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08 멸국하(滅國下)
기후(紀侯)·담(譚)·조백(曹伯)·형(邢)·기(杞) 등 멸망하거나 위태로웠던 나라의 사례를 이어, 큰 것을 섬기지 않고 작은 것을 섬기며 고립되어 구원받지 못한 까닭을 논한 편이다. 제 환공이 망한 나라를 보존하고 끊어진 대를 이어 패업을 이룬 것과 대비하여 멸망의 실마리를 밝힌다.
번역
기후(紀侯)가 멸망한 까닭은 곧 아홉 대의 원수 때문이니, 하루아침의 말이 백 대의 후사를 위태롭게 했으므로 '대거(大去)'라 했다. 위(衛) 사람이 성(成)을 침범하고 정(鄭)이 성에 들어가며 제의 군사가 성을 포위하여, 세 번 큰 군사를 당하고 끝내 멸망했으나 구해 주는 이가 없었으니, 믿고 의지한 바가 어디에 있었는가. 제 환공이 패도(霸道)를 행하려 하매 담(譚)이 마침내 명을 어겼으므로 멸망하여 거(莒)로 달아났으니, 큰 것을 섬기지 않고 작은 것을 섬긴 것이다. 조백(曹伯)이 자리에서 싸우다 죽었는데 제후가 근심하여 도와주는 이가 없었던 것은, 유(幽)의 회합에 제 환공이 여러 번 제후를 모았으나 조(曹)는 작아 일찍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요, 노는 큰 나라인데 유의 회합에 장공이 가지 않으니 융(戎) 사람이 이에 제수 서쪽에서 군사를 엿보았으니, 이는 노가 고립되어 구원받지 못함을 본 것이다. 이때 대부가 임금의 명을 폐하고 위급한 자를 멋대로 구한 것이다.
노 장공 이십칠 년에 제 환공이 유의 회합을 했는데 위 사람이 오지 않으니, 그 이듬해 환공이 노하여 크게 패배시켰고, 산융을 칠 때 깃발을 펴고 노획물을 벌여 제후에게 교만을 부렸다. 이에 노가 한 해에 세 번 대를 쌓고 어지러운 신하가 잇달아 세 번 안에서 일어나며 이적의 군사가 거듭 밖에서 멸했으니, 위(衛)가 멸망한 실마리는 유의 회합을 잃은 데 있고, 어지러움의 근본은 친한 이를 보존하되 안이 가려진 데 있다. 형(邢)은 일찍이 제 환공과 회합한 적이 없고 진(晉)에 붙되 또한 미약했으니, 진후가 한(韓)에서 사로잡혀 배반했으니 회(淮)의 회합이 이것이다. 제 환공이 죽으매 수조·역아의 난이 일어나 형과 적(狄)이 그 동성을 쳐서 취했으니, 그 행함이 이와 같으면 비록 네 친족이라도 어찌 너를 친히 하겠는가. 이 임금은 그 동성에게 멸망했으니 위후 훼(燬)가 형을 멸한 일이 이것이다. (이하 제 환공이 망한 나라를 세우고 끊어진 대를 이어 패자가 된 사례로 이어진다.) 형과 기가 일찍이 조빙하지 않았으나 제 환공이 그 멸망을 보고 제후를 거느려 세웠으니, 마음 씀이 이와 같으니 어찌 패자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천하를 근심함으로 그에게 주었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紀侯之所以滅者,乃九世之讐也,一旦之言,危百世之嗣,故曰大去。衛人侵成,鄭入成,及齊師圍成,三被大兵,終滅,莫之救,所恃者安在?齊桓公欲行霸道,譚遂違命,故滅而奔莒,不事大而事小。曹伯之所以戰死於位,諸侯莫助憂者,幽之會,齊桓數合諸侯,曹小,未嘗來也,魯大國,幽之會,莊公不往,戎人乃窺兵於濟西,由見魯孤獨而莫之救也,此時大夫廢君命,專救危者。魯莊公二十七年,齊桓為幽之會,衛人不來,其明年,桓公怒而大敗之;及伐山戎,張旗陳獲,以驕諸侯;於是魯一年三築臺,亂臣比三起於內,夷狄之兵仍滅於外;衛滅之端,以失幽之會;亂之本,存親內蔽。邢未嘗會齊桓也,附晉又微,晉侯獲於韓而背之,淮之會是也,齊桓卒,豎刁、易牙之亂作,邢與狄伐其同姓,取之,其行如此,雖爾親,庸能親爾乎!是君也,其滅於同姓,衛侯燬滅邢是也。齊桓為幽之會,衛不至,桓怒而伐之,狄滅之,桓憂而立之。魯莊為柯之盟,劫汶陽,魯絕,桓立之。邢杞未嘗朝聘,齊桓見其滅,率諸侯而立之,用心如此,豈不霸哉!故以憂天下與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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