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18 이합근(離合根)

춘추번로(春秋繁露) · 전한 동중서 · 번역·감수 허유

하늘은 그 자리를 높이되 그 베풂을 낮추고, 그 형체를 감추되 그 빛을 드러낸다는 천도(天道)를 본받아, 임금은 하늘을 본받아 무위(無為)로 다스리고 신하는 땅을 본받아 그 정상을 다 드러내야 함을 논한 편이다.

번역

하늘은 그 자리를 높이되 그 베풂을 낮추고, 그 형체를 감추되 그 빛을 드러낸다. 그 자리를 높임은 높임[尊]이 되는 까닭이요, 그 베풂을 낮춤은 인(仁)이 되는 까닭이며, 그 형체를 감춤은 신(神)이 되는 까닭이요, 그 빛을 드러냄은 밝음[明]이 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자리가 높되 인을 베풀고, 신을 감추되 빛을 드러냄은 하늘의 행함이다. 그러므로 임금 된 자는 하늘의 행함을 본받는다. 이런 까닭에 안으로 깊이 감춤은 신이 되는 까닭이요, 밖으로 널리 봄은 밝음이 되는 까닭이며, 뭇 어진 이를 맡김은 이룸을 받는 까닭이니, 이에 스스로 일에 수고롭지 않음은 높임이 되는 까닭이요, 뭇 생명을 두루 사랑하되 기쁨과 노함으로 상벌하지 않음은 인이 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임금 된 자는 무위(無為)를 도로 삼고 사사로움 없음을 보배로 삼아, 무위의 자리에 서서 갖추어진 관(官)을 타니, 발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도 돕는 자가 인도하여 나아가게 하고, 입이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안내하는 자가 말을 돕고, 마음이 스스로 헤아리지 않아도 뭇 신하가 마땅함을 바치니, 그러므로 그 하는 바를 아무도 보지 못하되 공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임금이 하늘의 행함을 본받는 까닭이다.

신하 된 자는 땅의 도를 본받아 그 형체를 드러내고 그 정상을 내어 사람에게 보이니, 높고 낮음과 험하고 평탄함, 굳고 무름과 강하고 부드러움, 살지고 야윔과 아름답고 추함을 쌓아 재량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형체의 마땅함과 마땅치 않음을 얻어 재량할 수 있다. 신하 된 자는 땅처럼 신의를 귀히 여겨 그 정상을 임금에게 다 보이니, 임금도 이를 얻어 재량한다. 그러므로 왕도가 위엄 있되 잃지 않는다. 신하 된 자가 늘 정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 단점과 장점을 보여, 임금으로 하여금 이를 얻어 그릇으로 부리게 함은 마치 땅이 그 정상을 다하는 것과 같으니, 그러므로 그 형체의 마땅함을 얻어 재량할 수 있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天高其位而下其施,藏其形而見其光;高其位,所以為尊也,下其施,所以為仁也,藏其形,所以為神,見其光,所以為明;故位尊而施仁,藏神而見光者,天之行也。故為人主者,法天之行,是故內深藏,所以為神,外博觀,所以為明也,任群賢,所以為受成,乃不自勞於事,所以為尊也,汎愛群生,不以喜怒賞罰,所以為仁也。故為人主者,以無為為道,以不私為寶,立無為之位,而乘備具之官,足不自動,而相者導進,口不自言,而擯者贊辭,心不自慮,而群臣效當,故莫見其為之,而功成矣,此人主所以法天之行也。為人臣者,法地之道,暴其形,出其情,以示人,高下險易,堅耎剛柔,肥轢美惡,累可就財也,故其形宜不宜,可得而財也。為人臣者,比地貴信,而悉見其情于主,主亦得而財之,故王道威而不失,為人臣常竭情悉力,而見其短長,使主上得而器使之,而猶地之竭竟其情也,故其形宜可得而財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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