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中庸)

대학·중용(大學·中庸) · 유가 경전 · 번역·감수 허유

《중용(中庸)》은 본래 《예기(禮記)》의 한 편으로,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었다고 전한다. 송대 주희(朱熹)가 《대학》·《논어》·《맹자》와 함께 사서(四書)로 묶었으며, 그 장구 구분을 따라 전 33장으로 나뉜다. 천명(天命)에서 비롯한 성(性)·도(道)·교(敎)를 첫머리에 세우고, 중화(中和)·시중(時中)의 도, 그리고 성(誠)을 핵심으로 하여 천도와 인도를 관통하는 수양의 길을 논한다. 치우치지 않고(中) 변하지 않으며(庸) 일상 속에서 도를 실천하는 군자의 길을 그 요체로 삼는다.

번역

제1장 (第一章)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보이지 않는 바에 경계하고 삼가며, 그 들리지 않는 바에 두려워한다. 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 있음을 삼간다.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하고, 일어나서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한다.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라는 것은 천하의 두루 통하는 도이다. 중화(中和)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길러진다.

제2장 (第二章)

중니(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중용을 행하고 소인은 중용에 반한다. 군자의 중용은 군자이면서 때에 맞게 함(時中)이요, 소인의 중용(반중용)은 소인이면서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하셨다.

제3장 (第三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중용은 그 지극하도다. 백성 가운데 능히 오래 행하는 이가 드물도다" 하셨다.

제4장 (第四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가 행해지지 않는 까닭을 나는 안다.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한다. 도가 밝혀지지 않는 까닭을 나는 안다. 어진 자는 지나치고 불초한 자는 미치지 못한다. 사람이 마시고 먹지 않는 이가 없으나, 능히 그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하셨다.

제5장 (第五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가 아마도 행해지지 못하겠구나" 하셨다.

제6장 (第六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순임금은 크게 지혜로우셨도다. 순임금은 묻기를 좋아하시고 가까운 말을 살피기를 좋아하셨으며, 악함을 숨기고 선함을 드러내셨다. 그 두 끝을 잡아 그 중(中)을 백성에게 쓰셨으니, 이것이 순임금이 되신 까닭이로다" 하셨다.

제7장 (第七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이 모두 '나는 지혜롭다' 하지만, 그물과 덫과 함정 가운데로 몰아넣어도 피할 줄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모두 '나는 지혜롭다' 하지만, 중용을 택하여 한 달도 능히 지키지 못한다" 하셨다.

제8장 (第八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안회(顔回)의 사람됨은 중용을 택하여 하나의 선을 얻으면 받들어 가슴에 품고서 잃지 않았다" 하셨다.

제9장 (第九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 국가도 고르게 다스릴 수 있고, 벼슬과 녹봉도 사양할 수 있으며, 시퍼런 칼날도 밟을 수 있으나, 중용은 능히 하기 어렵다" 하셨다.

제10장 (第十章)

자로(子路)가 강함을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남방의 강함인가, 북방의 강함인가, 아니면 네가 강하게 여기는 것인가. 너그럽고 부드럽게 가르치며 무도함에 보복하지 않는 것은 남방의 강함이니 군자가 거기에 머문다. 병기와 갑옷을 깔고 자며 죽어도 싫어하지 않는 것은 북방의 강함이니 강한 자가 거기에 머문다. 그러므로 군자는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으니 강하도다, 꿋꿋함이여. 중에 서서 기울지 않으니 강하도다, 꿋꿋함이여. 나라에 도가 있으면 (곤궁할 때의) 지조를 변치 않으니 강하도다, 꿋꿋함이여. 나라에 도가 없으면 죽음에 이르러도 변치 않으니 강하도다, 꿋꿋함이여" 하셨다.

제11장 (第十一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은벽한 것을 찾고 괴이한 것을 행하면 후세에 칭술됨이 있겠으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군자가 도를 따라 행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데, 나는 능히 그만두지 못한다.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여 세상에서 물러나 알려지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으니, 오직 성인이라야 능히 한다" 하셨다.

제12장 (第十二章)

군자의 도는 널리 쓰이면서도 은미하다. 어리석은 부부도 더불어 알 수 있으나,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비록 성인이라도 알지 못하는 바가 있다. 못난 부부도 능히 행할 수 있으나,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비록 성인이라도 능히 하지 못하는 바가 있다. 천지의 큼에 대해서도 사람이 오히려 한스러워하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군자가 큰 것을 말하면 천하가 능히 실을 수 없고, 작은 것을 말하면 천하가 능히 깨뜨릴 수 없다.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그 위아래로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발단하나,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천지에 드러난다.

제13장 (第十三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으니, 사람이 도를 행하면서 사람을 멀리하면 도라 할 수 없다. 《시경》에 이르기를 '도끼자루를 베고 도끼자루를 벰이여, 그 법칙이 멀지 않도다' 하였으니, 도끼자루를 잡고 도끼자루를 베면서 곁눈질하여 보면서도 오히려 멀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의 도리로써 사람을 다스리다가 고치면 그친다. 충(忠)과 서(恕)는 도에서 멀지 않으니, 자기에게 베풀어 원치 않는 것을 또한 남에게 베풀지 말라.

군자의 도가 넷인데 나(공자)는 그 가운데 하나도 능하지 못하다. 자식에게 바라는 것으로 아비를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고, 신하에게 바라는 것으로 임금을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며, 아우에게 바라는 것으로 형을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고, 벗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베풂을 능히 하지 못한다. 떳떳한 덕을 행하고 떳떳한 말을 삼가, 부족한 바가 있으면 감히 힘쓰지 않을 수 없고 남음이 있어도 감히 다하지 않으며, 말은 행실을 돌아보고 행실은 말을 돌아보니, 군자가 어찌 독실하지 않겠는가" 하셨다.

제14장 (第十四章)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행하고 그 밖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 부귀에 처하면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하면 빈천대로 행하며, 오랑캐 땅에 처하면 오랑캐 땅대로 행하고, 환난에 처하면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 스스로 얻지 못하는 곳이 없다.

윗자리에 있어서는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어서는 윗사람을 끌어당기지 않으며, 자기를 바르게 하고 남에게 구하지 않으면 원망이 없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평이함에 처하여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을 행하며 요행을 바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점이 있으니,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그 자신에게서 (원인을) 구한다" 하셨다.

제15장 (第十五章)

군자의 도는 비유하면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시작하는 것과 같고, 비유하면 높은 곳을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데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시경》에 이르기를 "처자가 화합함이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듯하고, 형제가 이미 화목하여 화락하고 또 즐겁도다. 너의 집안을 마땅하게 하고 너의 처자를 즐겁게 하라"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부모가 편안하시리로다" 하셨다.

제16장 (第十六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귀신의 덕됨이 그 성대하도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나, 만물의 본체가 되어 빠뜨릴 수 없다.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재계하고 깨끗이 하며 옷을 성대히 차려입고 제사를 받들게 하니, 양양히 그 위에 있는 듯하고 그 좌우에 있는 듯하다. 《시경》에 이르기를 '신(神)이 이르름을 헤아릴 수 없거늘 하물며 싫어할 수 있으랴' 하였으니, 무릇 미세함이 드러남이요 성(誠)을 가릴 수 없음이 이와 같도다" 하셨다.

제17장 (第十七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순임금은 크게 효성스러우셨도다. 덕은 성인이 되시고 존귀함은 천자가 되시며 부유함은 천하를 가지셨다. 종묘에서 흠향하시고 자손이 보전하였다. 그러므로 큰 덕은 반드시 그 지위를 얻고, 반드시 그 녹을 얻으며, 반드시 그 이름을 얻고, 반드시 그 수명을 얻는다. 그러므로 하늘이 만물을 낼 때 반드시 그 재질에 따라 도탑게 한다. 그러므로 심은 것은 북돋아 주고 기운 것은 엎어버린다. 《시경》에 이르기를 '아름답고 즐거운 군자여, 드러나는 아름다운 덕이로다. 백성에게 마땅하고 사람에게 마땅하여 하늘에서 녹을 받으니, 보우하여 명하시고 하늘로부터 거듭하신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큰 덕을 지닌 자는 반드시 천명을 받는다" 하셨다.

제18장 (第十八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근심이 없으신 분은 오직 문왕이로다. 왕계(王季)를 아버지로 삼고 무왕을 아들로 삼으셨으니, 아버지가 일으키시고 아들이 이으셨다. 무왕은 태왕·왕계·문왕의 실마리를 이어, 한 번 갑옷을 입고서(거병하여) 천하를 가지시되 몸소 천하의 드러난 이름을 잃지 않으셨다. 존귀함은 천자가 되시고 부유함은 천하를 가지셨으며, 종묘에서 흠향하시고 자손이 보전하였다.

무왕이 만년에 천명을 받으시매 주공(周公)이 문왕·무왕의 덕을 이루어, 태왕·왕계를 왕으로 추존하고 위로 선조를 천자의 예로 제사 지냈다. 이 예가 제후와 대부 및 사·서인에게까지 통하였으니, 아버지가 대부이고 아들이 사이면 장사는 대부의 예로 하고 제사는 사의 예로 지내며, 아버지가 사이고 아들이 대부이면 장사는 사의 예로 하고 제사는 대부의 예로 지냈다. 일 년 상은 대부에게까지 통하고, 삼 년 상은 천자에게까지 통하나, 부모의 상은 귀천 없이 한가지였다" 하셨다.

제19장 (第十九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무왕과 주공은 두루 효성스러우셨도다. 무릇 효라는 것은 사람(선조)의 뜻을 잘 잇고 사람의 일을 잘 이어 펴는 것이다. 봄가을로 그 조상의 사당을 손질하고 그 종묘의 기물을 진열하며, 그 의상을 펴 놓고 그 철에 나는 음식을 올린다.

종묘의 예는 소목(昭穆)의 차례를 매기는 까닭이요, 벼슬을 차례 지음은 귀천을 분별하는 까닭이며, 일을 차례 지음은 어짊을 분별하는 까닭이요, 여럿이 술을 권할 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위함은 천한 이에게까지 미치는 까닭이며, 잔치에서 머리색으로 자리함은 나이를 차례 짓는 까닭이다.

그 자리에 나아가 그 예를 행하고 그 음악을 연주하며, 그 높이는 바를 공경하고 그 친한 바를 사랑하며, 죽은 이 섬기기를 산 이 섬기듯 하고 없는 이 섬기기를 있는 이 섬기듯 함이 효의 지극함이다. 교사(郊社)의 예는 상제를 섬기는 까닭이요, 종묘의 예는 그 선조를 제사 지내는 까닭이니, 교사의 예와 체상(禘嘗)의 뜻에 밝으면 나라를 다스림이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으리라" 하셨다.

제20장 (第二十章)

애공(哀公)이 정사를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문왕·무왕의 정사가 책에 펼쳐져 있으니, 그 사람이 있으면 그 정사가 행해지고 그 사람이 없으면 그 정사가 멈춘다. 사람의 도는 정사에 빠르고, 땅의 도는 나무에 빠르니, 무릇 정사라는 것은 부들과 갈대(처럼 쉽게 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사를 함은 사람에 달려 있으니, 사람을 취함은 몸으로써 하고, 몸을 닦음은 도로써 하며, 도를 닦음은 인(仁)으로써 한다.

인(仁)이란 사람다움(人)이니 어버이를 친애함이 가장 크고, 의(義)란 마땅함(宜)이니 어진 이를 높임이 가장 크다. 어버이를 친애하는 차등과 어진 이를 높이는 등급에서 예(禮)가 생겨난다.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을 닦지 않을 수 없으니, 몸을 닦으려면 어버이를 섬기지 않을 수 없고, 어버이를 섬기려면 사람을 알지 않을 수 없으며, 사람을 알려면 하늘을 알지 않을 수 없다" 하셨다.

천하의 두루 통하는 도가 다섯이요, 그것을 행하는 것이 셋이다. 군신·부자·부부·형제·붕우의 사귐, 이 다섯이 천하의 두루 통하는 도이다. 지(知)·인(仁)·용(勇) 셋은 천하의 두루 통하는 덕이니, 그것을 행하는 까닭은 하나(誠)이다. 혹은 나면서 알고, 혹은 배워서 알며, 혹은 애써서 아나, 그 앎에 이르러서는 한가지이다. 혹은 편안히 행하고, 혹은 이롭게 여겨 행하며, 혹은 힘써 행하나, 그 공을 이룸에 이르러서는 한가지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기를 좋아함은 지(知)에 가깝고, 힘써 행함은 인(仁)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앎은 용(勇)에 가깝다. 이 셋을 알면 몸 닦는 까닭을 알고, 몸 닦는 까닭을 알면 사람 다스리는 까닭을 알며, 사람 다스리는 까닭을 알면 천하 국가 다스리는 까닭을 안다" 하셨다.

무릇 천하 국가를 다스리는 데에 아홉 가지 떳떳한 도(九經)가 있으니, 몸을 닦음, 어진 이를 높임, 어버이를 친애함, 대신을 공경함, 여러 신하를 내 몸처럼 살핌, 백성을 자식처럼 여김, 백공을 오게 함, 먼 곳 사람을 회유함, 제후를 품어 줌이다.

몸을 닦으면 도가 서고, 어진 이를 높이면 미혹되지 않으며, 어버이를 친애하면 백부·숙부와 형제가 원망하지 않고, 대신을 공경하면 현혹되지 않으며, 여러 신하를 내 몸처럼 살피면 선비들의 예로 보답함이 두텁고,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면 백성이 권면되며, 백공을 오게 하면 재용이 넉넉하고, 먼 곳 사람을 회유하면 사방이 돌아오며, 제후를 품어 주면 천하가 두려워한다.

재계하고 깨끗이 하며 옷을 성대히 차려입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음은 몸을 닦는 까닭이요, 참소를 물리치고 여색을 멀리하며 재물을 천히 여기고 덕을 귀히 여김은 어진 이를 권면하는 까닭이며, 그 지위를 높이고 그 녹을 두터이 하며 그 좋아하고 싫어함을 함께함은 어버이 친애함을 권면하는 까닭이요, 관속을 많이 두어 부릴 사람을 맡김은 대신을 권면하는 까닭이며, 충성과 신의로 대하고 녹을 두터이 함은 선비를 권면하는 까닭이요, 때맞춰 부리고 세금을 적게 거둠은 백성을 권면하는 까닭이며, 날로 살피고 달로 시험하여 봉록을 일에 맞게 줌은 백공을 권면하는 까닭이요, 가는 이를 전송하고 오는 이를 맞이하며 잘하는 이를 가상히 여기고 못하는 이를 가엾게 여김은 먼 곳 사람을 회유하는 까닭이며, 끊어진 세대를 이어 주고 폐한 나라를 일으켜 주며 어지러움을 다스리고 위태로움을 붙들어 주며 때맞춰 조회하고 보내는 것은 두터이 하고 오는 것은 적게 받음은 제후를 품어 주는 까닭이다.

무릇 천하 국가를 다스리는 데에 아홉 가지 떳떳한 도가 있으나, 그것을 행하는 까닭은 하나(誠)이다. 모든 일은 미리 하면 서고 미리 하지 않으면 폐한다. 말이 미리 정해지면 차질이 없고, 일이 미리 정해지면 곤란하지 않으며, 행함이 미리 정해지면 탈이 없고, 도가 미리 정해지면 궁하지 않다.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윗사람의 신임을 얻는 데에 도가 있으니, 벗에게 미덥지 못하면 윗사람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 벗에게 미더운 데에 도가 있으니, 어버이에게 순하지 못하면 벗에게 미덥지 못하다. 어버이에게 순한 데에 도가 있으니, 자신을 돌이켜 정성스럽지 못하면 어버이에게 순하지 못하다. 자신을 정성스럽게 하는 데에 도가 있으니, 선에 밝지 못하면 자신을 정성스럽게 하지 못한다.

성(誠)이란 하늘의 도요, 성하려고 하는 것(誠之)은 사람의 도이다. 성한 자는 힘쓰지 않아도 맞고 생각하지 않아도 얻으며 종용히 도에 맞으니 성인이요, 성하려고 하는 자는 선을 택하여 굳게 잡는 자이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밝게 분별하고, 독실히 행하라. 배우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배우면 능하지 못하고는 그만두지 않으며, 묻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물으면 알지 못하고는 그만두지 않고, 생각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생각하면 얻지 못하고는 그만두지 않으며, 분별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분별하면 밝히지 못하고는 그만두지 않고, 행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행하면 독실하지 못하고는 그만두지 않는다. 남이 한 번에 능하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능하면 나는 천 번을 한다. 과연 이 도에 능하면 비록 어리석어도 반드시 밝아지고, 비록 유약해도 반드시 강해진다.

제21장 (第二十一章)

성(誠)으로 말미암아 밝아짐을 성(性)이라 하고, 밝음으로 말미암아 성하게 됨을 교(敎)라 한다. 성하면 밝아지고, 밝으면 성하게 된다.

제22장 (第二十二章)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至誠)이라야 능히 그 성(性)을 다할 수 있다. 그 성을 다할 수 있으면 능히 사람의 성을 다할 수 있고, 사람의 성을 다할 수 있으면 능히 사물의 성을 다할 수 있으며, 사물의 성을 다할 수 있으면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고,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으면 천지와 더불어 셋이 될 수 있다.

제23장 (第二十三章)

그 다음(지극한 성에 미치지 못하는 자)은 한쪽을 지극히 하니, 한쪽을 지극히 하면 능히 성함이 있게 된다. 성하면 드러나고, 드러나면 더욱 나타나며, 나타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움직이며, 움직이면 변하고, 변하면 화(化)한다.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이라야 능히 화할 수 있다.

제24장 (第二十四章)

지극한 성의 도는 미리 알 수 있다. 국가가 장차 흥하려 하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있고, 국가가 장차 망하려 하면 반드시 괴이한 재앙이 있으니, 시초점과 거북점에 나타나고 사지의 움직임에 드러난다. 화와 복이 장차 이를 때, 선한 것을 반드시 먼저 알고 선하지 못한 것도 반드시 먼저 안다. 그러므로 지극한 성은 신과 같다.

제25장 (第二十五章)

성(誠)이란 스스로 이루는 것이요, 도(道)란 스스로 행하는 것이다. 성이란 사물의 끝과 시작이니, 성하지 않으면 사물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성하게 함을 귀히 여긴다. 성이란 스스로 자기를 이룰 뿐만 아니라 사물을 이루는 까닭이 된다. 자기를 이룸은 인(仁)이요, 사물을 이룸은 지(知)이니, 성(性)의 덕이며 안과 밖을 합한 도이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 베풂이 마땅하다.

제26장 (第二十六章)

그러므로 지극한 성은 쉼이 없다. 쉬지 않으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징험이 있으며, 징험이 있으면 멀고 오래가고, 멀고 오래가면 넓고 두터워지며, 넓고 두터우면 높고 밝아진다. 넓고 두터움은 만물을 싣는 까닭이요, 높고 밝음은 만물을 덮는 까닭이며, 멀고 오래감은 만물을 이루는 까닭이다. 넓고 두터움은 땅에 짝하고, 높고 밝음은 하늘에 짝하며, 멀고 오래감은 끝이 없다. 이와 같은 것은 드러내지 않아도 빛나고, 움직이지 않아도 변하며, 함이 없어도 이루어진다.

천지의 도는 한 마디로 다할 수 있으니, 그 만물 됨이 둘이 아니므로(한결같으므로) 그 만물을 냄이 헤아릴 수 없다. 천지의 도는 넓고, 두텁고, 높고, 밝고, 멀고, 오래간다. 이제 저 하늘은 이 빛나는 것들이 많이 모인 것이나, 그 무궁함에 이르러서는 해와 달과 별이 매여 있고 만물이 덮여 있다. 이제 저 땅은 한 줌의 흙이 많이 모인 것이나, 그 넓고 두터움에 이르러서는 화악(華嶽)을 싣고도 무거워하지 않고 강과 바다를 거두어도 새지 않으며 만물이 실려 있다. 이제 저 산은 주먹만 한 돌이 많이 모인 것이나, 그 넓고 큼에 이르러서는 초목이 자라고 금수가 살며 보배가 일어난다. 이제 저 물은 한 국자가 많이 모인 것이나, 그 헤아릴 수 없음에 이르러서는 자라·악어·교룡·물고기·자라가 살고 재화가 불어난다.

《시경》에 이르기를 "오직 하늘의 명이여, 아아 그윽하여 그치지 않는도다" 하였으니, 대개 하늘이 하늘 된 까닭을 말한 것이다. "아아 드러나지 않으랴, 문왕의 덕의 순수함이여" 하였으니, 대개 문왕이 문(文)이 된 까닭을 말한 것이다. 순수함이 또한 그치지 않는 것이다.

제27장 (第二十七章)

크도다, 성인의 도여. 양양히 만물을 발육시켜 그 높음이 하늘에 닿았다. 넉넉하고 크도다. 예의(禮儀)가 삼백이요 위의(威儀)가 삼천이니, 그 사람(성인)을 기다린 뒤에 행해진다. 그러므로 "진실로 지극한 덕이 아니면 지극한 도가 응결되지 않는다"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성을 높이고 학문을 말미암으며, 광대함을 지극히 하고 정미함을 다하며, 높고 밝음을 다하고 중용을 말미암으며,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고 두터움을 도타이 하여 예를 높인다. 그러므로 윗자리에 있어서는 교만하지 않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배반하지 않으며, 나라에 도가 있으면 그 말이 족히 (나라를) 흥하게 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그 침묵이 족히 (몸을) 용납하게 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이미 밝고 또 지혜로워 그 몸을 보전한다" 하였으니, 이것을 말함이로다.

제28장 (第二十八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으면서 스스로 쓰기를 좋아하고, 천하면서 스스로 마음대로 하기를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나서 옛 도로 돌아가려 하니, 이와 같은 자는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 하셨다.

천자가 아니면 예를 의논하지 않고, 법도를 짓지 않으며, 문자를 살피지 않는다. 지금 천하가 수레는 궤도를 같이하고 글은 문자를 같이하며 행실은 윤리를 같이한다. 비록 그 지위가 있더라도 진실로 그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을 짓지 못하고, 비록 그 덕이 있더라도 진실로 그 지위가 없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짓지 못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나라의 예를 말할 수 있으나 기(杞)나라가 족히 증거가 되지 못하고, 내가 은나라의 예를 배웠으니 송(宋)나라가 남아 있으며, 내가 주나라의 예를 배웠는데 지금 그것을 쓰니 나는 주나라를 따른다" 하셨다.

제29장 (第二十九章)

천하에 왕 노릇 함에 세 가지 중요한 것(三重, 의례·제도·고문)이 있으니, 그것을 잘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위(옛 임금)의 것은 비록 선해도 증거가 없으니, 증거가 없으면 미덥지 못하고, 미덥지 못하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아래(지위 없는 자)의 것은 비록 선해도 높지 못하니, 높지 못하면 미덥지 못하고, 미덥지 못하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자신에게 근본하여 백성에게 증험하고, 삼왕(三王)에게 상고하여도 어긋나지 않으며, 천지에 세워도 어긋나지 않고, 귀신에게 물어도 의심이 없으며, 백세 뒤의 성인을 기다려도 미혹되지 않는다. 귀신에게 물어도 의심이 없음은 하늘을 앎이요, 백세 뒤의 성인을 기다려도 미혹되지 않음은 사람을 앎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움직이면 대대로 천하의 도가 되고, 행하면 대대로 천하의 법이 되며, 말하면 대대로 천하의 법칙이 된다. 멀리 있으면 우러름이 있고, 가까이 있으면 싫어하지 않는다. 《시경》에 이르기를 "저기에서도 미워함이 없고 여기에서도 싫어함이 없으니, 거의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하여 길이 명예를 마치리로다" 하였으니, 군자가 이와 같이 하지 않고서 일찍이 천하에 명예가 있은 적은 없다.

제30장 (第三十章)

중니(공자)께서는 요순을 으뜸으로 이어 받아 펴시고 문왕·무왕을 본받아 밝히셨으며, 위로는 하늘의 때를 본받고 아래로는 물과 땅(의 이치)을 따르셨다. 비유하면 천지가 실어 주지 않음이 없고 덮어 주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으며, 비유하면 사계절이 번갈아 운행하고 해와 달이 번갈아 밝은 것과 같다. 만물이 함께 자라면서도 서로 해치지 않고, 도가 함께 행해지면서도 서로 어긋나지 않으니, 작은 덕은 냇물처럼 흐르고 큰 덕은 두텁게 화육한다. 이것이 천지가 큰 까닭이다.

제31장 (第三十一章)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인(至聖)이라야 능히 총명하고 슬기로워 족히 임함이 있고, 너그럽고 부드러워 족히 받아들임이 있으며, 강건하고 굳세어 족히 잡음이 있고, 단정하고 장엄하며 중정(中正)하여 족히 공경함이 있으며, 문리가 치밀하고 살펴 족히 분별함이 있다. 넓고 넓으며 깊은 샘과 같아서 때에 맞게 나온다. 넓고 넓음은 하늘과 같고 깊은 샘은 못과 같으니, 나타나매 백성이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말하매 백성이 믿지 않음이 없으며, 행하매 백성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다.

이로써 명성이 중국에 넘쳐흘러 만맥(蠻貊)에까지 미치니, 배와 수레가 이르는 곳과 사람의 힘이 통하는 곳, 하늘이 덮는 곳과 땅이 싣는 곳, 해와 달이 비추는 곳과 서리와 이슬이 내리는 곳, 무릇 혈기 있는 모든 것이 높이고 친애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하늘에 짝한다고 한다.

제32장 (第三十二章)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至誠)이라야 능히 천하의 큰 법(大經)을 다스리고, 천하의 큰 근본(大本)을 세우며, 천지의 화육을 안다. 어찌 의지하는 바가 있으랴. 정성스럽도다 그 인(仁)이여, 깊고 깊도다 그 못(淵)이여, 넓고 넓도다 그 하늘(天)이여. 진실로 본디 총명하고 성스럽고 지혜로워 하늘의 덕에 통달한 자가 아니면, 그 누가 능히 그것을 알겠는가.

제33장 (第三十三章)

《시경》에 이르기를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덧입는다" 하였으니, 그 무늬가 드러남을 싫어한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어두운 듯하면서도 날로 빛나고, 소인의 도는 뚜렷한 듯하면서도 날로 사라진다. 군자의 도는 담박하나 싫증나지 않고, 간략하나 무늬가 있으며, 온화하나 조리가 있으니, 먼 것이 가까운 데서 비롯됨을 알고, 바람이 일어나는 곳을 알며, 미세한 것이 드러남을 알면 더불어 덕에 들어갈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잠긴 것이 비록 엎드려 있으나 또한 심히 밝도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 허물이 없어 뜻에 부끄러움이 없다. 군자에게 미칠 수 없는 점은 오직 남이 보지 못하는 데에 있구나. 《시경》에 이르기를 "네가 방에 있음을 살펴보니 오히려 방 귀퉁이에도 부끄럽지 않도다"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움직이지 않아도 공경받고, 말하지 않아도 미더움을 받는다.

《시경》에 이르기를 "나아가 신을 감격시킴에 말이 없으니, 그때에 다툼이 없도다"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가 상 주지 않아도 백성이 권면되고, 노하지 않아도 백성이 작두와 도끼보다 더 두려워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드러나지 않는 덕이여, 모든 제후가 그것을 본받는다"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가 공손함을 도타이 하면 천하가 평안해진다.

《시경》에 이르기를 "나는 밝은 덕을 그리워하니, 큰 소리와 낯빛을 (위주로) 하지 않는다"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소리와 낯빛으로 백성을 교화함은 말단이다" 하셨다. 《시경》에 이르기를 "덕은 가볍기가 터럭과 같다" 하였으나, 터럭도 오히려 비교할 데가 있다.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 하였으니, 지극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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