수 없고, 사광(師曠)의 밝은 귀로도 육률(六律)이 아니면 오음(五音)을 바로잡을 수 없으며, 요·순의 도로도 어진 정치(仁政)가 아니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없다. 지금 어진 마음과 어질다는 소문이 있으나 백성이 그 은택을 입지 못하여 후세에 본받을 수 없는 것은, 선왕의 도를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갓 선함만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고, 한갓 법만으로는 스스로 행해질 수 없다'고 한다. 《시경》에 '어긋나지도 잊지도 않고 옛 법도를 따른다' 하였으니, 선왕의 법을 따르고도 잘못한 자는 아직 없었다. 성인이 이미 눈 밝음을 다하고서 그림쇠·곱자·수준기·먹줄을 이어 써서 네모·원·평면·직선을 만드니 이루 다 쓸 수 없고, 이미 귀 밝음을 다하고서 육률을 이어 써서 오음을 바로잡으니 이루 다 쓸 수 없으며, 이미 마음과 생각을 다하고서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이어 행하니 인(仁)이 천하를 덮는다. 그러므로 '높이 하려면 반드시 언덕을 따르고, 낮게 하려면 반드시 냇물과 못을 따른다'고 하니, 정치를 하면서 선왕의 도를 따르지 않으면 지혜롭다 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오직 어진 자라야 마땅히 높은 지위에 있어야 한다. 어질지 못하면서 높은 지위에 있으면, 이는 그 악을 무리에게 퍼뜨리는 것이다. 위에서 헤아릴 도가 없고 아래에서 지킬 법이 없으며, 조정에서 도를 믿지 않고 장인이 자[尺度]를 믿지 않으며, 군자가 의를 범하고 소인이 형벌을 범하는데도 나라가 보존되는 것은 요행이다. 그러므로 '성곽이 완전하지 못하고 군대가 많지 못함은 나라의 재앙이 아니요, 들이 개간되지 못하고 재화가 모이지 못함은 나라의 해가 아니다. 위에서 예가 없고 아래에서 배움이 없으면 백성을 해치는 자가 일어나 망함이 며칠 안 남는다'고 한다. 《시경》에 '하늘이 바야흐로 (주나라를) 움직이려 하니 그처럼 느슨히 하지 말라' 하였다. 설설(泄泄)은 답답(沓沓)과 같다. 임금을 섬김에 의가 없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예가 없으며 말하면 선왕의 도를 비방하는 것이 답답함과 같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을 임금에게 권함을 공(恭)이라 하고, 선을 아뢰어 사악함을 막음을 경(敬)이라 하며, 우리 임금은 할 수 없다 함을 적(賊)이라 한다'고 한다."
2장
맹자가 말하였다. "그림쇠와 곱자는 네모와 원의 지극함이요, 성인은 인륜의 지극함이다. 임금이 되고자 하면 임금의 도를 다하고 신하가 되고자 하면 신하의 도를 다할 것이니, 두 가지는 모두 요·순을 본받을 뿐이다. 순이 요를 섬기던 방식으로 임금을 섬기지 않으면 그 임금을 공경하지 않는 자요, 요가 백성을 다스리던 방식으로 백성을 다스리지 않으면 그 백성을 해치는 자이다. 공자께서 '도는 둘이니, 인(仁)과 불인(不仁)일 뿐이다'라 하셨다. 백성을 학대함이 심하면 몸이 시해되고 나라가 망하며, 심하지 않으면 몸이 위태롭고 나라가 깎이니, 유(幽)·여(厲)라 이름하면 비록 효자와 인자한 손자라도 백세토록 고칠 수 없다. 《시경》에 '은(殷)나라의 거울이 멀지 않으니 하후(夏后)의 세대에 있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3장
맹자가 말하였다. "삼대(三代)가 천하를 얻은 것은 인(仁)으로써였고, 천하를 잃은 것은 불인(不仁)으로써였다. 나라가 폐하고 흥하며 보존되고 망함도 또한 그러하다. 천자가 인하지 못하면 사해를 보전하지 못하고, 제후가 인하지 못하면 사직을 보전하지 못하며, 경대부가 인하지 못하면 종묘를 보전하지 못하고, 선비와 서인이 인하지 못하면 사지(四體)를 보전하지 못한다. 지금 죽음과 멸망을 미워하면서 불인을 즐기니, 이는 취함을 미워하면서 억지로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
4장
맹자가 말하였다. "남을 사랑하는데도 친해지지 않거든 그 인(仁)을 돌이켜보고, 남을 다스리는데도 다스려지지 않거든 그 지혜를 돌이켜보며, 남에게 예를 다하는데도 답하지 않거든 그 공경을 돌이켜보라. 행하고도 얻지 못함이 있거든 모두 돌이켜 자기에게서 구하라(反求諸己). 그 몸이 바르면 천하가 그에게 돌아온다. 《시경》에 '길이 천명에 짝하여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한다' 하였다."
5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들이 늘 하는 말에 모두 '천하·국·가(天下國家)'라 하니, 천하의 근본은 나라에 있고 나라의 근본은 집에 있으며 집의 근본은 몸(身)에 있다."
6장
맹자가 말하였다. "정치를 하기는 어렵지 않으니, 큰 가문(巨室)에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큰 가문이 흠모하는 바를 한 나라가 흠모하고, 한 나라가 흠모하는 바를 천하가 흠모한다. 그러므로 넘치는 덕의 교화가 사해에 흘러넘친다."
7장
맹자가 말하였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작은 덕이 큰 덕에게 부림을 받고 작은 어짊이 큰 어짊에게 부림을 받으며, 천하에 도가 없으면 작은 것이 큰 것에게 부림을 받고 약한 것이 강한 것에게 부림을 받는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의 이치이니, 하늘을 따르는 자는 보존되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제경공이 '이미 명령하지도 못하고 또 명령을 받지도 못하면 이는 (남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오(吳)나라에 딸을 시집보냈다. 지금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스승 삼으면서 명령 받음을 부끄러워하니, 이는 제자이면서 스승에게 명령 받음을 부끄러워하는 것과 같다. 만일 이를 부끄러워한다면 문왕을 스승 삼는 것만 못하다. 문왕을 스승 삼으면 큰 나라는 오 년, 작은 나라는 칠 년이면 반드시 천하에 정치를 행할 것이다. 《시경》에 '상(商)나라의 자손이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나, 상제께서 이미 명하시니 주(周)나라에 복종하도다. 주나라에 복종함은 천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로다. 은나라 선비 가운데 아름답고 민첩한 자가 (주나라) 서울에서 강신제를 돕는도다' 하였다. 공자께서 '인(仁)한 자에게는 많은 무리도 당할 수 없으니, 임금이 인을 좋아하면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 하셨다. 지금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기를 바라면서도 인으로써 하지 않으니, 이는 뜨거운 것을 쥐고서도 물로 씻지 않는 것과 같다. 《시경》에 '누가 능히 뜨거운 것을 쥐고서 물로 씻지 않으랴' 하였다."
8장
맹자가 말하였다. "인하지 못한 자와 더불어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위태로움을 편안히 여기고 그 재앙을 이롭게 여기며 그 망하게 하는 바를 즐긴다. 인하지 못한데도 더불어 말할 수 있다면 어찌 나라가 망하고 집안이 패함이 있겠는가? 어린아이의 노래에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하니, 공자께서 '제자들아, 들어라.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으니, 스스로 취한 것이다' 하셨다.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헐뜯은 뒤에 남이 헐뜯으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친 뒤에 남이 친다. 《태갑》에 '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살아날 수 없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9장
맹자가 말하였다. "걸(桀)·주(紂)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요,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천하를 얻는 데 길이 있으니, 그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그 백성을 얻는 데 길이 있으니, 그 마음을 얻으면 백성을 얻는다. 그 마음을 얻는 데 길이 있으니, 원하는 것을 주어 모이게 하고 싫어하는 것을 베풀지 않을 따름이다. 백성이 인(仁)으로 돌아감은 물이 아래로 흐르고 짐승이 들로 달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못을 위하여 물고기를 몰아주는 것은 수달이요, 숲을 위하여 참새를 몰아주는 것은 새매이며, 탕·무를 위하여 백성을 몰아준 것은 걸과 주이다. 지금 천하의 임금 가운데 인을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제후가 모두 그를 위하여 (백성을) 몰아줄 것이니, 비록 왕 노릇 하지 않으려 한들 할 수 없다. 지금 왕 노릇 하려는 자는 칠 년 묵은 병에 삼 년 묵은 쑥을 구하는 것과 같으니, 진실로 미리 갖추지 않으면 죽도록 얻지 못한다. 진실로 인에 뜻을 두지 않으면 죽도록 근심하고 욕되어 죽음과 멸망에 빠진다. 《시경》에 '그 어찌 잘되랴, 서로 이끌어 빠질 뿐이로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10장
맹자가 말하였다. "스스로 해치는 자(自暴)와는 더불어 말할 수 없고, 스스로 버리는 자(自棄)와는 더불어 일할 수 없다. 말이 예의(禮義)를 비방하는 것을 스스로 해친다 하고, 내 몸이 인에 거하고 의를 따를 수 없다 하는 것을 스스로 버린다 한다.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두고 거하지 않으며 바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니, 슬프도다!"
11장
맹자가 말하였다. "도가 가까운 데 있거늘 먼 데서 구하고, 일이 쉬운 데 있거늘 어려운 데서 구한다. 사람마다 그 어버이를 친애하고 그 어른을 어른으로 섬기면 천하가 평안해진다."
12장
맹자가 말하였다.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는 데 길이 있으니, 벗에게 미덥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다. 벗에게 미더운 데 길이 있으니, 어버이를 섬겨 기쁘게 하지 못하면 벗에게 미덥지 못하다. 어버이를 기쁘게 하는 데 길이 있으니, 자신을 돌이켜 성실하지 못하면 어버이를 기쁘게 하지 못한다. 자신을 성실히 하는 데 길이 있으니, 선(善)에 밝지 못하면 자신을 성실히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誠)은 하늘의 도(道)요, 성을 생각함은 사람의 도이다. 지극히 성실한데도 남을 감동시키지 못한 자는 아직 없으며, 성실하지 못하고서 능히 남을 감동시킨 자는 아직 없다."
13장
맹자가 말하였다. "백이(伯夷)가 주(紂)를 피하여 북해 가에 거하다가 문왕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내 들으니 서백(西伯·문왕)이 늙은이를 잘 봉양한다 한다' 하였고, 태공(太公)이 주를 피하여 동해 가에 거하다가 문왕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내 들으니 서백이 늙은이를 잘 봉양한다 한다' 하였다. 이 두 노인은 천하의 큰 노인인데 그에게 돌아갔으니, 이는 천하의 아비가 돌아간 것이다. 천하의 아비가 돌아갔으니 그 자식이 어디로 가겠는가? 제후 가운데 문왕의 정치를 행하는 자가 있으면 칠 년 안에 반드시 천하에 정치를 행할 것이다."
14장
맹자가 말하였다. "염구(冉求)가 계씨(季氏)의 가신이 되어 그 덕을 고치지 못하고 세금으로 받는 곡식을 지난날의 갑절로 하였다. 공자께서 '구(求)는 우리 무리가 아니니, 제자들아 북을 울려 그를 성토함이 옳다' 하셨다. 이로 보건대 임금이 어진 정치를 행하지 않는데도 그를 부유하게 하는 자는 모두 공자께 버림받은 자이니, 하물며 그를 위하여 억지로 싸우는 자이겠는가? 땅을 다투어 싸워 사람을 죽여 들에 가득하고 성을 다투어 싸워 사람을 죽여 성에 가득하니, 이는 이른바 땅을 거느려 사람 고기를 먹이는 것이라 그 죄가 죽음으로도 용서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싸움을 잘하는 자는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아야 하고, 제후를 합종연횡케 하는 자는 그다음이며, 풀밭을 개간하여 (억지로) 땅을 떠맡기는 자는 그다음이다."
15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에게 있는 것 가운데 눈동자(眸子)보다 좋은 것이 없으니, 눈동자는 그 악을 가리지 못한다. 가슴속이 바르면 눈동자가 밝고, 가슴속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 말을 듣고 그 눈동자를 보면 사람이 어찌 (마음을) 숨기겠는가?"
16장
맹자가 말하였다. "공손한 자는 남을 업신여기지 않고, 검소한 자는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다. 남을 업신여기고 남의 것을 빼앗는 임금은 오직 (백성이) 순종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니, 어찌 공손하고 검소할 수 있겠는가? 공손과 검소를 어찌 목소리와 웃는 얼굴로 할 수 있겠는가?"
17장
순우곤(淳于髡)이 말하였다. "남녀가 직접 주고받지 않음이 예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예이다."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잡아당깁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 잡아당기지 않으면 이는 승냥이와 이리이다. 남녀가 직접 주고받지 않음은 예요,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으로 잡아당김은 권도(權)이다."
"지금 천하가 물에 빠졌거늘 선생께서 잡아당기지 않으심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천하가 물에 빠지면 도(道)로써 잡아당기고,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잡아당긴다. 그대는 손으로 천하를 잡아당기려 하는가?"
18장
공손추가 말하였다. "군자가 (직접) 자식을 가르치지 않음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형세가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자는 반드시 바름(正)으로 하는데, 바름으로 하여 행해지지 않으면 이어서 노하게 되고, 이어서 노하게 되면 도리어 (마음을) 상하게 한다. (자식이) '아버지가 나를 바름으로 가르치시나 아버지도 바름에서 나오지 못한다' 하면, 이는 부자가 서로 상하게 하는 것이니, 부자가 서로 상하면 나쁘다. 옛사람이 자식을 바꾸어 가르친 것은 부자 사이에 선(善)을 책하지 않으려 함이니, 선을 책하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상서롭지 못함이 이보다 큰 것이 없다."
19장
맹자가 말하였다. "섬김 가운데 무엇이 큰가? 어버이를 섬김이 크다. 지킴 가운데 무엇이 큰가? 자신을 지킴이 크다. 그 자신을 잃지 않고 능히 그 어버이를 섬긴 자는 내 들었어도, 그 자신을 잃고 능히 그 어버이를 섬긴 자는 내 듣지 못하였다. 누구인들 섬기지 않으랴마는 어버이를 섬김이 섬김의 근본이요, 무엇인들 지키지 않으랴마는 자신을 지킴이 지킴의 근본이다. 증자(曾子)가 증석(曾晳)을 봉양할 때 반드시 술과 고기가 있었는데, 상을 물릴 때 반드시 남은 것을 누구에게 줄지 여쭈었고, '남은 것이 있느냐' 물으시면 반드시 '있습니다' 하였다. 증석이 죽고 증원(曾元)이 증자를 봉양할 때 반드시 술과 고기가 있었으나, 상을 물릴 때 누구에게 줄지 여쭙지 않았고, '남은 것이 있느냐' 물으시면 '없습니다' 하였으니, 이는 장차 다시 올리려 함이었다. 이는 이른바 입과 몸을 봉양함이다. 증자 같으면 뜻을 봉양함이라 할 만하다. 어버이를 섬김에 증자처럼 함이 옳다."
20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을 (일일이) 책망할 것이 못 되고 정치를 (낱낱이) 따질 것이 못 되니, 오직 대인(大人)이라야 능히 임금 마음의 그릇됨을 바로잡을 수 있다. 임금이 인하면 인하지 않음이 없고, 임금이 의로우면 의롭지 않음이 없으며, 임금이 바르면 바르지 않음이 없으니, 한번 임금을 바르게 하면 나라가 안정된다."
21장
맹자가 말하였다. "뜻하지 않은 칭찬이 있고, 온전하기를 구하다가 받는 비방이 있다."
22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이 그 말을 쉽게 함은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23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의 병통은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함에 있다."
24장
악정자(樂正子)가 자오(子敖)를 따라 제나라에 갔다.
악정자가 맹자를 뵙자,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도 나를 보러 왔는가?"
악정자가 말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온 지 며칠 되었는가?"
악정자가 말하였다. "어제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어제라면 내가 이런 말을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악정자가 말하였다. "묵을 곳을 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들었는가? 묵을 곳을 정한 뒤에 어른을 뵙는다고 하던가?"
악정자가 말하였다.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25장
맹자가 악정자에게 일러 말하였다. "그대가 자오를 따라온 것은 한갓 먹고 마시기 위함이다. 나는 그대가 옛 도(道)를 배워 먹고 마시는 데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26장
맹자가 말하였다. "불효에 세 가지가 있으니, 후손이 없음이 가장 크다. 순(舜)이 (부모에게) 아뢰지 않고 장가든 것은 후손이 없을까 해서이니, 군자는 (실질적으로) 아뢴 것과 같다고 여긴다."
27장
맹자가 말하였다. "인(仁)의 실질은 어버이를 섬김이 그것이요, 의(義)의 실질은 형을 따름이 그것이며, 지(智)의 실질은 이 두 가지를 알아 떠나지 않음이 그것이요, 예(禮)의 실질은 이 두 가지를 절도 있게 꾸밈이 그것이며, 악(樂)의 실질은 이 두 가지를 즐거워함이니, 즐거워하면 (선이) 생겨난다. 생겨나면 어찌 그칠 수 있으랴? 그칠 수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발이 뛰고 손이 춤춘다."
28장
맹자가 말하였다. "천하가 크게 기뻐하며 장차 자기에게 돌아오려 하는데, 천하가 기뻐하며 자기에게 돌아옴을 지푸라기처럼 여긴 것은 오직 순(舜)이 그러하였다. 어버이에게 (사랑을) 얻지 못하면 사람이 될 수 없고, 어버이에게 순하지 못하면 자식이 될 수 없다. 순이 어버이 섬기는 도를 다하여 고수(瞽瞍·순의 아버지)가 기뻐함에 이르렀다. 고수가 기뻐함에 이르자 천하가 교화되고, 고수가 기뻐함에 이르자 천하에 부자 된 자의 도리가 정해졌으니, 이를 큰 효(大孝)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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