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32 대교서왕월대부부득위인(對膠西王越大夫不得為仁)

춘추번로(春秋繁露) · 전한 동중서 · 번역·감수 허유

교서왕(膠西王)이 월왕(越王)과 다섯 대부를 두고 "월에 세 어진 이[三仁]가 있는가"라 물은 데 대해 동중서가 답한 글이다. 어진 사람은 그 도를 바르게 하고 이익을 꾀하지 않으며 그 이치를 닦고 공을 급히 하지 않으니, 속임수로 공을 이룬 자는 어질다 할 수 없음을 밝힌다.

번역

(교서왕이) 상(相)에게 명하여 말했다. "대부 여(蠡)·대부 종(種)·대부 용(庸)·대부 고(睪)·대부 거성(車成), 월왕이 이 다섯 대부와 더불어 오(吳)를 칠 것을 도모하여 마침내 멸하고 회계(會稽)의 부끄러움을 씻어 끝내 패주가 되었다. 범려는 떠나고 문종은 죽었다. 과인은 이 두 대부를 모두 어질다 여긴다. 공자가 '은(殷)에 세 어진 이[三仁]가 있다' 했으니, 이제 월왕의 어짊과 여·종의 능함으로 이 세 사람을, 과인은 또한 월에 세 어진 이가 있다 여기는데, 그대에게 어떠한가? 환공은 의심을 관중에게 결단했고, 과인은 의심을 그대에게 결단하노라."

중서(仲舒)가 땅에 엎드려 두 번 절하고 대답했다. "중서는 지혜가 좁고 배움이 얕아 족히 이를 결단하지 못합니다. 비록 그러하나 왕께서 신에게 물으시니 신이 감히 다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음은 예입니다. 신 중서가 듣건대, 옛적에 노 임금이 유하혜에게 묻기를 '내가 제(齊)를 치려는데 어떠한가' 하니, 유하혜가 답하기를 '안 됩니다' 하고 물러나 근심하는 빛으로 '내 들으니, 나라 치기를 도모하는 자는 어진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 했는데, 이것이 어찌하여 나에게 이르렀는가' 했습니다. 다만 물음을 받고도 오히려 부끄러워했거늘, 하물며 함께 속임수를 행하여 오를 침이겠습니까. 그 마땅치 않음이 분명합니다. 이로 보건대 월에 본디 한 어진 이도 없거늘 어찌 세 어진 이를 얻겠습니까. 어진 사람이란 그 도를 바르게 하고 그 이익을 꾀하지 않으며, 그 이치를 닦고 그 공을 급히 하지 않아, 무위(無為)에 이르되 습속이 크게 교화되니 인성(仁聖)이라 할 만하니 삼왕(三王)이 이것입니다. 『춘추』의 의는 신의를 귀히 여기고 속임을 천히 여기니, 속임수로 사람을 이기면 비록 공이 있어도 군자가 하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중니(공자)의 문하에서는 다섯 자 동자도 오패(五伯)를 일컫기를 부끄러워했으니, 그들이 속임수로 공을 이루어 구차히 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큰 군자의 문하에서 일컫기에 족하지 못합니다. 오패란 다른 제후에 견주면 어진 자이나, 인현(仁賢)에 견주면 무슨 어짊이 있겠습니까. 비유하면 옥돌[珷玞]을 아름다운 옥에 견줌과 같습니다. 신 중서가 땅에 엎드려 두 번 절하여 아룁니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命令相曰:「大夫蠡、大夫種、大夫庸、大夫睪、大夫車成、越王與此五大夫謀伐吳,遂滅之,雪會稽之恥,卒為霸主,范蠡去之,種死之。寡人以此二大夫者為皆賢。孔子曰:『殷有三仁。』今以越王之賢,與蠡種之能,此三人者,寡人亦以為越有三仁,其於君何如?桓公決疑於管仲,寡人決疑於君。」仲舒伏地再拜,對曰:「仲舒智褊而學淺,不足以決之,雖然,王有問於臣,臣不敢不悉以對,禮也。臣仲舒聞:昔者,魯君問於柳下惠曰:『我欲攻齊,何如?』柳下惠對曰:『不可。』退而有憂色,曰:『吾聞之也:謀伐國者,不問於仁人也,此何為至於我?』但見問而尚羞之,而況乃與為軸以伐吳乎!其不宜明矣。以此觀之,越本無一仁,而安得三仁!仁人者,正其道不謀其利,修其理不急其功,致無為而習俗大化,可謂仁聖矣,三王是也;春秋之義,貴信而賤軸,軸人而勝之,雖有功,君子弗為也,是以仲尼之門,五尺童子言羞稱五伯,為其軸以成功,苟為而已也,故不足稱於大君子之門,五伯者比於他諸侯為賢者,比於仁賢,何賢之有?譬猶珷玞比於美玉也。臣仲舒伏地再拜以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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