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05 덕충부(德充符)

장자(莊子) · 전국 장주 · 번역·감수 허유

덕이 충만한 증표(德充符)를 논한 편이다. 발 잘린 왕태(王駘)·신도가(申徒嘉)·숙산무지(叔山无趾), 추한 애태타(哀駘它), 곱추 인기지리무신(闉跂支離无脤) 등 형체가 온전치 못한 자들이 도리어 덕으로 사람을 모으는 이야기를 통해, 형체를 잊고 덕에 노니는 경지와 '재주를 온전히 하고 덕을 드러내지 않음(才全而德不形)'을 말한다. 끝에 무정(無情)을 두고 혜자와 변론한다.

원문 · 번역

魯有兀者王駘,從之遊者與仲尼相若。常季問於仲尼曰:「王駘,兀者也,從之遊者與夫子中分魯。立不教,坐不議,虚而往,實而歸。固有不言之教,无形而心成者邪?是何人也?」仲尼曰:「夫子,聖人也。丘也直後而未往耳。丘將以爲師,而況不若丘者乎!奚假魯國,丘將引天下而與從之。」常季曰:「彼兀者也,而王先生,其與庸亦遠矣。若然者,其用心也獨若之何?」仲尼曰:「死生亦大矣,而不得與之變,雖天地覆墜,亦將不與之遺。審乎无假而不與物遷,命物之化而守其宗也。」常季曰:「何謂也?」仲尼曰:「自其異者視之,肝膽楚越也;自其同者視之,萬物皆一也。夫若然者,且不知耳目之所宜,而遊心乎德之和;物視其所一而不見其所喪,視喪其足,猶遺土也。」常季曰:「彼爲己,以其知得其心,以其心得其常心,物何爲最之哉?」仲尼曰:「人莫鑑於流水而鑑於止水。唯止,能止衆止。受命於地,唯松柏獨也在,冬夏青青;受命於天,唯舜獨也正,幸能正生,以正衆生。夫保始之徵,不懼之實,勇士一人,雄入於九軍。將求名而能自要者,而猶若是,而況官天地,府萬物,直寓六骸,象耳目,一知之所知,而心未嘗死者乎!彼且擇日而登假,人則從是也。彼且何肯以物爲事乎!」

노(魯)나라에 발 잘린 왕태(王駘)가 있었는데, 그를 좇아 배우는 자가 공자와 맞먹었다.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물었다. "왕태는 발 잘린 자인데 그를 좇아 배우는 자가 선생님과 노나라를 반씩 나눕니다. 서서 가르치지 않고 앉아서 논하지 않는데도, 비어서 갔다가 가득 차서 돌아옵니다. 진실로 말 없는 가르침이 있어, 형체 없이 마음으로 이루어 주는 것입니까? 이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그분은 성인이시다. 나도 다만 뒤처져 아직 가지 못했을 따름이다. 나도 장차 스승으로 삼으려 하거늘, 하물며 나만 못한 자이겠느냐! 어찌 노나라뿐이겠느냐, 나는 장차 천하를 이끌어 더불어 좇으려 한다." 상계가 말하였다. "그는 발 잘린 자인데도 선생님보다 낫다 하니, 보통 사람과는 (차이가) 또한 멉니다. 그러한 자는 그 마음 씀이 유독 어떠합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죽고 삶도 큰일이나 그것과 더불어 변하지 않고, 비록 천지가 뒤집혀 떨어져도 또한 그와 더불어 떨어지지 않는다. 거짓 없음을 살펴 사물과 더불어 옮기지 않고, 사물의 변화를 (마음대로) 부리되 그 근본을 지킨다." 상계가 말하였다. "무슨 말씀입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그 다른 데서 보면 간과 쓸개도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처럼 (멀고), 그 같은 데서 보면 만물이 다 하나이다. 무릇 그러한 자는 귀와 눈이 마땅히 여기는 바를 알지 못하고 덕의 화합에 마음을 노닌다. 사물의 그 하나임을 보고 그 잃은 바를 보지 않으니, 그 발 잃기를 흙덩이 버리듯 본다." 상계가 말하였다. "그는 자기를 위하여 그 앎으로 그 마음을 얻고, 그 마음으로 그 떳떳한 마음(常心)을 얻은 것인데, 사물이 어찌하여 그에게 모입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사람은 흐르는 물에 비춰 보지 않고 멈춘 물에 비춰 본다. 오직 멈춘 것이라야 능히 뭇 멈춤을 멈추게 한다. 땅에서 명을 받은 것 중에 오직 소나무·잣나무만이 (홀로) 바르니 겨울이고 여름이고 푸르고 푸르며, 하늘에서 명을 받은 것 중에 오직 순(舜)만이 (홀로) 바르니, 다행히 능히 제 삶을 바르게 하여 뭇 삶을 바르게 한다. 무릇 처음(의 도)을 보전한 증표와 두려워하지 않는 실질은, 용사 한 사람이 씩씩하게 대군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명성을 구하여 능히 스스로 다잡는 자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천지를 다스리고 만물을 품으며, 다만 육체에 깃들고 귀와 눈을 형상으로 삼아, 아는 바의 앎을 하나로 하고 마음이 일찍이 죽지 않은 자이겠느냐! 그는 장차 날을 가려 (하늘로) 올라갈 터이니, 사람들이 이를 좇는 것이다. 그가 어찌 기꺼이 외물을 일삼으려 하겠느냐!"

申徒嘉,兀者也,而與鄭子產同師於伯昏无人。子產謂申徒嘉曰:「我先出則子止,子先出則我止。」其明日,又與合堂同席而坐。子產謂申徒嘉曰:「我先出則子止,子先出則我止。今我將出,子可以止乎,其未邪?且子見執政而不違,子齊執政乎?」申徒嘉曰:「先生之門,固有執政焉如此哉?子而悅子之執政而後人者也?聞之曰:『鑑明則塵垢不止,止則不明也。久與賢人處則无過。』今子之所取大者,先生也,而猶出言若是,不亦過乎!」子產曰:「子既若是矣,猶與堯爭善。計子之德,不足以自反邪?」申徒嘉曰:「自狀其過,以不當亡者衆;不狀其過,以不當存者寡。知不可奈何而安之若命,唯有德者能之。遊於羿之彀中,中央者,中地也,然而不中者,命也。人以其全足笑吾不全足者衆矣,我怫然而怒,而適先生之所,則廢然而反,不知先生之洗我以善邪?吾與夫子遊,十九年矣,而未嘗知吾兀者也。今子與我遊於形骸之內,而子索我於形骸之外,不亦過乎!」子產蹵然改容更貌,曰:「子无乃稱!」

신도가(申徒嘉)는 발 잘린 자인데 정(鄭)나라 자산(子産)과 백혼무인(伯昏无人)에게 함께 배웠다.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나가면 그대가 (남아) 멈추고, 그대가 먼저 나가면 내가 멈추겠소." 그 이튿날 또 한 집에 모여 같은 자리에 앉았다.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나가면 그대가 멈추고, 그대가 먼저 나가면 내가 멈추겠소. 지금 내가 나가려는데 그대가 멈추겠소, 안 그러겠소? 또 그대는 집정(執政, 자산 자신)을 보고도 비키지 않으니, 그대가 집정과 맞먹으려는 게요?" 신도가가 말하였다. "선생의 문하에 진실로 집정이 이와 같은 자가 있던가요? 그대는 그대의 집정 (자리)를 좋아하여 남을 뒤로 하는 자로군요. 듣건대 '거울이 밝으면 먼지가 끼지 않고, 끼면 밝지 않다. 어진 이와 오래 함께하면 허물이 없다'고 하였소. 지금 그대가 크게 취하는 바는 선생인데도 오히려 말함이 이와 같으니, 또한 허물이 아니오?" 자산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미 이와 같은데도 오히려 요(堯) 임금과 선함을 다투려 하오. 그대의 덕을 헤아려 보면 스스로 돌이키기에 부족하지 않소?" 신도가가 말하였다. "제 허물을 (그럴듯하게) 꾸며 잘리지 말아야 했다 하는 자는 많고, 제 허물을 꾸미지 않아 (발이) 남아 있지 말아야 했다 하는 자는 적소.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 명처럼 편안히 여김은 오직 덕 있는 자라야 능히 하오. 예(羿)의 사정거리 안에 노닐면, 한가운데는 (화살) 맞는 자리이니, 그런데도 맞지 않은 것은 명(命)이오. 사람들이 그 온전한 발로 내 온전치 못한 발을 비웃는 자가 많아 내가 발끈 성을 냈는데, 선생의 처소에 가면 풀어져 돌아오니, 선생께서 나를 선함으로 씻어 주신 줄 알지 못하겠소. 내가 선생과 노닌 지 십구 년인데, 일찍이 내가 발 잘린 자인 줄 알지 못하셨소. 지금 그대는 나와 형체 안(의 덕)에서 노닐면서 나를 형체 밖(의 모습)에서 찾으니, 또한 허물이 아니오?" 자산이 부끄러워 낯빛을 고치고 모습을 바꾸어 말하였다. "그대는 더 말하지 마시오!"

魯有兀者叔山无趾,踵見仲尼。仲尼曰:「子不謹,前既犯患若是矣。雖今來,何及矣!」无趾曰:「吾唯不知務而輕用吾身,吾是以亡足。今吾來也,猶有尊足者存,吾是以務全之也。夫天无不覆,地无不載,吾以夫子爲天地,安知夫子之猶若是也!」孔子曰:「丘則陋矣。夫子胡不入乎,請講以所聞。」无趾出。孔子曰:「弟子勉之!夫无趾,兀者也,猶務學,以復補前行之惡,而況全德之人乎?」无趾語老聃曰:「孔丘之於至人,其未邪?彼何賓賓以學子爲?彼且蘄以諔詭幻怪之名聞,不知至人之以是爲己桎梏邪?」老聃曰:「胡不直使彼以死生爲一條,以可不可爲一貫者,解其桎梏,其可乎?」无趾曰:「天刑之,安可解!」

노나라에 발 잘린 숙산무지(叔山无趾)가 있어 발꿈치로 걸어 공자를 뵈었다. 공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삼가지 않아 앞서 이미 환난을 범하여 이와 같이 되었으니, 비록 지금 온들 어찌 미치겠는가!" 무지가 말하였다. "저는 다만 일에 힘쓸 줄 모르고 제 몸을 가벼이 써서 발을 잃었습니다. 지금 제가 온 것은 오히려 발보다 귀한 것(덕)이 남아 있어 그것을 온전히 하기에 힘쓰려는 것입니다. 무릇 하늘은 덮지 않음이 없고 땅은 싣지 않음이 없으니, 저는 선생님을 천지로 여겼는데 선생님이 이와 같을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내가 고루하였소. 선생은 어찌 들어오지 않으시오? 들은 바를 강론하기를 청하오." 무지가 나갔다. 공자가 말하였다. "제자들아 힘쓰라! 무릇 무지는 발 잘린 자인데도 오히려 배움에 힘써 앞서의 악행을 보충하려 하거늘, 하물며 덕이 온전한 사람이겠느냐!" 무지가 노담(老聃)에게 말하였다. "공구(孔丘)는 지인(至人)에 (이르기에는) 아직 멀지요? 그는 어찌하여 자꾸 선생께 배우려 합니까? 그는 또 기괴하고 허황된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니, 지인은 이를 자기의 차꼬와 수갑으로 여기는 줄 알지 못합니까?" 노담이 말하였다. "어찌 곧바로 그로 하여금 죽고 삶을 한 가닥으로 여기고 옳고 옳지 않음을 한 꿰미로 여기게 하여 그 차꼬와 수갑을 풀게 하지 않는가? 그러면 되겠는가?" 무지가 말하였다. "하늘이 그를 벌하니 어찌 풀 수 있겠습니까!"

魯哀公問於仲尼曰:「衞有惡人焉,曰哀駘它。丈夫與之處者,思而不能去也;婦人見之,請於父母曰『與爲人妻,寧爲夫子妾』者,十數而未止也。未嘗有聞其唱者也,常和人而已矣。无君人之位以濟乎人之死,无聚祿以望人之腹,又以惡駭天下,和而不唱,知不出乎四域,且而雌雄合乎前,是必有異乎人者也。寡人召而觀之,果以惡駭天下。與寡人處,不至以月數,而寡人有意乎其爲人也;不至乎期年,而寡人信之。國无宰,寡人傳國焉,悶然而後應,氾若而辭。寡人醜乎,卒授之國。无幾何也,去寡人而行。寡人卹焉,若有亡也,若无與樂是國也。是何人者也?」仲尼曰:「丘也嘗使於楚矣,適見豚子食於其死母者,少焉眴若,皆棄之而走,不見己焉爾,不得類焉爾。所愛其母者,非愛其形也,愛使其形者也。戰而死者,其人之葬也不以翣資,刖者之屨,无爲愛之,皆无其本矣。爲天子之諸御,不爪翦,不穿耳,取妻者止於外,不得復使。形全猶足以爲爾,而況全德之人乎!今哀駘它未言而信,无功而親,使人授己國,唯恐其不受也,是必才全而德不形者也。」哀公曰:「何謂才全?」仲尼曰:「死生存亡、窮達貧富、賢與不肖、毀譽、飢渴、寒暑,是事之變,命之行也,日夜相代乎前,而知不能規乎其始者也,故不足以滑和,不可入於靈府。使之和豫通而不失於兌,使日夜无郤而與物爲春,是接而生時乎心者也,是之謂才全。」「何謂德不形?」曰:「平者,水停之盛也。其可以爲法也,內保之而外不蕩也。德者,成和之脩也。德不形者,物不能離也。」哀公異日以告閔子曰:「始也吾以南面而君天下,執民之紀而憂其死,吾自以爲至通矣。今吾聞至人之言,恐吾无其實,輕用吾身而亡吾國。吾與孔丘,非君臣也,德友而已矣!」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위(衛)나라에 못생긴 사람이 있으니 애태타(哀駘它)라 합니다. 사내가 그와 함께 지내면 사모하여 떠나지 못하고, 부인이 그를 보면 부모에게 청하기를 '남의 아내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그분의 첩이 되겠다'고 하는 자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일찍이 그가 (먼저) 노래 부르는 것을 들은 자가 없고, 늘 남에게 화답할 따름입니다. 남을 죽음에서 건질 임금의 자리도 없고, 남의 배를 채워 줄 모은 녹봉도 없으며, 또 추함으로 천하를 놀라게 하면서도, 화답하되 (먼저) 부르지 않고 앎이 사방을 벗어나지 않는데도, 암수가 그 앞에 모이니, 이는 반드시 남과 다른 바가 있는 자입니다. 과인이 불러 보니 과연 추함으로 천하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과인과 더불어 지냄에 한 달이 채 못 되어 과인이 그 사람됨에 마음이 갔고, 한 해가 채 못 되어 과인이 그를 믿게 되었습니다. 나라에 재상이 없어 과인이 나라를 맡기려 하니, 멍하니 있다가 응하였는데 데면데면 사양하는 듯하였습니다. 과인이 부끄러워하다가 마침내 나라를 주었습니다. 얼마 안 되어 과인을 떠나가니, 과인이 슬퍼하여 마치 잃은 바가 있는 듯, 이 나라를 더불어 즐길 이가 없는 듯하였습니다. 이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저(丘)도 일찍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마침 새끼 돼지가 죽은 어미의 젖을 빠는 것을 보았는데, 조금 있다가 흠칫하더니 다 (어미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미가 제) 같은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미를 사랑한 것은 그 형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형체를 부리는 것(정신)을 사랑한 것입니다. 싸우다 죽은 자는 그 장례에 (관 꾸미는) 깃 장식을 쓰지 않고, 발 잘린 자의 신은 아낄 까닭이 없으니, 다 그 근본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자의 후궁이 된 자는 손톱을 깎지 않고 귀를 뚫지 않으며, 새로 장가든 자는 (관청) 밖에 머무르고 다시 (부역에) 부려지지 않습니다. 형체를 온전히 함도 오히려 이렇게 (대접) 받기에 족하거늘, 하물며 덕이 온전한 사람이겠습니까! 지금 애태타는 말하지 않아도 믿어지고, 공이 없어도 친애받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제 나라를 맡기게 하면서도 오직 받지 않을까 걱정하게 하니, 이는 반드시 재주가 온전하고 덕이 드러나지 않는(才全而德不形) 자입니다." 애공이 말하였다. "무엇을 재주가 온전함이라 합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죽고 삶, 있고 없음, 곤궁과 영달, 가난과 부유, 어짊과 못남, 헐뜯음과 기림,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이것은 일의 변화요 명(命)의 운행입니다. 밤낮으로 앞에서 번갈아 나타나되 앎이 그 시작을 엿볼 수 없으니, 그러므로 화합을 어지럽히기에 부족하고 신령한 곳간(靈府)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마음으로 하여금) 화합하고 즐거우며 통하여 기쁨을 잃지 않게 하고, 밤낮으로 틈 없이 사물과 더불어 봄이 되게 하니, 이는 (사물을) 접하여 (알맞은) 때를 마음에 내는 것입니다. 이를 일러 재주가 온전함이라 합니다." "무엇을 덕이 드러나지 않음이라 합니까?" "평평함은 물이 멈춘 것의 지극함입니다. 그것이 법도가 될 만함은, 안으로 보전하여 밖으로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이란 화합을 이룬 닦음입니다. 덕이 드러나지 않는 자는 사물이 능히 떠나지 못합니다." 애공이 다른 날 민자(閔子)에게 일러 말하였다. "처음에 나는 임금 자리에서 천하를 다스리며 백성의 기강을 잡고 그 죽음을 근심하여, 스스로 지극히 통달했다 여겼다. 지금 내가 지인의 말을 들으니, 내게 그 실질이 없어 몸을 가벼이 써 나라를 망칠까 두렵다. 나와 공구는 임금과 신하가 아니라 덕으로 사귄 벗일 따름이다!"

闉跂支離无脤說衞靈公,靈公悅之,而視全人,其脰肩肩。甕㼜大癭說齊桓公,桓公說之,而視全人,其脰肩肩。故德有所長而形有所忘。人不忘其所忘,而忘其所不忘,此謂誠忘。故聖人有所遊,而知爲孽,約爲膠,德爲接,工爲商。聖人不謀,惡用知?不斲,惡用膠?无喪,惡用德?不貨,惡用商?四者,天鬻也。天鬻也者,天食也。既受食於天,又惡用人?有人之形,无人之情。有人之形,故羣於人;无人之情,故是非不得於身。眇乎小哉,所以屬於人也;謷乎大哉,獨成其天!

곱추에다 발 잘리고 입술 없는 자(闉跂支離无脤)가 위령공에게 유세하니 영공이 그를 좋아하여, (도리어) 온전한 사람을 보니 그 목이 가늘어 보였다. 큰 혹부리(甕㼜大癭)가 제환공에게 유세하니 환공이 그를 좋아하여, 온전한 사람을 보니 그 목이 가늘어 보였다. 그러므로 덕에 뛰어난 바가 있으면 형체는 잊히는 바가 있다. 사람이 그 잊을 것(형체)은 잊지 않고 그 잊지 않을 것(덕)을 잊으니, 이를 일러 참된 잊음(誠忘)이라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노니는 바가 있어, 앎을 재앙으로 여기고 약속을 아교로 여기며, 덕을 사귐(의 수단)으로 여기고 솜씨를 장사로 여긴다. 성인은 꾀하지 않으니 어찌 앎을 쓰며, 깎지 않으니 어찌 아교를 쓰고, 잃음이 없으니 어찌 덕을 쓰며, 팔지 않으니 어찌 장사를 쓰겠는가? 이 넷은 하늘이 기르는 것(天鬻)이다. 하늘이 기른다는 것은 하늘이 먹임이다. 이미 하늘에서 먹임을 받았으니 또 어찌 사람(의 일)을 쓰겠는가? 사람의 형체는 있으되 사람의 정(情)은 없다. 사람의 형체가 있으므로 사람과 어울리고, 사람의 정이 없으므로 옳고 그름이 몸에 얻어지지 않는다. 아득히 작구나, 사람에 속하는 까닭은! 우뚝 크구나, 홀로 그 하늘을 이룸은!

惠子謂莊子曰:「人故无情乎?」莊子曰:「然。」惠子曰:「人而无情,何以謂之人?」莊子曰:「道與之貌,天與之形,惡得不謂之人?」惠子曰:「既謂之人,惡得无情?」莊子曰:「是非吾所謂情也。吾所謂无情者,言人之不以好惡內傷其身,常因自然而不益生也。」惠子曰:「不益生,何以有其身?」莊子曰:「道與之貌,天與之形,无以好惡內傷其身。今子外乎子之神,勞乎子之精,倚樹而吟,據槁梧而瞑。天選子之形,子以堅白鳴!」

혜자(惠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사람은 본래 정(情)이 없는가?" 장자가 말하였다. "그렇다." 혜자가 말하였다. "사람인데 정이 없다면 어찌 사람이라 하는가?" 장자가 말하였다. "도가 그에게 모습을 주고 하늘이 그에게 형체를 주었으니, 어찌 사람이라 하지 않겠는가?" 혜자가 말하였다. "이미 사람이라 하면 어찌 정이 없을 수 있는가?" 장자가 말하였다. "이는 내가 이른바 정이 아니다. 내가 이른바 정이 없다는 것은,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함으로 안으로 제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 늘 자연에 말미암아 삶을 (억지로) 더하지 않음을 말한다." 혜자가 말하였다. "삶을 더하지 않으면 어찌 그 몸을 보존하는가?" 장자가 말하였다. "도가 그에게 모습을 주고 하늘이 그에게 형체를 주었으니, 좋아하고 싫어함으로 안으로 제 몸을 상하게 하지 말라. 지금 그대는 그대의 정신을 밖으로 (쏟고) 그대의 정기를 수고로이 하여, 나무에 기대어 읊조리고 마른 오동에 기대어 졸고 있다. 하늘이 그대의 형체를 골라 주었거늘, 그대는 견백(堅白)의 (궤변으)로 떠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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