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18 인간훈(人間訓)

회남자(淮南子) · 전한 유안 · 번역·감수 허유

「인간훈」은 화복(禍福)의 변화와 이해(利害)의 뒤바뀜을 살펴, 화가 복이 되고 망함이 얻음이 되는 이치를 깨우치는 편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가 실린 곳으로, 인간사의 길흉이 한끝으로 정해지지 않음을 거듭 논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夫禍之來也,人自生之;福之來也,人自成之。禍與福同門,利與害為鄰。

무릇 화가 옴은 사람이 스스로 낸 것이요, 복이 옴은 사람이 스스로 이룬 것이다. 화와 복은 한 문이요, 이로움과 해로움은 이웃이다.

此何遽不為福乎!…… 此何遽不能為禍乎!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으랴! …… 이것이 어찌 화가 되지 않으랴! (새옹지마)

故福之為禍,禍之為福,化不可極,深不可測也。

그러므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됨은 변화가 끝을 다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번역

맑고 고요하며 편안하고 기쁨은 사람의 본성이요, 거동과 규구(規矩)는 일의 제도이다. 사람의 본성을 알면 그 스스로 기름이 어그러지지 않고, 일의 제도를 알면 그 거조(舉錯)가 미혹되지 않는다. 한 끝을 발하여 끝없이 흩어지고 팔극(八極)을 두루 하여 하나로 거두는 것을 일러 마음이라 하고, 근본을 보아 끝을 알고 가리킴을 보아 돌아감을 보며 하나를 잡아 만(萬)에 응하고 요점을 쥐어 자세함을 다스림을 일러 술(術)이라 하며, 지혜의 하는 바에 거하고 지혜의 가는 바에 행하며 지혜의 잡는 바를 일삼고 지혜의 말미암는 바에 움직임을 일러 도(道)라 한다.

말이 입에서 나오면 남에게서 그칠 수 없고, 행함이 가까운 데서 발하면 먼 데서 금할 수 없다. 일은 이루기 어렵고 패하기 쉬우며, 이름은 세우기 어렵고 무너지기 쉽다. 천 리 둑이 땅강아지·개미 구멍으로 새고, 백 길 집이 굴뚝 틈의 연기로 탄다. 요(堯)가 경계하여 이르기를 "두려워하고 떨며 날로 하루를 삼가라. 사람은 산에 엎어지지 않고 개미둑에 엎어진다" 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이 다 작은 해를 가벼이 여기고 미세한 일을 쉽게 여겨 뉘우침이 많다. 환난이 이른 뒤에 근심함은, 병자가 이미 위독해진 뒤에 좋은 의원을 찾음과 같으니, 비록 편작(扁鵲)·유부(俞跗)의 공교함이 있어도 능히 살리지 못한다.

무릇 화가 옴은 사람이 스스로 낸 것이요, 복이 옴은 사람이 스스로 이룬 것이다. 화와 복은 한 문이요, 이로움과 해로움은 이웃이니, 신성한 사람이 아니면 능히 분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물은 더러 덜어서 더해지고 더러 더해서 덜어진다. 어찌 그러함을 아는가? 옛날 초장왕(楚莊王)이 진(晉)을 이기고 돌아와 손숙오(孫叔敖)를 봉하려 하자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종기로 죽으려 할 때 그 아들에게 일러 말하기를 "나는 죽으리니 왕이 반드시 너를 봉할 것이다. 너는 반드시 기름진 땅을 사양하고 모래와 돌 사이에 있는 침구(寑丘)를 받아라. 그 땅은 척박하고 이름이 추하여, 형(荊) 사람은 귀신을 꺼리고 월(越) 사람은 재앙을 꺼려 아무도 이롭게 여기지 않으리라" 하였다. 손숙오가 죽자 왕이 과연 그 아들을 기름진 땅으로 봉하려 하니, 그 아들이 사양하고 침구를 청하였다. 초나라 풍속에 공신은 이세(二世)면 작록을 거두는데, 오직 손숙오만이 홀로 남았으니, 이것이 이른바 덜어서 더해진 것이다. 무엇을 더해서 덜어짐이라 하는가? 옛날 진여공(晉厲公)이 남으로 초를 치고 동으로 제를 치며 서로 진(秦)을 치고 북으로 연(燕)을 쳐, 군사가 천하에 횡행하되 막힘이 없고 위엄이 사방에 복종하되 굽힘이 없어 마침내 제후를 가릉(嘉陵)에 모았다. 기운이 차고 뜻이 교만하여 사치가 도를 넘고 만민을 학대하며, 안으로 보필하는 신하가 없고 밖으로 제후의 도움이 없었다. 대신을 죽이고 아첨하는 자를 가까이하더니, 이듬해 (사냥) 나갔다가 난서(欒書)·중행언(中行偃)에게 위협당해 가두어져 석 달 만에 죽었다. 무릇 싸워 이기고 쳐서 취하여 땅이 넓고 이름이 높음은 천하가 바라는 바이나, 마침내 몸이 죽고 나라가 망했으니, 이것이 이른바 더해서 덜어진 것이다. 뭇사람은 다 이로움을 이로워하고 병을 병으로 여길 줄 알되, 오직 성인만이 병이 이로움 됨을 알고 이로움이 병 됨을 안다. 공자가 『역(易)』을 읽다 손(損)·익(益)에 이르러 일찍이 분연히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어 말하기를 "더하고 덜음은 왕자의 일이로다! 일이 더러 이롭게 하려다 도리어 해치기에 족하고, 더러 해치려다 도리어 이롭게 한다. 이해의 뒤바뀜과 화복의 문호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이하 양호(陽虎)가 노나라에서 난을 일으켜 빠져나간 고사, 초공왕(楚恭王)이 언릉에서 싸우다 사마자반(司馬子反)이 술에 취해 죽임당한 고사, 악양(樂羊)이 자식의 살로 끓인 국을 마셔 공을 세우고도 의심받은 고사, 진서파(秦西巴)가 새끼 사슴을 차마 못 죽여 죄를 짓고도 더욱 신임받은 고사 등 "이롭게 하려다 해치고 해치려다 이롭게 함"의 사례가 차례로 이어진다.) 무릇 새끼 사슴 하나도 차마 못 하거늘, 또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이를 일러 죄가 있고도 더욱 신임받음이라 한다. 그러므로 나아감과 버림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지백(智伯)이 위·한·조에 땅을 구하다 진양에서 사로잡힌 고사, 진헌공(晉獻公)이 우(虞)에 길을 빌려 괵(虢)을 친 "가도멸괵(假道滅虢)"의 고사 등을 들어, 빼앗으려다 도리어 빼앗기고 줌으로써 도리어 취함을 논한다.) 무릇 우(虞)와 괵(虢)은 수레에 바퀴가 있어 바퀴가 수레에 의지하고 수레가 또한 바퀴에 의지함과 같으니, 우와 괵이 서로 의지하는 형세이다. 만약 길을 빌려 주면 괵이 아침에 망하고 우가 저녁에 그것을 좇으리라. 우공(虞公)이 듣지 않고 마침내 길을 빌려 주니, 순식(荀息)이 괵을 쳐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우를 쳐 또한 함락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주고서 도리어 취함이다.

성왕이 덕을 펴고 은혜를 베풂은 백성에게 보답을 구함이 아니요, 교제(郊祭)·체제(禘祭)를 지냄은 귀신에게 복을 구함이 아니다. 산이 그 높음을 다하매 구름이 일고, 물이 그 깊음을 다하매 교룡이 생기며, 군자가 그 도를 다하매 복록이 돌아온다. 무릇 그늘에 덕을 쌓은 자는 반드시 밝은 보답이 있고, 그늘에 행함이 있는 자는 반드시 밝은 이름이 있다. 옛날에 도랑과 둑을 닦지 않아 물이 백성의 해가 되매 우(禹)가 용문(龍門)을 뚫고 이궐(伊闕)을 열어 수토를 다스려 백성이 뭍에 처하게 하였고, 백성이 친하지 않고 오품(五品)이 삼가지 않매 설(契)이 군신의 의와 부자의 친과 부부의 분별과 장유의 차례를 가르쳤으며, 들이 닦이지 않아 백성의 먹이가 부족하매 후직(后稷)이 땅을 일구고 풀을 개간하며 거름 주어 곡식 심기를 가르쳐 백성을 풍족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세 임금의 후예가 왕 노릇 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그늘에 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나라의 선행을 좋아하던 집이 까닭 없이 흰 송아지가 나고 부자가 눈멀었다가 초나라 침공에서 도리어 화를 면한 고사로써 "화복의 뒤바뀜이 서로 낳아 그 변화를 보기 어려움"을 보인다. 이어 「새옹지마」의 고사가 나온다.) 변방 가까이 술수에 능한 자가 있었는데, 말이 까닭 없이 달아나 오랑캐 땅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다 위로하니 그 아비가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으랴!" 하였다. 몇 달 지나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오니, 사람들이 다 하례하였다. 그 아비가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 화가 되지 않으랴!" 하였다. 집에 좋은 말이 많아지자 그 아들이 말 타기를 좋아하다 떨어져 넓적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다 위로하니 그 아비가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으랴!" 하였다. 한 해 지나 오랑캐가 크게 변방으로 쳐들어오매 장정들이 활을 당겨 싸워 변방 가까운 사람이 열에 아홉이 죽었으나, 이 사람만은 다리를 전 까닭에 부자가 서로 보전하였다. 그러므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됨은 변화가 끝을 다할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고양퇴(高陽魋)가 생나무로 집을 지었다 무너진 고사로 "말은 곧으나 쓸 수 없음"을, 정곽군(靖郭君)이 "바다의 큰 물고기(海大魚)" 비유를 듣고 설(薛)에 성 쌓기를 그친 고사로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어긋나나 실상에 합함"을 보인다. 이어 진문공(晉文公)이 성복(城濮)에서 싸울 때 구범(咎犯)의 "한때의 권도(權)"보다 옹계(雍季)의 "만세의 이로움"을 뒤에 두고도 상은 먼저 준 고사, 장맹담(張孟談)이 진양을 구한 고사, 서문표(西門豹)·해편(解扁)의 다스림 등 "공이 있으나 죄가 되고 죄가 있으나 상이 됨"의 사례가 이어진다.) 진문공이 일러 말하기를 "구범의 말은 한때의 권도요, 옹계의 말은 만세의 이로움이다. 내 어찌 한때의 권도를 먼저 하고 만세의 이로움을 뒤로 하랴!" 하였다.

(중항목백(中行穆伯)이 아첨하는 자를 써서 고(鼓)를 얻지 않은 고사, 진목공(秦穆公)이 정(鄭)을 습격하려다 현고(弦高)의 기지로 물러난 고사, 신숙시(申叔時)가 진(陳)을 멸하지 않도록 간한 고사 등으로 "어진 임금은 구차히 얻지 않고 충신은 구차히 이롭게 하지 않음"을, 그리고 "임금을 위해 덕을 높이는 자는 패자가 되고 임금을 위해 땅을 넓히는 자는 멸한다"는 이치를 보인다.) 무릇 임금을 위해 덕을 높이는 자는 패자가 되고, 임금을 위해 땅을 넓히는 자는 멸한다. 그러므로 천승의 나라가 문덕(文德)을 행하면 왕 노릇 하니 탕·무가 그러하고, 만승의 나라가 땅 넓히기를 좋아하면 망하니 지백이 그러하다.

(노자의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를 인용하고, 비무기(費無忌)가 태자 건(建)을 참소한 고사, 진변자(陳駢子)가 헐뜯음 덕에 도리어 이로워진 고사, 노나라 사람이 아비 원수를 갚고 침착함으로 살아난 고사 등으로 "기림이 화가 되고 헐뜯음이 복이 되며, 더딤이 빠름이 됨"을 보인다.) 무릇 더딤이 빠름 됨과 느림이 빠름 됨을 아는 자는 도에 가깝다. 그러므로 황제(黃帝)가 그 검은 구슬(玄珠)을 잃어 이주(離朱)·끽후(喫詬)를 시켜 찾게 해도 얻지 못하다가, 망상(罔象)을 시킨 뒤에야 능히 얻었다.

(제(齊)의 진성상(陳成常)·재여(宰予)의 다툼, 노(魯)의 계씨(季氏)·후씨(郈氏)의 닭싸움이 사직을 위태롭게 한 고사로 "작은 데서 큰 화가 생김"을 보인다. 진(晉) 공자 중이(重耳)가 조(曹)에서 무례를 당해 뒷날 조를 멸한 고사, 태재 자주(子朱)가 영윤 자국(子國)의 가벼운 행실을 보고 미리 벼슬을 떠난 고사 등으로 "환난을 미리 막음이 환난을 구함보다 쉬움"을 논한다.) 사람이 다 환난을 구하는 대비에 힘쓰되 환난이 생기지 않게 할 줄을 모른다. 무릇 환난이 생기지 않게 함이 환난을 구함보다 쉬운데도 힘쓰지 못하니, 더불어 술(術)을 말할 수 없다.

(진목공이 정을 습격하려다 호(胡)를 대비하고 월(越)을 이롭게 하려던 진(秦)이 도리어 안에서 무너진 고사, 노애공(魯哀公)이 서쪽으로 집 넓히기를 점쟁이가 막으려다 도리어 그치게 한 고사, 공자가 마부를 시켜 농부를 설득한 고사 등으로 "다투어 막으려다 도리어 굳히고, 순순히 따르다 도리어 그침"을 논한다.) 지혜로운 자는 길을 떠나 도를 얻고, 어리석은 자는 길을 지키다 길을 잃는다. (서언왕(徐偃王)이 인의로 망하고, 연자쾌(燕子噲)가 인을 행하다 망한 고사로 "인의·유묵(儒墨)이 그른 것이 아니라 때에 맞지 않게 쓰면 사로잡힘"을 보인다.) 인의·유묵이 행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세상이 아닌데 쓰면 사로잡힌다.

하늘이 하는 바를 알고 사람이 행하는 바를 알면, 세상에 맡길 수 있다. 하늘을 알되 사람을 모르면 세속과 사귈 수 없고, 사람을 알되 하늘을 모르면 도와 더불어 노닐 수 없다. (단표(單豹)가 안을 길렀으나 범에게 먹히고, 장의(張毅)가 밖을 닦았으나 안의 열병으로 죽은 고사로 "도를 얻은 선비는 밖으로 화하되 안으로 화하지 않음"을 보인다.) 도를 얻은 선비는 밖으로 화하되 안으로 화하지 않으니, 밖으로 화함은 남에게 들어가는 까닭이요, 안으로 화하지 않음은 그 몸을 온전히 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안에 일정한 지조가 있고 밖으로 능히 굽히고 펴며 줄이고 펼쳐 사물을 따라 옮기므로, 만 번 들어도 빠지지 않는다.

(전자방(田子方)이 늙은 말을 속(贖)하고 제장공(齊莊公)이 사마귀를 피한 고사로 "작은 데서 행하면 큰 데로 미침"을, 손숙오(孫叔敖)가 물을 터 들을 적신 고사 등으로 "작고 미세한 데서 드러나되 큰 이치에 통함"을 보인다. 위(衛)나라 임금이 오(吳)에 갇혔을 때 자공(子貢)이 태재 비(嚭)를 설득해 구한 고사, 노애공이 큰 집 짓기를 공선자(公宣子)가 세 번 간하여 한 번 들은 고사 등으로 "설득은 말미암는 도가 있음"을 논한다.) 무릇 사물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없으나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이어 "닮았으나 그른 것(類之而非), 닮지 않았으나 옳은 것(非類而是), 그러한 듯하나 그렇지 않은 것(若然而不然), 그렇지 않은 듯하나 그러한 것(不然而若然)"의 네 가지를 우씨(虞氏)의 망함, 백공승(白公勝)의 난, 자발(子發)이 형벌받은 자에게 도리어 살아난 고사, 월왕 구천(句踐)이 부차(夫差)를 사로잡은 고사로써 보인다.) 무릇 일이 알기 어려운 까닭은 그 실마리를 숨기고 자취를 감추며 공(公)에 사(私)를 세우고 바름에 사악함을 기대어, 이로써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안에 품은 바와 밖에 드러난 바가 부절(符節)을 맞춤 같다면, 천하에 망한 나라와 패한 집이 없을 것이다. 무릇 여우가 꿩을 잡을 때 반드시 먼저 몸을 낮추고 귀를 늘여 그 옴을 기다리니, 꿩이 보고 믿는 까닭에 사로잡을 수 있다. 만약 여우가 눈을 부릅뜨고 보아 반드시 죽일 형세를 보이면, 꿩 또한 놀라 멀리 날아 그 노여움을 피할 줄 안다. 무릇 사람의 거짓이 서로 속임은 곧 짐승의 속이는 꾀에 그치지 않으니, 물류가 서로 닮아 그러한 듯하나 밖으로 논할 수 없는 것이 많고 알기 어려우니, 그러므로 살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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