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14 복제상(服制像)
천지가 만물을 낳아 사람을 기르매, 위엄 있는 것으로 용모와 복식을 삼아 예(禮)가 일어났음을 논한 편이다. 검(劍)·도(刀)·불(韍)·관(冠)을 청룡·백호·주작·현무 사상(四象)에 짝지어, 문덕(文德)을 귀히 여기고 위무(威武)를 아래로 두는 까닭을 밝힌다.
번역
천지가 만물을 낳음은 사람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그 알맞은 것으로는 몸을 기르고, 그 위엄 있는 것으로는 용모와 복식을 삼으니, 예(禮)가 일어나는 까닭이다. 검(劍)이 왼쪽에 있음은 청룡(青龍)의 상이요, 도(刀)가 오른쪽에 있음은 백호(白虎)의 상이며, 불(韍)이 앞에 있음은 적조(赤鳥)의 상이요, 관(冠)이 머리에 있음은 현무(玄武)의 상이니, 이 넷은 사람의 성한 꾸밈이다. 무릇 능히 고금에 통하고 그러함과 그렇지 않음을 분별해야 이를 입을 수 있다. 대개 현무란 모습이 가장 엄하고 위엄 있는 것인데, 그 상이 뒤에 있으되 그 복식은 도리어 머리에 거하니, 무(武)가 지극하되 쓰지 않음이다.
성인이 초연한 까닭은 비록 그를 따르고자 해도 말미암을 길이 없을 따름이다. 무릇 갑옷과 투구를 잡은 뒤에야 능히 적을 막는 것은 성인이 귀히 여기는 바가 아니다. 군자는 이를 복식에 드러내고 용맹스러운 자는 그 뜻을 용모에서 사라지게 한다. 그러므로 문덕(文德)을 귀히 여기고 위무(威武)를 아래로 두니, 이는 천하가 길이 온전한 까닭이다. 『춘추』에서 무엇으로 이를 말하는가? 공보(孔父)가 의(義)를 얼굴빛에 드러내매 간신이 감히 사악함을 용납하지 못했고, 우(虞)에 궁지기가 있으매 헌공이 이 때문에 잠 못 이뤘으며, 진 여공이 강하매 중국이 이로써 주검을 눕히고 피 흘림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므로 무왕이 은을 이기고 면류관을 쓰고 홀을 꽂으매 호분(虎賁)의 군사가 검을 풀었으니, 용맹함이 어찌 반드시 무력으로 죽인 뒤에야 위엄이겠는가. 이런 까닭에 군자가 입는 바를 위로 삼는다. 그러므로 바라보매 엄연한 것이 또한 이미 지극하니 어찌 살피지 않겠는가.
원문 전문 보기 (한문)
天地之生萬物也以養人,故其可適者,以養身體;其可威者,以為容服;禮之所為興也。劍之在左,青龍之象也;刀之在右,白虎之象也;韍之在前,赤鳥之象也;冠之在首,玄武之象也;四者、人之盛飾也。夫能通古今,別然不然,乃能服此也。蓋玄武者,貌之最嚴有威者也,其像在後,其服反居首,武之至而不用矣。聖人之所以超然,雖欲從之,末由也已!夫執介冑而後能拒敵者,故非聖人之所貴也,君子顯之於服,而勇武者消其志於貌也矣。故文德為貴,而威武為下,此天下之所以永全也。於春秋何以言之?孔父義形於色,而姦臣不敢容邪;虞有宮之奇,而獻公為之不寐;晉厲之強,中國以寢尸流血不已。故武王克殷,裨冕而搢笏,虎賁之士說劍,安在勇猛必在武殺然後威,是以君子所服為上矣,故望之儼然者,亦已至矣,豈可不察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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