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11 구지(九地)
전장의 아홉 가지 땅(九地)과 그에 따른 용병을 다룬, 13편 가운데 가장 긴 편이다. 산지(散地)부터 사지(死地)까지 아홉 땅의 성격과 대처를 들고, 깊이 들어가 결사의 의지를 끌어내는 객(客)의 도, 머리와 꼬리가 서로 호응하는 솔연(率然)의 비유, 사지에 던진 뒤에 살아나는(投之亡地然後存) 역설, 그리고 "처음엔 처녀처럼, 나중엔 달아나는 토끼처럼(始如處女, 後如脫兔)"이라는 명구로 맺는다.
원문 · 번역
孫子曰:凡用兵之法,有散地,有輕地,有爭地,有交地,有衢地,有重地,有圮地,有圍地,有死地。諸侯自戰其地者,為散地;入人之地而不深者,為輕地;我得則利,彼得亦利者,為爭地;我可以往,彼可以來者,為交地;諸侯之地三屬,先至而得天下之衆者,為衢地;入人之地深,背城邑多者,為重地;山林、險阻、沮澤,凡難行之道者,為圮地;所由入者隘,所從歸者迂,彼寡可以擊吾之衆者,為圍地;疾戰則存,不疾戰則亡者,為死地。是故散地則無戰,輕地則無止,爭地則無攻,交地則無絕,衢地則合交,重地則掠,圮地則行,圍地則謀,死地則戰。
손자가 말한다. 무릇 용병의 법에는 산지(散地)·경지(輕地)·쟁지(爭地)·교지(交地)·구지(衢地)·중지(重地)·비지(圮地)·위지(圍地)·사지(死地)가 있다. 제후가 제 땅에서 싸우는 것을 산지라 하고, 남의 땅에 들어가되 깊지 않은 곳을 경지라 하며, 내가 얻어도 이롭고 적이 얻어도 이로운 곳을 쟁지라 하고, 나도 갈 수 있고 적도 올 수 있는 곳을 교지라 하며, 제후의 땅이 셋과 맞닿아 먼저 이르면 천하의 무리를 얻는 곳을 구지라 하고, 남의 땅에 깊이 들어가 등 뒤에 성읍이 많은 곳을 중지라 하며, 산림·험준한 곳·늪지 등 행군하기 어려운 길을 비지라 하고, 들어가는 길은 좁고 돌아오는 길은 멀어 적이 적은 수로 나의 많은 수를 칠 수 있는 곳을 위지라 하며, 빨리 싸우면 살고 빨리 싸우지 않으면 죽는 곳을 사지라 한다. 이런 까닭에 산지에서는 싸우지 말고, 경지에서는 머물지 말며, 쟁지에서는 공격하지 말고, 교지에서는 (대열을) 끊기지 말며, 구지에서는 외교를 맺고, 중지에서는 노략하며, 비지에서는 (빨리) 지나가고, 위지에서는 꾀를 내며, 사지에서는 싸운다.
所謂古之善用兵者,能使敵人前後不相及,衆寡不相恃,貴賤不相救,上下不相收,卒離而不集,兵合而不齊。合於利而動,不合於利而止。敢問︰「敵衆整而將來,待之若何?」曰:「先奪其所愛,則聽矣。」故兵之情主速,乘人之不及,由不虞之道,攻其所不戒也。
이른바 옛날에 용병을 잘한 자는 능히 적으로 하여금 앞뒤가 서로 미치지 못하게 하고, 많고 적은 병력이 서로 믿지 못하게 하며, 귀하고 천한 자가 서로 구하지 못하게 하고, 위아래가 서로 거두지 못하게 하며, 병졸이 흩어져 모이지 못하게 하고, 모여도 가지런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로움에 맞으면 움직이고 이로움에 맞지 않으면 그친다. 감히 묻건대 "적이 무리를 정연히 갖추어 오면 어찌 기다릴까?" 이르되 "먼저 그 아끼는 바를 빼앗으면 (내 뜻을) 들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의 실정은 빠름을 으뜸으로 삼으니, 적이 미치지 못함을 타고 뜻하지 못한 길로 말미암아 경계하지 않는 곳을 친다.
凡為客之道,深入則專,主人不克。掠于饒野,三軍足食。謹養而勿勞,併氣積力,運兵計謀,為不可測。投之無所往,死且不北。死焉不得,士人盡力。兵士甚陷則不懼,無所往則固,深入則拘,不得已則鬥。是故其兵不修而戒,不求而得,不約而親,不令而信。禁祥去疑,至死無所之。吾士無餘財,非惡貨也;無餘命,非惡壽也。令發之日,士卒坐者涕沾襟,偃臥者淚交頤。投之無所往者,則諸、劌之勇也。
무릇 객(客, 원정군)이 되는 도는, 깊이 들어가면 (병사가) 집중되어 주인(적)이 이기지 못한다. 풍요로운 들을 노략하면 삼군이 먹을 것이 넉넉하다. 삼가 기르고 수고롭게 하지 말며, 기운을 모으고 힘을 쌓아 군대를 운용하고 계책을 내되 헤아릴 수 없게 한다. 갈 곳 없는 데로 던져지면 죽어도 달아나지 않는다. 죽음에 이르러 어찌 (힘을) 얻지 못하랴, 군사가 힘을 다한다. 병사가 깊이 빠지면 두려워하지 않고, 갈 곳이 없으면 굳건하며, 깊이 들어가면 얽매이고, 부득이하면 싸운다. 이런 까닭에 그 군대는 다스리지 않아도 경계하고, 구하지 않아도 얻으며, 묶지 않아도 친밀하고, 명령하지 않아도 믿는다. 점치는 일을 금하고 의심을 없애면 죽음에 이르도록 (마음이) 갈 곳이 없다. 내 병사에게 남는 재물이 없는 것은 재물을 싫어해서가 아니요, 남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은 오래 살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명령이 내리는 날, 앉은 병졸은 눈물이 옷깃을 적시고 누운 자는 눈물이 턱에 엇갈리지만, 갈 곳 없는 데로 던져지면 전저(專諸)·조귀(曹劌) 같은 용기를 낸다.
故善用兵者,譬如率然。率然者,常山之蛇也。擊其首則尾至,擊其尾則首至,擊其中則首尾俱至。敢問︰「兵可使如率然乎?」曰︰「可。夫吳人與越人相惡也,當其同舟而濟。遇風,其相救也,如左右手。」是故方馬埋輪,未足恃也;齊勇如一,政之道也;剛柔皆得,地之理也。故善用兵者,攜手若使一人,不得已也。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비유컨대 솔연(率然) 같다. 솔연이란 상산(常山)의 뱀이다.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이르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이르며, 가운데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이른다. 감히 묻건대 "군대를 솔연처럼 부릴 수 있는가?" 이르되 "그렇다. 무릇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나, 한 배를 타고 건너다 바람을 만나면 서로 구함이 좌우의 손과 같다." 이런 까닭에 말을 나란히 매고 수레바퀴를 묻어 (못 달아나게 함은) 믿을 바가 못 되니, (병사를) 가지런히 하여 한결같이 용감하게 하는 것은 다스림의 도요, 굳셈과 부드러움을 모두 얻는 것은 지형의 이치다.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자가 손을 잡아끌듯 한 사람 부리듯 함은, 부득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將軍之事,靜以幽,正以治。能愚士卒之耳目,使之無知;易其事,革其謀,使人無識;易其居,迂其途,使人不得慮。帥與之期,如登高而去其梯;帥與之深入諸侯之地,而發其機,焚舟破釜,若驅群羊。驅而往,驅而來,莫知所之。聚三軍之衆,投之於險,此謂將軍之事也。九地之變,屈伸之利,人情之理,不可不察也。
장군의 일은 고요하여 그윽하고 바르게 하여 다스린다. 능히 병졸의 눈과 귀를 어리석게 하여 알지 못하게 하고, 그 일을 바꾸고 그 계책을 고쳐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며, 그 거처를 바꾸고 그 길을 돌아가 사람이 헤아리지 못하게 한다. 장수가 (병사와) 더불어 기약함은 높은 데 오르게 한 뒤 사다리를 치우듯 하고, 장수가 더불어 제후의 땅에 깊이 들어가 그 기틀을 발하니, 배를 불사르고 솥을 깨뜨려 양 떼를 몰듯 한다. 몰아서 가고 몰아서 오게 하되 갈 곳을 알지 못하게 한다. 삼군의 무리를 모아 험한 곳에 던지니, 이것이 장군의 일이다. 아홉 가지 땅의 변화, 굽히고 펴는 이로움, 사람 마음의 이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凡為客之道,深則專,淺則散。去國越境而師者,絕地也;四達者,衢地也;入深者,重地也;入淺者,輕地也;背固前隘者,圍地也;無所往者,死地也。是故散地,吾將一其志;輕地,吾將使之屬;爭地,吾將趨其後;交地,吾將謹其守;衢地,吾將固其結;重地,吾將繼其食;圮地,吾將進其途;圍地,吾將塞其闕;死地,吾將示之以不活。故兵之情:圍則禦,不得已則鬥,過則從。
무릇 객이 되는 도는, 깊이 들어가면 (병사가) 집중되고 얕게 들어가면 흩어진다. 나라를 떠나 국경을 넘어 군대를 둔 곳을 절지(絕地)라 하고, 사방으로 통하는 곳을 구지(衢地)라 하며, 깊이 들어간 곳을 중지(重地)라 하고, 얕게 들어간 곳을 경지(輕地)라 하며, 등 뒤가 굳고 앞이 좁은 곳을 위지(圍地)라 하고, 갈 곳이 없는 곳을 사지(死地)라 한다. 이런 까닭에 산지에서는 그 뜻을 하나로 하고, 경지에서는 (대열을) 이어지게 하며, 쟁지에서는 그 뒤로 달려가고, 교지에서는 그 지킴을 삼가며, 구지에서는 그 맺음을 굳히고, 중지에서는 그 양식을 잇대며, 비지에서는 그 길을 (빨리) 나아가고, 위지에서는 그 터진 곳을 막으며, 사지에서는 살지 못함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병사의 실정은, 포위되면 막고, 부득이하면 싸우며, 지나치면 (명령을) 따른다.
是故不知諸侯之謀者,不能豫交;不知山林、險阻、沮澤之形者,不能行軍;不用鄉導者,不能得地利。四五者,不知一,非霸王之兵也。夫霸王之兵,伐大國,則其衆不得聚;威加於敵,則其交不得合。是故不爭天下之交,不養天下之權,信己之私,威加於敵,則其城可拔,其國可隳。施無法之賞,懸無政之令。犯三軍之衆,若使一人。犯之以事,勿告以言;犯之以利,勿告以害。投之亡地然後存,陷之死地然後生。夫衆陷於害,然後能為勝敗。故為兵之事,在於佯順敵之意,併敵一向,千里殺將,是謂巧能成事者也。
이런 까닭에 제후의 계책을 모르는 자는 미리 외교할 수 없고, 산림·험준한 곳·늪지의 지형을 모르는 자는 행군할 수 없으며, 길잡이를 쓰지 않는 자는 지리의 이로움을 얻을 수 없다. 이 너덧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모르면 패왕(霸王)의 군대가 아니다. 무릇 패왕의 군대가 큰 나라를 치면 그 무리가 모이지 못하고, 위세가 적에게 더해지면 그 외교가 합해지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천하의 외교를 다투지 않고 천하의 권세를 기르지 않으며, 자기의 사사로운 (역량을) 믿고 위세를 적에게 더하니, 그 성을 빼앗고 그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 법에 없는 상을 베풀고 정사에 없는 명령을 내걸며, 삼군의 무리를 부리기를 한 사람 부리듯 한다. 일로써 부리되 말로 알리지 말고, 이로움으로 부리되 해로움을 알리지 말라. 망할 땅에 던진 뒤에야 보존되고(投之亡地然後存), 죽을 땅에 빠뜨린 뒤에야 살아난다(陷之死地然後生). 무릇 무리가 해로움에 빠진 뒤에야 능히 승패를 (제 손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용병의 일은 적의 뜻을 거짓으로 따르는 척하며 적을 한 방향으로 몰아, 천 리 밖에서 장수를 죽이는 데 있으니, 이를 일러 교묘하게 일을 이루는 자라 한다.
是故政舉之日,夷關折符,無通其使;厲於廊廟之上,以誅其事。敵人開闔,必亟入之,先其所愛,微與之期,踐墨隨敵,以決戰事。是故始如處女,敵人開戶;後如脫兔,敵不及拒。
이런 까닭에 정사를 일으키는 날에는 관문을 막고 부절을 꺾어 그 사신을 통하지 못하게 하며, 묘당 위에서 엄히 따져 그 일을 처결한다. 적이 (틈을) 열면 반드시 빨리 들어가 먼저 그 아끼는 곳을 차지하되 은밀히 (싸울) 때를 정하며, 먹줄을 밟듯 적을 따라 싸움을 결단한다. 이런 까닭에 처음엔 처녀처럼 (고요하여) 적이 문을 열게 하고, 나중엔 달아나는 토끼처럼 (빨라서) 적이 막지 못하게 한다(始如處女, 後如脫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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