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03 공손추상(公孫丑上)

맹자(孟子) · 전국 맹가 · 번역·감수 허유

제자 공손추와의 문답을 중심으로, 맹자 사상의 핵심인 부동심(不動心)과 호연지기(浩然之氣), 그리고 사람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에서 비롯하는 사단(四端·측은·수오·사양·시비)을 논한다.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가 사람의 본성에 갖추어져 있음을 밝힌, 성선설의 토대가 되는 편이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我知言,我善養吾浩然之氣。

(나는 말을 알며, 나는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

其為氣也,至大至剛,以直養而無害,則塞于天地之間。

(그 기운 됨이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니, 곧음으로 기르고 해침이 없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찬다.)

惻隱之心,仁之端也;羞惡之心,義之端也;辭讓之心,禮之端也;是非之心,智之端也。

(측은한 마음은 인의 단서요, 수오의 마음은 의의 단서요, 사양의 마음은 예의 단서요, 시비의 마음은 지의 단서이다.)

人皆有不忍人之心。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번역

1장

공손추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서 요직을 맡으신다면 관중(管仲)·안자(晏子)의 공을 다시 이룰 수 있겠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제나라 사람이로다. 관중과 안자만을 알 뿐이로구나. 어떤 이가 증서(曾西)에게 묻기를 '그대와 자로(子路) 가운데 누가 더 어진가?' 하니, 증서가 불안해하며 '그분은 우리 선조께서 두려워하시던 분이다'라 하였고, '그러면 그대와 관중 가운데 누가 더 어진가?' 하니, 증서가 발끈 성내며 기뻐하지 않고 '네 어찌 나를 관중에게 견주는가? 관중은 임금의 신임을 저토록 독차지하고 국정을 저토록 오래 맡았으나 공렬(功烈)이 저토록 낮았다. 네 어찌 나를 그에게 견주는가?'라 하였다. 관중은 증서도 하지 않으려 한 바이거늘, 그대는 내가 그것을 바랄 것이라 여기는가?"

공손추가 말하였다. "관중은 그 임금을 패자(霸者)로 만들었고 안자는 그 임금을 드러냈으니, 관중·안자도 오히려 할 만하지 못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제나라로 왕 노릇 하기는 손바닥 뒤집기 같다."

공손추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제자의 의혹이 더욱 심해집니다. 문왕의 덕으로도 백 년을 사신 뒤에 돌아가셨으나 오히려 천하에 두루 미치지 못하였고, 무왕과 주공(周公)이 이으신 뒤에야 크게 행해졌습니다. 지금 왕 노릇 함을 쉬운 듯 말씀하시니, 그렇다면 문왕도 본받을 만하지 못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문왕을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탕(湯)으로부터 무정(武丁)에 이르기까지 어질고 성스러운 임금이 예닐곱 분 나왔다. 천하가 은(殷)나라에 돌아간 지 오래되었으니, 오래되면 변하기 어렵다. 무정이 제후를 조회케 하고 천하를 가짐이 손바닥에서 움직이듯 하였다. 주(紂)는 무정과의 거리가 오래지 않아 그 옛 가문과 끼친 풍속, 흐르는 기풍과 선한 정치가 아직 남아 있었고, 또 미자(微子)·미중(微仲)·왕자 비간(比干)·기자(箕子)·교격(膠鬲) 같은 어진 사람들이 서로 도왔으므로 오랜 뒤에야 잃은 것이다. 한 자의 땅도 그의 소유 아님이 없고 한 사람의 백성도 그의 신하 아님이 없었거늘, 문왕은 오히려 사방 백 리에서 일어나셨으니 이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다. 제나라 사람의 말에 '비록 지혜가 있어도 형세를 타는 것만 못하고, 비록 농기구가 있어도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 하였다. 지금은 (왕 노릇 하기) 쉽다. 하후씨(夏后氏)·은·주의 융성함에도 땅이 천 리를 넘은 적이 없었는데 제나라는 그만한 땅을 가졌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려 사방 경계에 이르니 제나라는 그만한 백성을 가졌다. 땅을 다시 개척하지 않고 백성을 다시 모으지 않아도, 어진 정치를 행하여 왕 노릇 하면 이를 막을 자가 없다. 또한 왕자가 나오지 않음이 지금보다 더 드문 때가 없었고, 백성이 가혹한 정치에 시달림이 지금보다 더 심한 때가 없었다. 굶주린 자는 먹이기 쉽고 목마른 자는 마시게 하기 쉽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덕이 흘러 퍼짐은 파발마로 명을 전하는 것보다 빠르다' 하셨다. 지금 같은 때에 만 대의 수레를 가진 나라가 어진 정치를 행하면, 백성이 기뻐함이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주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은 옛사람의 절반만 하여도 공은 반드시 갑절이 될 것이니, 오직 지금이 그러하다."

2장

공손추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의 경상(卿相)이 되어 도를 행하시어 이로 말미암아 패왕(霸王)이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으면 마음이 동요되겠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나는 마흔에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다."

공손추가 말하였다. "이와 같으면 선생님께서는 맹분(孟賁)보다 훨씬 뛰어나십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이는 어렵지 않다. 고자(告子)는 나보다 먼저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다."

공손추가 말하였다. "마음을 동요시키지 않음에 방도가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있다. 북궁유(北宮黝)가 용맹을 기름은, 살갗을 찔러도 움츠리지 않고 눈을 찔러도 피하지 않으며, 털끝만큼이라도 남에게 꺾이면 마치 저잣거리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여겨, 헐렁한 베옷 입은 천한 자에게도 모욕을 받지 않고 만 대의 수레를 가진 임금에게도 모욕을 받지 않으며, 만승의 임금 찌르기를 베옷 입은 천한 자 찌르듯 하여, 두려워하는 제후가 없고 험한 소리가 이르면 반드시 되갚았다. 맹시사(孟施舍)가 용맹을 기름은 '이기지 못함을 보기를 이기는 것처럼 한다. 적을 헤아린 뒤에 나아가고 이김을 생각한 뒤에 싸운다면 이는 삼군(三軍)을 두려워하는 자이다. 내 어찌 반드시 이김을 기약하랴? 두려움이 없을 따름이다'라 하였다. 맹시사는 증자(曾子)와 비슷하고 북궁유는 자하(子夏)와 비슷하다. 두 사람의 용맹은 누가 더 나은지 알 수 없으나, 맹시사는 지킴이 요약되어 있다. 옛날 증자께서 자양(子襄)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용맹을 좋아하는가? 내 일찍이 큰 용맹을 선생님(공자)께 들었다. 스스로 돌이켜 곧지 못하면 비록 헐렁한 베옷 입은 천한 자라도 내 두렵게 하지 못하고, 스스로 돌이켜 곧으면 비록 천만 사람이라도 내 가서 대적하리라' 하셨다. 맹시사가 기운을 지킴은 또한 증자가 요약함을 지킴만 못하다."

공손추가 말하였다. "감히 묻건대 선생님의 부동심과 고자의 부동심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고자는 '말에서 얻지 못하거든 마음에서 구하지 말고, 마음에서 얻지 못하거든 기운에서 구하지 말라'고 하였다. 마음에서 얻지 못하거든 기운에서 구하지 말라는 것은 괜찮으나, 말에서 얻지 못하거든 마음에서 구하지 말라는 것은 안 된다. 무릇 뜻(志)은 기운의 장수요, 기운은 몸을 채우는 것이다. 뜻이 이르면 기운이 따른다. 그러므로 '그 뜻을 잡고 그 기운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미 '뜻이 이르고 기운이 따른다'고 하시고, 또 '그 뜻을 잡고 그 기운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심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뜻이 한결같으면 기운을 움직이고, 기운이 한결같으면 뜻을 움직인다. 지금 넘어지는 자와 달리는 자는 기운인데, 도리어 그 마음을 움직인다."

"감히 묻건대 선생님께서는 어디에 뛰어나십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나는 말을 알며(知言), 나는 나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

"감히 묻건대 무엇을 호연지기라 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말하기 어렵다. 그 기운 됨이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니, 곧음(直)으로 기르고 해침이 없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찬다. 그 기운 됨이 의(義)와 도(道)에 짝하니, 이것이 없으면 굶주린다(쇠한다). 이는 의를 쌓아 생기는 것이지 의가 밖에서 엄습하여 취하는 것이 아니다. 행함에 마음에 흡족하지 못함이 있으면 굶주린다. 그러므로 나는 '고자가 일찍이 의를 알지 못한다'고 하니, 그가 의를 밖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반드시 일삼되 미리 기대하지 말고, 마음에 잊지도 말며, 억지로 조장(助長)하지도 말라. 송(宋)나라 사람처럼 하지 말라. 송나라 사람 가운데 그 싹이 자라지 않음을 안타까워하여 뽑아 올린 자가 있었는데, 지쳐서 돌아와 식구에게 '오늘 피곤하다, 내가 싹이 자라도록 도왔다'고 하기에, 그 아들이 달려가 보니 싹은 말라 있었다. 천하에 싹이 자라도록 돕지 않는 자가 드무니, 무익하다 여겨 버려두는 자는 김매지 않는 자요, 자라도록 돕는 자는 싹을 뽑는 자이니, 무익할 뿐 아니라 또한 해친다."

"무엇을 지언(知言)이라 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치우친 말(詖辭)에 그 가려진 바를 알고, 음란한 말(淫辭)에 그 빠진 바를 알며, 사악한 말(邪辭)에 그 이탈한 바를 알고, 둘러대는 말(遁辭)에 그 막힌 바를 안다. 그 마음에서 생겨 그 정치에 해를 끼치고, 그 정치에 나타나 그 일에 해를 끼친다. 성인이 다시 나오셔도 반드시 내 말을 따르실 것이다."

"재아(宰我)와 자공(子貢)은 말솜씨가 뛰어났고, 염우(冉牛)·민자(閔子)·안연(顏淵)은 덕행을 잘 말하였습니다. 공자께서는 이를 겸하셨으되 '나는 사령(辭命)에는 능하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미 성인이십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 이 무슨 말인가! 옛날 자공이 공자께 '선생님은 성인이십니까?' 하니, 공자께서 '성인은 내 능하지 못하나, 나는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자공이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음은 지혜요,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음은 인(仁)이니, 인하고도 지혜로우시니 선생님은 이미 성인이십니다'라 하였다. 무릇 성인을 공자께서도 자처하지 않으셨거늘, 이 무슨 말인가?"

"옛날 제가 들으니 자하·자유(子游)·자장(子張)은 모두 성인의 한 부분을 가졌고, 염우·민자·안연은 전체를 갖추었으되 미약하다 하였습니다. 감히 묻건대 어디에 자처하시겠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잠시 이것을 그만두자."

공손추가 말하였다. "백이(伯夷)와 이윤(伊尹)은 어떻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도가 같지 않다. 제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으며,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어지러우면 물러남은 백이요, 누구를 섬긴들 임금 아니며 누구를 부린들 백성 아니냐 하여, 다스려져도 나아가고 어지러워도 나아감은 이윤이며,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두며 오래 할 만하면 오래 하고 빨리 할 만하면 빨리 함은 공자이시다. 모두 옛 성인이시다. 나는 능히 행함이 있지 못하나, 원하는 바는 공자를 배우는 것이다."

"백이와 이윤이 공자와 이처럼 동등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사람이 생긴 이래로 공자 같은 분은 없었다."

"그렇다면 같은 점이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있다. 백 리의 땅을 얻어 임금 노릇 하면 모두 능히 제후를 조회케 하고 천하를 가질 수 있으나, 한 가지 불의(不義)를 행하고 한 사람의 무고한 이를 죽여 천하를 얻는 일은 모두 하지 않을 것이니, 이는 같다."

"감히 묻건대 그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재아·자공·유약(有若)은 지혜가 족히 성인을 알 만하니, 낮추더라도 그 좋아하는 바에 아첨하는 데 이르지는 않았다. 재아는 '내가 선생님을 보건대 요·순보다 훨씬 어지시다'고 하였다. 자공은 '그 예(禮)를 보면 그 정치를 알고 그 음악을 들으면 그 덕을 안다. 백세(百世) 뒤에서 백세의 왕을 가늠하여도 이를 어길 자가 없다. 사람이 생긴 이래로 선생님 같은 분은 없었다'고 하였다. 유약은 '어찌 사람뿐이랴? 기린이 달리는 짐승에 대하여, 봉황이 나는 새에 대하여, 태산이 작은 언덕에 대하여, 황하와 바다가 길의 고인 물에 대함이 같은 종류이다. 성인이 백성에 대함도 또한 같은 종류이나, 그 종류에서 빼어나고 그 무리에서 뛰어나니, 사람이 생긴 이래로 공자보다 더 융성한 분은 없었다'고 하였다."

3장

맹자가 말하였다. "힘으로 인(仁)을 빌리는 자는 패자(霸)이니 패자는 반드시 큰 나라를 가져야 하고, 덕으로 인을 행하는 자는 왕자(王)이니 왕자는 큰 나라를 기다리지 않는다. 탕은 칠십 리로, 문왕은 백 리로 왕 노릇 하였다.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마음으로 복종함이 아니라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요,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마음 가운데 기뻐하여 진실로 복종함이니, 칠십 제자가 공자께 복종함과 같다. 《시경》에 이르기를 '서쪽에서 동쪽에서 남쪽에서 북쪽에서 복종하지 않는 마음이 없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4장

맹자가 말하였다. "인하면 영화롭고 인하지 못하면 욕되다. 지금 욕됨을 미워하면서 인하지 못함에 처하는 것은, 마치 습함을 미워하면서 낮은 곳에 처하는 것과 같다. 만일 욕됨을 미워한다면 덕을 귀히 여기고 선비를 높이는 것만 못하다. 어진 이가 지위에 있고 능한 자가 직책에 있어, 국가가 한가할 때 이때에 미쳐 그 정치와 형벌을 밝히면, 비록 큰 나라라도 반드시 두려워할 것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흐리고 비 내리기 전에 저 뽕나무 뿌리를 벗겨 창과 문을 단단히 얽었으니, 지금 이 아래 백성이 누가 감히 나를 업신여기랴' 하였다. 공자께서 '이 시를 지은 자는 도를 아는구나. 능히 그 국가를 다스리면 누가 감히 업신여기랴' 하셨다. 지금 국가가 한가한데 이때에 미쳐 즐기고 게으름 피우고 거만하면, 이는 스스로 화를 구하는 것이다. 화와 복은 자기에게서 구하지 않는 것이 없다. 《시경》에 이르기를 '길이 천명에 짝하여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한다' 하였고, 《태갑(太甲)》에 이르기를 '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살아날 수 없다' 하였으니, 이를 이름이다."

5장

맹자가 말하였다. "어진 이를 높이고 능한 자를 부려 뛰어난 인재가 지위에 있으면, 천하의 선비가 모두 기뻐하여 그 조정에 서기를 원할 것이다. 시장에 점포세를 받되 물품세는 받지 않고 법대로 하되 점포세도 받지 않으면, 천하의 상인이 모두 기뻐하여 그 시장에 쌓아두기를 원할 것이다. 관문에 살피되 세금을 받지 않으면, 천하의 나그네가 모두 기뻐하여 그 길로 나가기를 원할 것이다. 밭 가는 자에게 (공전을) 돕게 하되 세금을 받지 않으면, 천하의 농부가 모두 기뻐하여 그 들에서 갈기를 원할 것이다. 거주지에 인두세와 부역세가 없으면, 천하의 백성이 모두 기뻐하여 그 백성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진실로 이 다섯 가지를 능히 행하면 이웃 나라 백성이 부모처럼 우러를 것이다. 그 자제를 거느려 그 부모를 치는 것은 사람이 생긴 이래로 능히 이룬 자가 없었다. 이와 같으면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는 자는 천리(天吏)이니, 그러고도 왕 노릇 하지 못한 자는 아직 없었다."

6장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이 있다. 선왕이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가 있었다.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행하면, 천하를 다스림은 손바닥 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이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 까닭은, 지금 어떤 사람이 갑자기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모두 깜짝 놀라 측은해하는 마음이 있으니, 이는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려 함도 아니요, 마을 친구에게 명예를 구하려 함도 아니요, 그 (구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로 말미암아 보건대, 측은해하는 마음(惻隱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해하는 마음은 인(仁)의 단서요,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단서요,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단서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단서이다. 사람이 이 사단(四端)을 가짐은 사지(四體)를 가진 것과 같다. 이 사단을 가지고도 스스로 능하지 못하다 하는 자는 스스로를 해치는 자요, 그 임금이 능하지 못하다 하는 자는 그 임금을 해치는 자이다. 무릇 사단이 나에게 있는 것을 모두 넓혀 채울 줄 알면,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고 샘이 처음 솟는 것과 같다. 진실로 이를 채우면 족히 사해를 보전하고, 진실로 채우지 못하면 부모조차 섬길 수 없다."

7장

맹자가 말하였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인하지 못하랴마는, 화살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게 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게 할까 걱정한다. 무당과 관(棺) 짜는 목수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직업은 삼가지 않을 수 없다. 공자께서 '인(仁)에 거함이 아름다우니, 가려서 인에 처하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하랴' 하셨다. 무릇 인은 하늘의 높은 벼슬이요 사람의 편안한 집이다. 막는 이가 없는데도 인하지 못하면 이는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인하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며 예가 없고 의가 없으면 남에게 부림을 받는 자이다. 남에게 부림을 받으면서 부림 받음을 부끄러워함은, 마치 활 만드는 사람이 활 만듦을 부끄러워하고 화살 만드는 사람이 화살 만듦을 부끄러워함과 같다. 만일 부끄러워한다면 인을 행하는 것만 못하다. 인한 자는 활쏘기와 같으니, 활 쏘는 자는 자기를 바로 한 뒤에 쏘고, 쏘아서 맞히지 못하여도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 자기에게서 구할 뿐이다."

8장

맹자가 말하였다. "자로(子路)는 사람들이 그에게 허물이 있다고 일러주면 기뻐하였고, 우(禹)는 선한 말을 들으면 절하였다. 위대한 순(舜)은 더 큰 점이 있었으니, 선을 남과 함께하여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르며, 남에게서 취하여 선을 행함을 즐거워하였다. 밭 갈고 그릇 굽고 고기 잡던 때로부터 임금이 됨에 이르기까지 남에게서 취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남에게서 취하여 선을 행함은 남과 더불어 선을 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남과 더불어 선을 행함보다 큰 것이 없다."

9장

맹자가 말하였다. "백이는 제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제 벗이 아니면 사귀지 않으며, 악한 사람의 조정에 서지 않고 악한 사람과 말하지 않았다. 악한 사람의 조정에 서고 악한 사람과 말하는 것을, 마치 조정의 의관을 갖추고 진흙과 숯에 앉는 것처럼 여겼다.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미루어, 시골 사람과 더불어 서 있을 때 그 갓이 바르지 못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기를 마치 자기가 더럽혀질 듯이 하였다. 그러므로 제후가 비록 그 말을 잘 꾸며 이르더라도 받지 않았으니, 받지 않은 것은 또한 나아감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다. 유하혜(柳下惠)는 더러운 임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낮은 벼슬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나아가서는 어짊을 숨기지 않고 반드시 그 도로 하였으며, 버려져도 원망하지 않고 곤궁해도 근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는 너요 나는 나이니, 비록 내 곁에서 옷을 벗고 알몸을 드러낸들 네 어찌 나를 더럽히랴' 하였다. 그러므로 유유히 그와 더불어 함께하면서도 스스로 잃지 않아, 잡아 멈추게 하면 멈추었다. 잡아 멈추게 하면 멈춘 것은 또한 떠남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다." 맹자가 말하였다. "백이는 좁고 유하혜는 공손하지 못하다. 좁음과 공손하지 못함은 군자가 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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