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15 병략훈(兵略訓)
「병략훈」은 전쟁의 근본과 용병(用兵)의 도를 논하는 편이다. 군사는 폭란을 금하고 백성의 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며, 이김의 근본은 정치(政)에 있고 무형(無形)의 도를 얻은 자라야 천하를 제압한다고 말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古之用兵者,非利土壤之廣而貪金玉之略,將以存亡繼絕,平天下之亂,而除萬民之害也。
옛날에 군사를 쓴 자는 토양의 넓음을 이롭게 여기거나 금옥의 탈취를 탐한 것이 아니라, 망한 것을 보존하고 끊어진 것을 잇고 천하의 어지러움을 평정하여 만민의 해를 없애려는 것이었다.
兵之勝敗,本在於政。政勝其民,下附其上,則兵強矣。
군사의 이기고 짐은 본래 정치에 있다. 정치가 그 백성을 이겨 아래가 위에 붙으면 군사가 강하다.
善守者無與禦,而善戰者無與鬥。
잘 지키는 자는 더불어 막을 자가 없고, 잘 싸우는 자는 더불어 다툴 자가 없다.
번역
옛날에 군사를 쓴 자는 토양의 넓음을 이롭게 여기거나 금옥(金玉)의 탈취를 탐한 것이 아니라, 망한 것을 보존하고 끊어진 것을 잇고 천하의 어지러움을 평정하여 만민의 해를 없애려는 것이었다. 무릇 피와 기운 있는 벌레로 이를 머금고 뿔을 띠며 앞에 발톱이 있고 뒤에 발굽이 있는 것은, 뿔 있는 것은 들이받고 이 있는 것은 물며 독 있는 것은 쏘고 발굽 있는 것은 찬다. 기뻐서 서로 놀고 노하여 서로 해침은 하늘의 본성이다. 사람은 입고 먹을 정(情)이 있으나 사물이 능히 족하게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무리 지어 섞여 살매 몫이 고르지 않고 구함이 만족되지 못하면 다투고, 다투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협하고 용맹한 자가 겁 많은 자를 침범한다. 사람은 근골의 강함과 발톱과 이의 날카로움이 없으므로 가죽을 갈라 갑옷을 만들고 쇠를 녹여 칼날을 만들었다. 탐욕스러운 사람이 천하를 잔학히 하여 만인이 동요해 그 거처를 편안히 못하면, 성인이 발연히 일어나 강포함을 치고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여 험함을 평탄히 하고 더러움을 없애, 흐림을 맑음으로 삼고 위태로움을 편안함으로 삼으므로 부득이 중도에 끊지 않을 수 없다. 군사가 말미암아 온 바가 오래되었도다! 황제(黃帝)가 일찍이 염제(炎帝)와 싸웠고, 전욱(顓頊)이 일찍이 공공(共工)과 다투었다. 그러므로 황제는 탁록(涿鹿)의 들에서 싸웠고, 요는 단수(丹水)의 물가에서 싸웠으며, 순은 유묘(有苗)를 쳤고, 계(啟)는 유호(有扈)를 공격했다. 오제(五帝)로부터 능히 그치지 못했거늘, 또 하물며 쇠한 세상에 있어서랴!
무릇 군사란 폭란을 금하고 어지러움을 치는 것이다. 염제가 화재(火災)를 일으키므로 황제가 그를 사로잡고, 공공이 수해(水害)를 일으키므로 전욱이 그를 베었다. 도로써 가르치고 덕으로써 이끌어도 듣지 않으면 위무(威武)로 임하고, 위무로 임하여도 좇지 않으면 병혁(兵革)으로 제어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군사를 씀은, 빗으로 머리를 빗고 호미로 싹을 매듯 하여 없애는 바는 적고 이롭게 하는 바는 많다. 죄 없는 백성을 죽여 의 없는 임금을 기름은 해가 그보다 큼이 없고, 천하의 재물을 다하여 한 사람의 욕심을 채움은 화가 그보다 깊음이 없다. 가령 걸·주가 백성에게 해를 끼치자 곧 그 환난을 입었다면 포락(炮烙)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요, 진여공(晉厲)과 송강왕(宋康)이 한 가지 불의를 행하자 몸이 죽고 나라가 망했다면 침탈하여 사납게 됨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네 임금은 모두 작은 허물이 있었으나 아무도 치지 않았으므로, 천하를 흔들고 백성을 해쳐 한 사람의 사악함을 멋대로 하여 해내의 화를 길게 함에 이르렀으니, 이는 큰 윤리로 취하지 않는 바이다. 임금을 세운 까닭은 폭란을 금하고 어지러움을 치기 위함이다. 이제 만민의 힘을 타고 도리어 잔적(殘賊)이 되니, 이는 범에게 날개를 달아 줌이라, 어찌 없애지 않으랴! 무릇 못의 물고기를 기르는 자는 반드시 수달을 없애고, 새와 짐승을 기르는 자는 반드시 승냥이와 이리를 없애거늘, 또 하물며 사람을 다스림에 있어서랴!
그러므로 패왕의 군사는 의론으로 헤아리고 책략으로 도모하며 의로써 붙드니, 망함으로써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차 망한 것을 보존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국의 임금이 백성에게 학정을 더함이 있다 들으면 군사를 일으켜 그 경계에 임하여, 불의로써 책망하고 지나친 행실로써 꾸짖는다. 군사가 그 교외에 이르면 군사(軍師)에게 영하기를 "나무를 베지 말고, 무덤을 파헤치지 말며, 오곡을 태우지 말고, 쌓아둔 것을 불사르지 말며, 백성을 사로잡지 말고, 여섯 가축을 거두지 말라" 한다. 이에 호령을 내려 이르기를 "그 나라의 임금이 하늘을 업신여기고 귀신을 모독하며 옥사를 무고한 자에게 결단하고 죄 없는 자를 죽였으니, 이는 하늘이 베려는 바요 백성이 원수로 여기는 바이다. 군사가 옴은 불의를 없애고 다시 덕을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하늘의 도를 거스르고 백성의 적을 거느리는 자는 몸이 죽고 일족이 멸하리라. 집으로써 따르는 자는 집으로써 녹을 주고, 마을로써 따르는 자는 마을로써 상 주며, 향(鄉)으로써 따르는 자는 향으로써 봉하고, 현(縣)으로써 따르는 자는 현으로써 후(侯)로 삼으리라" 한다. 나라를 이겨도 그 백성에게 미치지 않고, 그 임금을 폐하고 그 정사를 바꾼다. 그 뛰어난 선비를 높이고 그 어진 이를 드러내며, 그 외롭고 홀로된 이를 떨쳐 일으키고 그 가난하고 궁한 이를 구휼하며, 그 옥에 갇힌 이를 내보내고 그 공 있는 이에게 상 준다. 백성이 문을 열고 기다리며 쌀을 일어 쌓아두고 오지 않을까 두려워할 뿐이니, 이것이 탕·무가 왕에 이르고 제환공(齊桓公)이 패업을 이룬 까닭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무도하면 백성이 군사를 생각함이 가뭄에 비를 바라고 목마름에 마실 것을 구함과 같으니, 무릇 누구와 더불어 칼날을 맞대어 싸우랴! 그러므로 의로운 군사가 이름은 싸우지 않고 그치는 데 이른다.
쇠한 세상의 군사는 임금이 비록 무도하여도 도랑과 참호를 두고 성가퀴에 붙어 지키지 않음이 없으며, 공격하는 자도 폭란을 금하고 해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땅을 침범하여 영토를 넓히려 한다. 그러므로 주검이 엎어지고 피가 흐르며 날로써 서로 버티는 데 이르되 패왕의 공이 대대로 나오지 못함은, 자기를 위하는 까닭이다. 무릇 땅을 위해 싸우는 자는 그 왕업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를 위해 싸우는 자는 그 공을 세우지 못한다. 일을 들되 남을 위하는 자는 무리가 돕고, 일을 들되 자기를 위하는 자는 무리가 떠난다. 무리가 돕는 바는 비록 약해도 반드시 강하고, 무리가 떠나는 바는 비록 커도 반드시 망한다. 군사는 도를 잃으면 약하고 도를 얻으면 강하며, 장수는 도를 잃으면 졸하고 도를 얻으면 공교하며, 나라는 도를 얻으면 존속하고 도를 잃으면 망한다. 이른바 도란, 몸은 둥글고 법은 모나며 음을 등지고 양을 안으며 왼쪽은 부드럽고 오른쪽은 강하며 그윽함을 밟고 밝음을 인다. 변화가 떳떳함이 없되 하나의 근원을 얻어 무방(無方)에 응하니, 이를 일러 신명(神明)이라 한다.
무릇 둥근 것은 하늘이요, 모난 것은 땅이다. 하늘은 둥글어 끝이 없으므로 볼 수 없고, 땅은 모나 가가 없으므로 그 문을 엿볼 수 없다. 하늘은 화육하되 형상이 없고, 땅은 생장하되 헤아림이 없어, 혼혼하고 침침하니 누가 그 갈무리를 알랴. 무릇 사물은 조짐이 있으되 오직 도만이 조짐이 없다. 조짐이 없는 까닭은 떳떳한 형세가 없기 때문이다. 수레바퀴 굴러 끝없음은 일월의 운행을 본뜸이요, 봄가을이 갈마들고 일월에 밤낮이 있어 끝나면 다시 시작하고 밝다가 다시 어두워짐과 같아, 능히 그 벼리를 얻지 못한다. 형(刑)을 제어하되 형이 없으므로 공을 이룰 수 있고, 사물을 사물 되게 하되 사물이 되지 않으므로 이겨도 굽히지 않는다. 형은 군사의 극치이니, 형이 없음에 이르면 극치라 할 만하다. 그러므로 큰 군사는 상함이 없어 귀신과 통하고, 다섯 병기가 날카롭지 않아도 천하가 감히 당하지 못한다. 세운 북이 곳간을 나가지 않아도 제후가 두려워 떨고 간담이 무너지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묘당에서 싸우는 자는 제(帝)가 되고 신묘히 교화하는 자는 왕이 된다. 이른바 묘당에서 싸운다 함은 하늘의 도를 본받음이요, 신묘히 교화한다 함은 사시를 본받음이다. 경내에서 정사를 닦으면 먼 곳이 그 덕을 사모하고, 싸우기 전에 이김을 제어하면 제후가 그 위엄에 복종하니, 안의 정치가 다스려진 것이다.
옛날에 도를 얻은 자는 고요하면 천지를 본받고 움직이면 일월을 따르며, 기뻐하고 노함이 사시에 합하고 부르짖음이 우레에 비기며, 음기(音氣)가 팔풍(八風)을 거스르지 않고 굽히고 폄이 다섯 도수를 어기지 않았다. 아래로 비늘과 껍질에 이르고 위로 털과 깃에 미쳐, 가지가 뻗고 잎이 꿰이듯 만물 백 족속이 근본에서 끝까지 차례 없음이 없었다. 그러므로 작은 데 들어가도 핍박하지 않고 큰 데 처해도 빈틈없으며, 쇠와 돌에 스미고 풀과 나무를 적시어, 우주 육합과 가는 털끝까지 순히 따르지 않음이 없었다. 도가 스며 적심이 부드럽고 가늘어 있지 않은 데가 없으므로, 그래서 이기는 권능이 많다. 무릇 활쏘기는 헤아림과 도수가 맞지 않으면 표적을 맞히지 못하고, 천리마는 한 마디라도 쓰이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르지 못한다. 무릇 싸워 이기지 못함은 북 치는 날의 일이 아니라, 평소의 행실에 형(刑)이 없은 지 오램이다. 그러므로 도를 얻은 군사는 수레가 굴대 비녀를 떼지 않고 기병이 안장을 얹지 않으며, 북이 먼지를 떨치지 않고 깃발이 말림을 풀지 않으며, 갑옷이 화살을 떠나지 않고 칼날이 피를 맛보지 않으며, 조정이 자리를 바꾸지 않고 장사꾼이 가게를 떠나지 않으며 농부가 들을 떠나지 않는다. 의로써 부르고 책망하면 큰 나라가 반드시 조회하고 작은 성이 반드시 항복한다. 백성의 욕심을 따르고 백성의 힘을 타서 그들을 위해 잔적을 없앤다. 그러므로 이로움이 같으면 서로 죽고, 정(情)이 같으면 서로 이루며, 욕심이 같으면 서로 돕는다. 도를 따라 움직이면 천하가 향하고, 백성을 따라 꾀하면 천하가 싸운다. 사냥하는 자가 짐승을 좇아 수레가 달리고 사람이 달려 각기 그 힘을 다함은, 형벌의 위엄이 없어도 서로 막고 지키게 됨은 이로움이 같기 때문이요, 한 배로 강을 건너다 갑자기 풍파를 만나면 온갖 족속의 자식들이 좌우의 손처럼 노를 잡아 젓되 서로 덕으로 여기지 않음은 그 근심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이 군사를 씀은 천하를 위해 해를 없애고 만민과 더불어 그 이로움을 함께 쓰는 것이다. 백성이 쓰임이 됨은 자식이 아비를 위하고 아우가 형을 위함과 같다. 위엄이 더해지는 바는 산이 무너지고 둑이 터지는 듯하니 적이 누가 감히 당하랴!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자는 그 스스로를 위한 쓰임을 쓰고, 군사를 잘 못 쓰는 자는 그 자기를 위한 쓰임을 쓴다. 그 스스로를 위한 쓰임을 쓰면 천하에 쓸 수 없는 자가 없고, 그 자기를 위한 쓰임을 쓰면 얻는 바가 적다. 군사에 세 등급이 있으니, 나라를 다스리고 경내를 정리하며 인의를 행하고 덕혜를 베풀며 바른 법을 세우고 사악한 길을 막아, 뭇 신하가 친히 따르고 백성이 화목하며 위아래가 한마음이 되고 임금과 신하가 힘을 같이하여, 제후가 그 위엄에 복종하고 사방이 그 덕을 품으며, 묘당 위에서 정사를 닦아 천 리 밖에서 적을 꺾고 손 모아 읍하고 가리켜 천하가 응하는 것, 이것이 용병의 으뜸이다. 땅이 넓고 백성이 많으며 임금이 어질고 장수가 충성되며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가 강하며 약속이 미덥고 호령이 밝아, 두 군대가 마주하여 북과 술잔이 서로 바라보되 아직 칼날을 맞대기 전에 적이 도망하는 것, 이것이 용병의 다음이다. 토지의 마땅함을 알고 험한 데의 이로움을 깃들이며 기정(奇正)의 변화를 밝히고 행진(行陳)의 풀고 맺음의 법수를 살펴, 북채를 들어 북치매 흰 칼날이 합하고 흐르는 화살이 맞아, 피를 밟고 창자를 잇대며 죽은 자를 싣고 다친 자를 부축해 피가 천 리를 흐르고 드러난 뼈가 마당에 가득한 뒤에야 이김을 결단하는 것, 이것이 용병의 아래이다.
이제 천하가 모두 그 끝을 다스릴 줄만 알고 그 근본을 닦기에 힘쓸 줄 모르니, 그 뿌리를 놓고 그 가지를 심는 것이다. 무릇 군사가 이김을 돕는 것은 많으나 반드시 이기게 하는 것은 적다. 갑옷이 굳고 병기가 날카로우며 수레가 견고하고 말이 좋으며 비축이 넉넉하고 사졸이 빽빽함, 이것은 군의 큰 자산이나 거기에 이김이 없다. 별과 일월의 운행, 형덕(刑德)과 기이한 도수, 등지고 향함과 좌우의 편의에 밝음, 이것은 싸움의 도움이나 거기에 온전함이 없다. 어진 장수가 반드시 이기는 까닭은 늘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도라 할 수 없는 도가 있어 무리와 함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하 다섯 관(官)의 직분과 그것이 모두 이김을 돕는 도구일 뿐 반드시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님을 논함은 생략 없이 다음과 같다.) 무릇 형벌을 의론하고 삼가며 동정을 때맞추고 관리와 사졸을 분별하며 병기와 갑옷을 다스리고 행렬을 바로 하며 십백(什伯)을 잇고 북과 기를 밝힘, 이것은 위(尉)의 직분이다. 앞뒤로 험함과 평탄함을 알고 적을 보아 어렵고 쉬움을 알며 척후를 발하여 빠뜨림을 잊지 않음, 이것은 후(候)의 직분이다. 길을 빠르게 하고 치중(輜重)의 행렬을 다스리며 부세(賦)와 길이를 고르게 하고 군사 머무는 데를 화목하게 하며 우물과 부엌을 통하게 함, 이것은 사공(司空)의 직분이다. 뒤에 거두어 갈무리하고 진을 옮기되 떠나지 않으며 함부로 수레가 없고 빠뜨린 치중이 없음, 이것은 수레의 직분이다. 무릇 이 다섯 관이 장수에게 있어 몸에 다리·팔·손·발이 있음과 같다. 반드시 그 사람을 가려 그 재능을 기능에 맞추어, 관이 그 임무를 이기게 하고 사람이 그 일에 능하게 하라. 정사로써 고하고 영(令)으로써 펴서, 범과 표범에게 발톱과 이가 있고 나는 새에게 여섯 깃이 있듯 하면 쓰이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다 이김을 돕는 도구일 뿐 반드시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의 이기고 짐은 본래 정치에 있다. 정치가 그 백성을 이겨 아래가 위에 붙으면 군사가 강하고, 백성이 그 정치를 이겨 아래가 위를 배반하면 군사가 약하다. 그러므로 덕과 의가 천하의 백성을 품기에 족하고, 사업이 천하의 다급함을 당하기에 족하며, 선발과 천거가 어진 선비의 마음을 얻기에 족하고, 모려(謀慮)가 강약의 형세를 알기에 족함, 이것이 반드시 이기는 근본이다.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도 강함이 되기에 족하지 못하고, 갑옷이 굳고 병기가 날카로워도 이김이 되기에 족하지 못하며, 성이 높고 못이 깊어도 굳음이 되기에 족하지 못하고, 영이 엄하고 형벌이 번다해도 위엄이 되기에 족하지 못하다. 보존하는 정치를 하는 자는 비록 작아도 반드시 보존되고, 망하는 정치를 하는 자는 비록 커도 반드시 망한다. 옛날 초(楚)나라 땅은 (광대하고 형세가 험준했으나) 마침내 수사(垂沙)에서 위태롭고 백거(栢舉)에서 무리가 깨졌으니, 초나라의 강함이 땅을 헤아리고 무리를 헤아려 천하를 가운데 나누었으나, 회왕(懷王)이 북으로 맹상군(孟嘗君)을 두려워하여 사직 지킴을 등지고 몸을 강한 진(秦)에 맡겨 군사가 꺾이고 땅이 깎여 몸이 죽고 돌아오지 못했다. 이세황제(二世皇帝)는 형세가 천자가 되어 천하를 부유히 가졌으니, 사람 발길 닿는 곳과 배 통하는 곳이 군현 아님이 없었으나, 이목의 욕심을 멋대로 하고 사치의 변화를 다하며 백성의 굶주림과 궁핍을 돌아보지 않았다. 만승의 가마를 일으켜 아방궁(阿房宮)을 짓고 여좌(閭左)의 수자리를 발하며 태반의 부세를 거두어, 백성이 좇아 잡혀 형벌받고 수레 끌다 길에서 죽는 자가 하루아침에 천만의 수를 알 수 없었다. 천하가 들끓어 마치 타는 듯하고 기울어 마치 데는 듯하여, 위아래가 서로 편안치 못하고 관민이 서로 의지하지 못했다. 수자리 군졸 진승(陳勝)이 대택(大澤)에서 일어나 팔을 걷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 대초(大楚)라 일컬으매 천하가 응했다. 이때 굳은 갑옷과 날카로운 병기, 강한 쇠뇌가 있은 것이 아니라, 가시나무 대추나무를 베어 자루를 삼고 송곳과 끌을 둘러 칼날을 삼아, 베고 깎아 메고 휘둘러 긴 창과 강한 쇠뇌에 맞서 성을 치고 땅을 빼앗아 항복하지 않음이 없으니, 천하가 이로 인해 죽 끓듯 개미 움직이듯 구름처럼 걷히고 자리처럼 말려 사방 수천 리에 이르렀다. 형세와 자리는 지극히 천하고 병기는 심히 이롭지 못하나, 한 사람이 부르매 천하가 응한 것은 쌓인 원망이 백성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무왕이 주(紂)를 칠 때 동으로 향해 세성(歲星)을 맞이하고, 사수(汜水)에 이르매 물이 불고, 공두(共頭)에 이르매 무너지며, 혜성이 나와 은(殷) 사람에게 그 자루를 주었다. 싸울 때 열흘이 위에서 어지럽고 비바람이 가운데서 쳤으나, 앞에 어려움을 밟는 상이 없고 뒤에 달아나 도망하는 형벌이 없어, 흰 칼날을 다 뽑지 않고도 천하를 얻었다.
그러므로 잘 지키는 자는 더불어 막을 자가 없고, 잘 싸우는 자는 더불어 다툴 자가 없으니, 막고 놓고 열고 닫는 도에 밝아 시세를 타고 백성의 욕심을 따라 천하를 취한다. 그러므로 정사를 잘하는 자는 그 덕을 쌓고, 군사를 잘 쓰는 자는 그 노여움을 쌓는다. 덕이 쌓이면 백성을 쓸 수 있고, 노여움이 쌓이면 위엄을 세울 수 있다. 그러므로 문(文)을 더하는 바가 얕으면 형세로 이기는 바가 작고, 덕을 베푸는 바가 넓으면 위엄으로 제어하는 바가 넓다. 위엄으로 제어하는 바가 넓으면 나는 강하고 적은 약하다.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자는 먼저 적을 약하게 한 뒤에 싸우므로, 비용이 반도 안 되어 공이 절로 배가 된다. 탕은 땅이 사방 칠십 리로 왕 노릇 했으니 덕을 닦은 것이요, 지백(智伯)은 천 리의 땅을 가지고도 망했으니 무력을 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천승의 나라가 문덕(文德)을 행하면 왕 노릇 하고, 만승의 나라가 군사 쓰기를 좋아하면 망한다. 그러므로 온전한 군사는 먼저 이기고 뒤에 싸우며, 패하는 군사는 먼저 싸우고 뒤에 이김을 구한다. 덕이 같으면 무리 많은 자가 적은 자를 이기고, 힘이 대적하면 지혜로운 자가 어리석은 자를 이기며, 지혜가 같으면 법수 있는 자가 법수 없는 자를 사로잡는다. 무릇 군사를 쓰는 자는 반드시 먼저 스스로 묘당에서 싸운다. 임금은 누가 어진가? 장수는 누가 능한가? 백성은 누가 따르는가? 나라는 누가 다스려졌는가? 비축은 누가 많은가? 사졸은 누가 정예한가? 갑옷과 병기는 누가 날카로운가? 기구와 대비는 누가 편한가? 그러므로 묘당 위에서 산가지를 굴려 천 리 밖에서 이김을 결단한다.
무릇 형체와 구획이 있는 것은 천하가 다투어 보고, 책으로 된 것은 세상 사람이 전하여 배운다. 이는 모두 형체로써 이기는 것이다. 형체를 잘 쓰는 자는 본받지 않으니, 도에서 귀히 여기는 바는 그 형체 없음을 귀히 여기는 것이다. 형체가 없으면 제압당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속일 수 없고 헤아려 꾀할 수 없다. 지혜가 드러나는 자는 사람이 그를 꾀하고, 형체가 드러나는 자는 사람이 그를 공격하며, 무리가 드러나는 자는 사람이 그에게 굴복시키고, 기구가 드러나는 자는 사람이 그를 대비한다. 동작이 두루 돌고 굽고 펴서 속일 만한 것은 다 잘하는 자가 아니다. 잘하는 자의 움직임은 신이 나오고 귀신이 가듯, 별이 빛나고 그윽함이 좇듯, 나아가고 물러나며 굽히고 펴되 조짐을 보이지 않고, 난새가 날고 기린이 떨치며 봉황이 날고 용이 오르듯 한다. 발하기는 가을바람 같고 빠르기는 놀란 용 같으며, 산 자로써 죽은 자를 치고 성한 자로써 쇠한 자를 타며, 빠른 자로써 더딘 자를 가리고 배부른 자로써 주린 자를 제압한다. 물로 불을 끄고 끓는 물로 눈을 녹이는 듯하니, 어디 간들 이루지 못하며 무엇에 쓴들 통달하지 못하랴! 안으로 신을 비우고 밖으로 뜻을 막아 형체 없는 데서 운용하고 뜻하지 않은 데서 나온다. 표표히 가고 홀홀히 와 그 가는 바를 알 수 없으며, 가닥져 나오고 틈으로 들어 그 모이는 바를 알 수 없다. 갑자기 우레 같고 빠르기 비바람 같아, 땅에서 나는 듯 하늘에서 내리는 듯, 홀로 나고 홀로 들어 능히 응하여 막을 수 없다. 빠르기 살촉 화살 같으니 어찌 짝하여 이기랴? 한 번 어둡고 한 번 밝으니 누가 그 실마리를 알랴! 그 발함을 보지 못했는데 진실로 이미 이르렀다.
(이하 허(虛)를 타고 실(實)에 응하며, 고요함이 조급함을 이기고 뒤가 앞을 이긴다는 논, 다섯 등급의 권세와 두 권(權), 장수가 백성을 몸으로 삼고 백성이 장수를 마음으로 삼는다는 논, 천수(天數)·지리(地利)·인사(人事)와 무형의 도가 가장 귀하다는 논, 임금이 장수를 명하여 부월(斧鉞)을 주고 보내는 의식 등은 생략 없이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자는 적의 빈틈을 보면 타되 빌리지 말고, 좇되 놓지 말며, 핍박하되 떠나지 말라. 그 머뭇거림을 치고 그 어정거림을 능멸하니, 빠른 우레는 귀 막을 겨를을 주지 않고 빠른 번개는 눈 가릴 틈을 주지 않는다. 군사를 잘 씀은 소리와 메아리 같고 북소리와 가죽소리 같아, 눈 비빌 새 없고 부르고 숨 쉴 새 없다. 이때 우러러 하늘을 보지 못하고 굽혀 땅을 보지 못하며, 손이 창을 휘두르지 못하고 병기를 다 뽑지 못하니, 치기를 우레같이 하고 핍박하기를 바람같이 하며 태우기를 불같이 하고 능멸하기를 물결같이 한다. 적이 고요하면 그 지키는 바를 알지 못하고, 움직이면 그 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북이 울리고 깃발이 휘둘리면 당하는 자가 무너지지 않음이 없으니, 천하가 누가 감히 위엄을 떨치고 절개를 세워 그 앞을 당하랴! 그러므로 남을 능멸하는 자는 이기고, 남을 기다리는 자는 패하며, 남의 표적이 되는 자는 죽는다.
(천수·지리·인사를 말하되, 천수란 좌청룡·우백호·전주작·후현무요, 지리란 뒤는 살고 앞은 죽으며 왼쪽은 수컷 오른쪽은 암컷이요, 인사란 상과 벌이 미덥고 반드시 함이라 하고, 이는 세상에 전해 온 표준이나 그 변화는 때를 따른다고 논함, 그리고 장수의 마음이 봄·여름·가을·겨울처럼 변하여 형세에 응한다는 논, 천도(天道)·지형(地形)·인사·검세(鈐勢)에 따른 상·중·하 장수의 차이 등은 위 흐름과 같다.) 무릇 군사가 은밀히 의론하는 바는 하늘의 도요, 그려 꾀하는 바는 땅의 형세요, 밝게 말하는 바는 사람의 일이요, 이김을 결단하는 바는 검세(鈐勢)이다. 그러므로 상등 장수가 군사를 씀은 위로 천도를 얻고 아래로 지리를 얻으며 가운데로 인심을 얻어, 이에 기틀로써 행하고 형세로써 발하므로 깨진 군사와 패한 병졸이 없다. 중등 장수에 이르러서는 위로 천도를 모르고 아래로 지리를 모르되 오로지 사람과 형세를 쓰니, 비록 반드시 만전을 기하지는 못해도 이기는 검세가 반드시 많다. 하등 장수가 군사를 씀은 널리 듣고도 스스로 어지러워지고 많이 알고도 스스로 의심하여, 거하면 두려워하고 발하면 머뭇거리니, 그래서 움직이면 남에게 사로잡힌다.
(이하 정성(誠)과 형세(勢)가 이김의 관건이라는 논, 천수·지리·동정의 때, 무형의 신묘함, 장수가 먼저 자기를 닦은 뒤 남에게 구한다는 논, 다섯 가지 죽임(五殺)을 가지고 응하며 기정(奇正)이 음양처럼 갈마든다는 논, 군사를 하늘·땅·사람에 감춘다는 논, 여덟 가지 잘하는 것(八善), 장수의 홀로 봄과 홀로 앎(獨見獨知), 허실(虛實)의 기운, 임금이 장수에게 명하는 의식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무릇 장수란 반드시 홀로 보고 홀로 알아야 한다. 홀로 본다 함은 남이 보지 못하는 바를 봄이요, 홀로 안다 함은 남이 알지 못하는 바를 앎이다. 남이 보지 못하는 바를 봄을 밝음(明)이라 하고, 남이 알지 못하는 바를 앎을 신(神)이라 한다. 신명한 자는 먼저 이기는 자요, 먼저 이기는 자는 지켜도 칠 수 없고 싸워도 이길 수 없으니, 허와 실이 그것이다. 위아래에 틈이 있고 장수와 관리가 서로 얻지 못하며 잡은 바가 곧지 않고 군졸의 마음이 쌓여 복종하지 않음을 일러 허라 하고, 임금이 밝고 장수가 어질며 위아래가 한마음이 되고 기운과 뜻이 함께 일어남을 일러 실이라 한다. 물로 불에 던지듯 당하는 바가 무너지고 핍박하는 바가 옮겨지니, 굳음과 부드러움이 서로 통하지 않고 이김이 서로 기이함은 허와 실을 이름이다. 그러므로 잘 싸우는 자는 적음에 있지 않고 잘 지키는 자는 작음에 있지 않으니, 이김은 위엄을 얻음에 있고 패함은 기운을 잃음에 있다. 실하면 싸우고 허하면 달아나며, 성하면 강하고 쇠하면 패한다. 오왕 부차(夫差)는 (강성하여 월·제·진을 이겼으니) 이는 백성의 기운이 실함을 쓴 것이요, 그 뒤 교만하고 욕심을 멋대로 하며 간언을 막고 아첨을 좋아하다가 (월왕이 정예 삼천으로 그를 사로잡았으니) 이는 그 허함을 제어한 것이다. 무릇 기운에 허실 있음은 밝음이 반드시 어두워짐과 같다. 그러므로 이기는 군사는 늘 실한 것이 아니요, 패하는 군사는 늘 허한 것이 아니다. 잘하는 자는 능히 그 백성의 기운을 실하게 하여 남의 허함을 기다리고, 못하는 자는 그 백성의 기운을 허하게 하여 남의 실함을 기다린다. 그러므로 허실의 기운은 군사의 귀한 바이다.
무릇 나라에 어려움이 있으면 임금이 몸소 궁에서 장수를 불러 명하여 이르기를 "사직의 명이 장군에게 있으니, 이제 나라에 어려움이 있어 그대 장군에게 청하여 응하게 하노라" 한다. 장군이 명을 받으면, 축사(祝史)·태복(太卜)에게 사흘을 재계하고 묵게 하여 태묘에서 신령한 거북을 뚫어 길일을 점쳐 북과 기를 받게 한다. 임금이 묘문(廟門)에 들어 서쪽을 향해 서면 장군이 묘문에 들어 종종걸음으로 당하에 이르러 북쪽을 향해 선다. 임금이 친히 도끼를 잡아 머리를 쥐고 그 자루를 장군에게 주며 이르기를 "여기서 위로 하늘에 이르기까지 장군이 제어하라" 하고, 다시 도끼를 잡아 머리를 쥐고 그 자루를 주며 이르기를 "여기서 아래로 못에 이르기까지 장군이 제어하라" 한다. 장군이 부월을 받고 답하기를 "나라는 밖에서 다스릴 수 없고 군대는 안에서 막을 수 없습니다. 두 마음으로 임금을 섬길 수 없고 의심하는 뜻으로 적에 응할 수 없습니다. 신이 이미 앞에서 제어를 받았으니, 북·기·부월의 위엄을 신은 돌이켜 청하지 않겠습니다. 바라건대 임금께서도 한마디 명을 신에게 드리소서. 임금께서 허락지 않으시면 신은 감히 장수가 되지 않고, 임금께서 허락하시면 신은 하직하고 가겠습니다" 한다. 이에 손톱을 깎고 명의(明衣)를 마련하여 흉문(凶門)을 뚫고 나가 장군의 수레를 타고 깃발과 부월을 실어 이기지 못할 듯 무겁게 한다. 적에 임하여 결전함에 반드시 죽음을 돌아보지 않고 두 마음이 없으니, 그러므로 위에 하늘이 없고 아래에 땅이 없으며 앞에 적이 없고 뒤에 임금이 없어, 나아가 이름을 구하지 않고 물러나 죄를 피하지 않으며 오직 백성을 보전하여 이로움이 임금에 합하니, 나라의 알참이요 상등 장수의 도이다. 이같이 하면 지혜로운 자가 그를 위해 꾀하고 용맹한 자가 그를 위해 싸워, 기운이 청운에 떨치고 빠르기 달리는 말과 같다. 그러므로 군사가 아직 맞붙기 전에 적이 두려워하니, 만약 싸워 이기고 적이 달아나면 다 공을 받아 상 주고, 관리는 벼슬을 옮기고 작록을 더하며, 땅을 떼어 봉외(封外)에서 결단하고 군중에서 논단(論斷)한다. 돌이켜 나라에 돌아오면 깃발을 내리고 부월을 들이며 임금에게 보고를 마치고 이르기를 "군대에 뒷일의 다스림이 없습니다" 한다. 이에 흰옷을 입고 거처를 비켜 임금에게 죄를 청하면, 임금이 "용서하노라" 한다. 물러나 재계 복장을 한다. 큰 이김은 삼 년 만에 거처로 돌아오고, 중간 이김은 이 년, 작은 이김은 일 년이다. 군사가 더해지는 바는 반드시 무도한 나라이므로, 능히 싸워 이기고도 보복하지 않고 땅을 취하고도 돌려주지 않는다. 백성이 역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가 일찍 죽지 않으며 오곡이 풍성하고 비바람이 때맞으니, 밖에서 싸워 이기고 안에서 복이 생긴다. 그러므로 이름이 반드시 이루어진 뒤에야 남는 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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