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번역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 조선 정학유 · 번역·감수 허유

《농가월령가》는 조선 후기 정학유(丁學游, 1786~1855, 다산 정약용의 차남)가 지은 월령체 장편 가사다. 일 년 열두 달의 농사일과 세시풍속을 정월부터 십이월까지 노래하고, 앞뒤에 서사(序詞)와 결사(結詞)를 두었다. 농시·거름·양잠·김장 같은 농사 지침과 세배·널뛰기·달맞이 같은 세시 풍속을 두루 담아 조선 농촌의 한 해를 생생히 전한다.

번역

아래는 고어 가사를 현대 한국어로 풀되, 본디 가사의 가락과 멋을 살린 것이다.

서사(序詞·머릿노래)

천지가 처음 갈라지매 해와 달과 별이 비치는구나. 해와 달은 운행하는 도수(度數)가 있고 별은 제자리 궤도가 있어, 한 해 삼백예순 날에 제 도수대로 돌아오니, 동지·하지·춘분·추분은 해의 운행으로 헤아리고, 상현·하현·보름·그믐·초하루는 달이 차고 이지러짐(영휴, 盈虧)으로 안다. 대지 위 동서남북은 곳을 따라 어긋나기에, 북극을 기준 삼아 멀고 가까움을 가늠하니, 스물네 절후는 열두 달에 나누어, 한 달마다 두 절후가 보름(一望)을 사이에 두는구나. 봄·여름·가을·겨울이 오가며 절로 한 해를 이루니—

요순 같은 어진 임금이 역법(曆法)을 만드시어, 하늘의 때(天時)를 밝혀 내어 만백성에게 맡기시니, 하우씨(夏禹氏) 오백 년은 인월(寅月)로 한 해의 첫머리(歲首)를 삼고, 주(周)나라 팔백 년은 자월(子月)로 새로 정하였더라. 지금 쓰는 역법은 하우씨의 법이라, 춥고 덥고 따뜻하고 서늘한 기후의 차례가 사철에 꼭 맞아드니, 공부자(孔夫子)께서 취하신 바도 하나라 역법(夏令)을 따르심이로다.

정월령(正月令)

정월은 맹춘(孟春)이라 입춘·우수 절기로다. 산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아직 남았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구름과 만물의 기색(雲物)이 변하는구나.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니, 간곡하신 권농(勸農)의 윤음(綸音)을 방방곡곡에 펴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무지하다 한들 제 몸의 이해(利害)는 그만두고서라도 임금의 뜻(聖儀)을 어길쏘냐. 밭농사와 논농사를 반반으로 나누어 힘닿는 대로 하오리라. 한 해의 흉년·풍년은 미리 헤아리지 못하여도, 사람의 힘을 다하면 하늘의 재앙은 면하리니, 저마다 부지런히 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있으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때를 놓치면 한 해 내내 일이 낭패되네. 농기구를 손질하고 농사 소를 살펴 먹여, 재거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니, 보리밭에 오줌 주기 작년보다 힘써 하라. 늙은이는 근력 없어 힘든 일은 못하여도, 낮이면 이엉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춰 지붕을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 과실나무 보굿 깎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정월 초하루 동트기 전(未明時)에 시험 삼아 하여 보자. 며느리야 잊지 말고 소국주(小麴酒) 밑술 담가라. 봄 석 달 온갖 꽃 필 때에 꽃 앞에서 한번 취해(花前一醉) 보자.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가뭄과 장마(水旱)를 안다 하니, 늙은 농부의 징험(徵驗)이라, 대강은 짐작하느니.

정초에 세배하는 것은 도탑고 후한 풍속이라. 새 옷 떨쳐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이들까지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버석 울긋불긋, 차림새(物色)가 화려하다. 사내아이는 연날리기, 계집아이는 널뛰기요, 윷놀아 내기하니 젊은이들 놀이로다.

사당에 새해 인사(歲謁)하니 떡국에 술과 과실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선하여 매운 다섯 나물(五辛菜)을 부러워하랴. 보름날 약밥 차리는 법은 신라 적 풍속이라. 묵은 산나물 삶아 내니 고기 맛(肉味)과 바꿀쏘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이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팔기, 달맞이에 횃불 켜기— 흘러 내려온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이월령(二月令)

이월은 중춘(仲春)이라 경칩·춘분 절기로다. 초엿새 좀생이별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흐림과 갬(陰晴)으로 대강은 짐작하느니. 반갑다, 봄바람에 여느 때처럼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돋아나(萌動)는구나.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 나니 버들 빛이 새로워라. 쟁기를 차려 놓고 봄갈이(春耕)를 하오리라.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春麰)를 많이 갈고, 목화밭 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는 이를수록 좋으니라. 동산(園林)을 꾸미니 살림 이익(生利)도 겸하도다. 한 푼은 과실나무요 두 푼은 뽕나무라. 뿌리를 다치지 말고 비 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牆垣)도 손보고 개천도 쳐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정갈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에 보태리니, 여섯 가축(六畜)은 다 못 길러도 소·말·닭·개는 기르리라. 씨암탉 두어 마리 알 안겨 깨워 보자. 산나물은 이르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씀바귀요 조롱장이·물쑥이라. 본초(本草)를 살펴서 약재를 캐오리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바위를 깰 만큼 입맛 돋우나니, 창출·백출·당귀·천궁·시호·방풍·산약·택사, 낱낱이 적어 두고 때맞춰 캐어 두소. 시골집에 기구 없어 값진 약을 쓰올쏘냐.

삼월령(三月令)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함을 더하여(載陽) 만물이 화창하니, 온갖 꽃은 흐드러지고 새소리는 가지각색이라. 집 앞 처마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 사이 호랑나비는 어지러이 날고 기니, 미물도 제때를 만나(得時) 스스로 즐김이 사랑스럽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잎 난다. 비와 이슬(雨露)에 슬퍼지는 마음(感愴)을 술과 과실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든 일은 가래질이 첫째로다. 점심밥 푸짐히 차려 때맞추어 배불리소. 일꾼의 처자식까지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이 한두 말 곡식(斗穀)을 아낄쏘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못자리하고 그 나머지 갈아 두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여린 싹 세워 낼 제 어린아이 보살피듯. 온갖 곡식 중에 논농사를 데면데면(泛然)히 못하리라. 개울가 밭(浦田)에 기장·조요 산밭에는 콩·팥(豆太)이로다. 들깨 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돌려짓기)를 바꾸소(相換). 보리밭 매어 놓고 마른논(뭇논)을 갈아 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채소밭 가꾸기(治圃)를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마 밑에 박 심고, 담 근처에 동아(冬瓜) 심어 시렁(架子) 매어 올려 보세. 무·배추·아욱·상추·고추·가지·파·마늘을, 가지가지 가려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자. 닭·개를 막으면 절로 무성하리. 오이밭을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뽕눈을 살펴보니 눈에 날 때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누에치기(蠶農)에 마음을 다하소. 누에 칠 방(蠶室)을 쓸고 닦고(灑掃) 도구를 준비하니, 다래끼·칼도마며 채광주리·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냄새를 없애소.

한식 전후 사나흘에 과실나무를 접붙이나니, 단행·인행·울릉도며 문배·찜배·능금·사과, 엇접·피접·도마접에 행자접이 잘 사느니. 청대청매·정릉매는 묵은 등걸(古査)에 접을 붙여, 농사를 마친 뒤에 화분에 올려 들여 놓고, 추운 날 가난한 집(白屋) 눈 덮인 한겨울에 봄빛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운치(趣味)로다. 사람살이의 요긴한 일은 장 담그는 일(政事)이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 개니 살진 향채(香菜) 캐오리라. 삽주·두릅·고사리며 고비·도라지·으아리를, 한 푼은 엮어 팔고 한 푼은 무쳐 먹세. 지는 꽃잎 쓸고 앉아 한 병 술을 즐길 적에, 산골 아내(山妻)의 차림이 좋은 안주(佳肴)가 이뿐이라.

사월령(四月令)

사월이라 맹하(孟夏) 되니 입하·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맑고 화창(淸和)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한창(方張)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 속에 닫았도다. 목화를 많이 갈소, 길쌈(방적)의 근본이라. 수수·동부·녹두·참깨는 사이짓기(부룩)를 적게 하고, 갈대 꺾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물 댄 논(무논)을 써레질하고 이른 모 내어 보세. 농량(農糧)이 부족하니 환자(還子) 곡식 타 보태리라.

한잠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에도 열두 끼니를,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어라. 뽕 따는 아이들아 다음 그루(훗그루) 보아 가며, 묵은 가지 찍어 내고 햇잎은 제쳐 따소. 찔레꽃 흐드러지니 작은 가뭄 없을쏘냐. 이때를 틈타(乘時)하여 내 할 일 생각하소. 도랑 쳐 물길 내고 비 새는 곳(雨漏處) 기와 이어, 궂은비(陰雨)를 막아 두면 뒷근심 더 없나니. 봄에 짠 무명(필무명)을 이때에 마전하고, 베·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 마리 한마음으로 벌의 임금(蜂王)을 옹위하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임금과 신하의 의리(君臣分義) 깨닫도다.

초파일에 등불 다는 일(懸燈)은 산촌에서 긴치 않으니, 느티떡·콩찐이는 제때의 별미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川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바람 잔잔하니(殘風)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맑은 시내(碧溪水) 흰 모래밭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團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촘촘한 그물(數罟) 둘러치고 은빛 옥빛 고기(銀鱗玉尺) 후려내어, 너럭바위에 솥 걸고 펄펄 끓여 내니, 팔진미(八珍味)·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쏘냐.

오월령(五月令)

오월이라 중하(仲夏) 되니 망종·하지 절기로다. 남풍은 때맞추어 보리 가을(麥秋)을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 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보리 타작마당(打麥場) 하오리라. 잘 드는 낫 베어다가 단단히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 서서 기운 내어 두드리니, 바람 불고 쓴 듯하던 집안이 갑자기(卒然) 흥성하다. 한두 섬(擔石) 남은 곡식 하마 거의 다하리니, 중간에 이 보리 곡식이 묵은 것과 새것을 이어 주겠구나(新舊相繼). 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꼬. 하늘의 마음(天心)을 생각하니 그 은혜 끝없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사 소를 보살펴라. 뜨물에 꼴 먹이고 이슬 머금은 풀 자주 뜯겨, 그루갈이·모심기에 제힘을 빌리로다. 보리짚 말리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 때 땔나무 준비하여 임시 걱정 없이 하세.

누에치기(蠶農) 마칠 때에 사내 힘을 빌려,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 따는 도구도 장만하소. 고치를 따 오리라 청명한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볕에 쬐어(曝陽) 말리니, 쌀고치·무리고치·누른 고치·흰 고치를, 가지가지 가려서 한두 푼은 씨로 두고, 그 나머지 켜오리라 물레(자애)를 차려 놓고, 왕채에 올려 내니 눈서리 같은 실올이라. 사랑스럽다, 물레 소리 거문고·비파(琴瑟) 고르는 듯. 부녀들 공들여(積功) 이 재미 보는구나. 오월 오일 단옷날 차림새(物色)가 산뜻하다(生新).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목멘 듯한 영계 소리 익힘 삼아 자주 운다. 시골 마을 아낙들아 그네뛰기(鞦韆)는 그만두려니와, 청홍치마·창포비녀로 좋은 명절(佳節)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노는 틈에 할 일이니 약쑥이나 베어 두소.

높으신 하늘이 더없이 어지시어(至仁) 넌지시 구름을 지으니, 때맞춰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쏘냐. 처음엔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 들어 오는 소리 좍좍(沛然) 드리운다.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의논할 제, 뒷논은 뉘 심고 앞밭은 뉘 갈꼬. 도롱이·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삶기는 내가 함세. 들깨 모·담배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 모·고추 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봉선화는 네 용돈(私錢) 너무 들이지 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밥(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에 찬국이며 고추장에 상추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여유(능)를 두소. 샐 무렵에 문에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메나리 노래로 화답하니 격양가(擊壤歌)가 아니던가.

유월령(六月令)

유월이라 계하(季夏) 되니 소서·대서 절기로다. 큰비(大雨)도 때맞춰 내리고(時行) 더위도 극심하다. 풀과 나무 무성하니 파리·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머구리(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밀·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팥·조·기장은 베기 전에 사이짓기(대우) 들여, 땅 힘(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밭을 번갈아 들어 서너 차례 돌려 맬 제, 그중에 목화밭은 사람 품(人功)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밭도 북돋아 매어 가꾸소. 집터·울 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坐次)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운 후에, 맑은 바람에 취하고 배부르니(醉飽) 잠시간 낙(樂)이로다.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올조 이삭·풋콩(靑太)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이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래갈쏘냐. 해 진 뒤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어슴푸레한(애애한) 저녁연기는 산촌에 잠겨 있고, 달빛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치는구나. 늙은이 하는 일도 도무지(바이야) 없을쏘냐. 이슬 아침에 오이 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도롱이(누역) 치기, 창문 앞에 노 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창 바람에 잠이 드니 희황씨(羲皇氏) 적 백성이라. 잠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석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워 내니, 장마철 소일이요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三伏)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는 좋은 날(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사당(家廟)에 햇것 올리고(薦新) 한때 음식 즐겨 보세. 부녀는 헤프게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디뎌라 유두국(流頭麴)을 띄우느니라. 호박나물·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맛으로 일 없는 이 먹여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 오면 덮어 두고 독 전을 정히 하소. 남촌 북촌 힘 합하여 삼 구덩이 하여 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은 길쌈하고 굵은 삼은 밧줄 드리소. 농가에 요긴하기로 곡식과 같이 치네. 산밭 메밀 먼저 갈고 개울가 밭(浦田)은 나중 갈소.

칠월령(七月令)

칠월이라 맹추(孟秋) 되니 입추·처서 절기로다. 화성(火星)은 서쪽으로 흐르고(西流) 미성(尾星)은 하늘 한가운데(中天)라. 늦더위 있다 한들 절기의 차례(節序)야 속일쏘냐. 빗기운도 가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고. 칠석에 견우직녀 이별 눈물(離別淚)이 비가 되어, 성긴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제, 아미(蛾眉)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西天)에 걸리거다.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거의 다 되었도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었다 하노.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벼려 두렁 깎기, 선산(先山)에 벌초하기, 거름풀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넣고, 좋은 논(자채논)에 새 보기와 올조밭에 허수아비(정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모래 덮기(覆砂)도 쳐 올리소.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익게 갈아, 김장할 무·배추 남보다 먼저 심어 놓고, 가시울 진작 막아 허술함이 없게 하소. 부녀들도 셈이 있어 앞일을 생각하소.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저 소리 깨쳐듣고 놀라서 다스리소.

장마를 겪었으니 집 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바람 쐬고(擧風) 의복도 볕에 쬐소(曝曬). 명주실 어서 뭉쳐 서늘해지기 전(生凉前)에 짜아 내소. 늙으신 분들 기운 쇠하매(氣衰) 환절기를 근심하여, 가을 서늘함(秋凉)이 가까우니 의복을 유의하소. 빨래하여 잘 바래고 풀 먹여 다듬을 제, 달 아래 다듬이 소리(月下方砧) 소리마다 바쁜 마음, 살림살이(室家)에 골몰함이 한편으로는 재미로다. 푸성귀·과일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호박 고지 켜고 오이·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귀한 물건(貴物) 아니 될까. 목화밭 자주 살펴 올다래 피었는가.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에 달렸느니.

팔월령(八月令)

팔월이라 중추(仲秋) 되니 백로·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주 돌아 서쪽 하늘(西天)을 가리키니, 선선한 아침저녁 기운에 가을 뜻(秋意)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 사이에서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온갖 곡식 영글게 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보람 있다(功生). 온갖 곡식 이삭 패고 여물 들어 고개 숙여, 서풍에 익은 빛이 누런 구름(黃雲)처럼 일어난다. 백설 같은 목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 다래,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망구 장만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콩가지요, 나무꾼 돌아올 제 머루·다래 산과일이로다. 뒷동산 밤·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잘 익은 밤(아람)도 말리어라 철 대어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볕(秋陽)에 마전하고, 쪽물 들이고 잇물 들이니 푸르고 붉음이 색색이라. 부모님 연로(年晩)하니 수의(襚衣)도 유의하고, 그 나머지 마름질하여 자녀의 혼수(婚需) 마련하세. 지붕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그릇(器皿)이라. 댑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타작)에 쓰오리라. 참깨·들깨 거둔 후에 중올벼 타작하고, 담뱃줄·녹두 말을 아쉬운 대로 돈 바꾸라(作錢).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 쾌·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 보세. 햅쌀 술(新稻酒)·오려송편·박나물·토란국을, 선산(先山)에 제물 올리고 이웃집에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 받아 친정(本집)에 근친(覲親) 갈 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반물 치마로 차려입고(裝束) 다시 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蘇復)이 되었느냐. 한가위 밤(仲秋夜) 밝은 달에 지기(志氣) 펴고 놀고 오소. 올해 할 일 못다 하니 내년(明年) 계획(計較) 하오리라. 밀대 베어 더운갈이 보리·밀(牟麥)을 가을갈이(秋耕)하세. 끝끝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사람의 일만 그러할까 하늘의 때(天時)도 이러하니, 반각(半刻)도 쉴 새 없이 마치며 다시 시작하느니.

구월령(九月令)

구월이라 계추(季秋) 되니 한로·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푸른 하늘(碧空)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하는구나. 온 산의 단풍잎(楓葉)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에 노란 국화는 가을빛(秋光)을 자랑한다. 구월 구일 좋은 명절(佳節)이라 화전 부쳐 햇것 올리세(薦新). 절기의 차례(節序)를 따라가며 조상을 추모하고 근본에 보답함(追遠報本)을 잊지 마소. 경치(物色)는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들마당·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물 댄 논(무논)은 베어 깔고 마른논(건답)은 벼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대추벼와 동트기·경상벼라.

들에는 조·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 비단차조·이부꾸리·매눈이콩·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갈라 뒷씨(後種)를 따로 두소.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리고 늙은이는 섬 욱이기, 이웃집 울력하여 제 일하듯 하는 것이, 뒷목 추기·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한편으로 면화 틀기 씨아 소리 요란하니, 틀 차려 기름 짜기 이웃끼리 힘 합하세(合力). 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쌀을 장만할 제,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하오리라, 누런 닭(黃鷄)·흰 술(白酒) 부족할까. 새우젓·계란찌개 상찬(上饌)으로 차려 놓고, 배춧국·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 가마에 앉힌 밥 태반이나 부족하니, 한가을 흔할 적에 지나는 손(過客)도 청하나니, 한 동네 이웃하여 한 들에서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하세. 아무리 일이 많아도(多事) 농사 소(農牛)를 보살펴라. 조피대(조 이삭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시월령(十月令)

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農功)을 마쳐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일 마저 하세. 무·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간 맞춤(鹽淡)을 맞게 하소. 고추·마늘·생강·파에 젓국지·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假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아람 마름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매흙질하기, 창과 문(窓戶)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덧울하고 외양간도 떼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고 겨울 땔나무(過冬柴) 쌓아 두소.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降神)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團子) 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푸짐하다(豊備). 들마당에 차일 치고 동네 모아 자리 펴니(鋪陳),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 하소. 삼현(三絃) 한 패 얻어 오니 화랑이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여민락(與民樂)이 제법이라. 이풍헌·김첨지는 잔말 끝에 취해 쓰러지고(醉倒), 최권농·강약정은 몸을 미끄러뜨리며(體滑) 춤을 춘다. 술 권할(盞進之) 적에 동장님 상좌(上座)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 덕인고. 하늘 은혜(天恩)도 그지없고 나라 운수(國運)도 망극하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과 추위(飢寒)를 면하도다. 향약(鄕約)은 못하여도 동네 규약(洞憲)이야 없을쏘냐. 효제충신(孝悌忠信)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쏘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천신만고 길러 내어 아들 장가 딸 시집(男婚女嫁) 마치오. 제각기 제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쏘냐. 기운이 쇠진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음식·잠자리를 각별히 살펴 드려,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서운하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적에, 중얼거려 대답 말고 화기로 풀어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보는 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뉘었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 없이 한통속으로 네 것 내 것 따지지(計較)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同壻)들이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절로 화목해지리(歸順).

처신(行身)에 먼저 할 일 공순함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쏘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위아래 분수와 의리(上下分義), 높고 낮음(尊卑)이 현격하다. 내 도리 극진하면 죄책을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 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미미한)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한 해의 환자(還上)·신역(身役) 그 무엇 많다 할꼬. 기한 전(限前)에 다 바침이 분수와 의리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세금)을 토지로 등급 나누니(分等), 소출을 생각하면 십분의 일(十一稅)도 못 되나니, 그러나 못 먹으면 재해(災)를 줄여 탕감하리. 이런 일 자세히 알면 나라 세금(王稅)을 거부하랴.

한 동네 몇 호수에 여러 성씨(各姓)가 더불어 사니,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화복(禍福)은 어이할꼬. 혼인 대사 부조하고 상장(喪葬)·우환 보살피며, 물난리·불난리·도적 구원하고 있고 없음 서로 꾸어 주며(有無相貸), 남보다 넉넉한(饒富) 이 욕심(用心) 내어 시비 말고, 그중에 홀아비·과부·고아·독거노인(鰥寡孤獨) 각별히 구휼(救恤)하소. 제각각 정해진 복(分福) 억지로 못하나니, 자네를 헤아려 보아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여 가면 잡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初頭) 그리할까. 우연히 잘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녀들 조심하여 작은 허물 짓지 마소.

십일월령(十一月令)

십일월은 중동(仲冬)이라 대설·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던고. 몇 섬은 환곡으로 바꾸고(換) 몇 섬은 나라 세금(王稅)하고, 얼마는 제사 쌀(祭飯米)이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賭地)도 떼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계(市契) 돈, 장리(長利) 벼를 낱낱이 수습(收刷)하니, 그득하던 것이 나머지가 도무지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農糧)이나 여투리라. 콩기름·우거지로 아침밥 저녁죽(朝飯夕粥)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명절이라 한 가닥 양기(一陽)가 생하도다. 제철 음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冊曆) 나눠 주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해 짧아 덧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공채(公債)·사채(私債)를 막다른 데 몰아넣으니(弓當) 관사(官使)·면임(面任) 아니 온다. 사립문(柴扉)을 닫았으니 초가집(草屋)이 한가하다. 짧은 해(短晷)에 아침저녁 챙기니 절로 틈이 없나니, 등잔불 긴긴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서 잣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껄이니 살림살이(室家)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이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갓 주워 받은 거름 자주 쳐야 모이나니.

십이월령(十二月令)

십이월은 계동(季冬)이라 소한·대한 절기로다. 눈 속(雪中)의 봉우리들(峰巒)은 해 저문 빛이로다. 설 전(歲前)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설 옷(歲時衣服) 장만할 제, 무명·명주 끊어 내어 온갖 물색 들여 내니, 자주·보라·송홧빛(松花色)에 청화·갈매·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 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렸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로 만두 빚소. 설고기(歲肉)는 계(契)를 믿고 북어를 장에 사서, 납향날(臘平날) 창애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콩강정에 곶감·대추·생밤(生栗)이라. 술독(酒樽)에 술 들으니 돌 틈에 샘물 소리, 앞뒷집 떡 치는 소리(打餠聲)는 예도 나고 제도 난다. 새 등잔 세발심지 밤새 켜(長燈) 둘 적에, 윗방·봉당·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 하는구나.

결사(結詞)

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한 해 내내 부지런히 애쓴다(終年勤苦) 하나 그 가운데 낙이 있네. 위로는 나라에 바쳐 쓰고(國家奉用), 사사로이는 조상 제사(祭先)와 부모 봉양(奉親), 형제·처자의 혼사·상사(婚喪) 대사며 먹고 입고 쓰는 것이, 토지의 소출이 아니라면 그 돈(돈지당)을 어이 댈꼬.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배 부려 뱃일(船業)하고 말 부려 장사하기, 전당 잡고 빚 주기와 장판에 변놓기(遞計), 술장사·떡장사며 주막질·가게 보기, 아직은 흔전만전하나 한 번을 뒤뚝하면, 망한 집안(破落戶) 빚꾸러기, 살던 곳 터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나아가고 물러남(進退)이 있고 한 해 농사(年事)도 풍흉이 있어, 물·가뭄·바람·우박(水旱風雹)의 잠시 재앙 없다야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 들여 온 식구(家率)가 한마음이면, 아무리 흉년(殺年)에도 굶어 죽기(餓死)는 면하느니. 제 시골 제 지키어 소동(騷動)할 뜻 두지 마소. 높은 하늘(皇天)이 더없이 어지시어 노하심도 한때로다. 자네도 헤아려 보아 십 년을 가령하면, 일곱 푼은 풍년이요 세 푼은 흉년이라. 천만 가지 생각 말고 농업에 마음을 다하소. 《하소정(夏小正)》·〈빈풍시(豳風詩)〉를 성인이 지었느니,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원문 전문 보기 (한문)

農家月令歌 (농가월령가) 원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는 조선 후기 정학유(丁學游, 1786~1855, 다산 정약용의 차남)가 지은 월령체(月令體) 장편 가사다. 일 년 열두 달의 농사일과 세시풍속·민속 행사를 정월부터 십이월까지 노래하였으며, 서사(序詞·머릿노래)와 결사(結詞)를 앞뒤에 두어 전체 14단락(약 1,032구)으로 구성된다. 농시(農時)·농구·거름·양잠·김장 등 농사 지침과 세배·널뛰기·윷놀이·달맞이 등 세시 풍속을 두루 담아 조선 농촌 생활을 생생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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