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 06 오합(忤合第六)

귀곡자(鬼谷子) · 전국 귀곡자 · 번역·감수 허유

《귀곡자》 중권(卷中)의 둘째 편으로, 오합(忤合)을 논한다. 오(忤)는 거스름이요 합(合)은 합함이니, 이쪽에 합하면 저쪽에 거스르는 향배(向背)의 술수다. 세상에 늘 귀한 것도 늘 스승도 없으니, 정세에 따라 합하고 거슬러 굴러 변화하며 자기 재능을 헤아려 나아가고 물러나는 종횡의 도를 다룬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世無常貴,事無常師。

세상에 늘 귀한 것이 없고, 일에 늘 스승이 없다.

合於彼而離於此,計謀不兩忠。

저쪽에 합하면 이쪽에 떨어지니, 계책은 양쪽에 충성할 수 없다.

反於是,忤於彼;忤於此,反於彼,其術也。

여기에 합하면 저기에 거스르고, 여기에 거스르면 저기에 합하니, 그 술수다.

번역

무릇 합함으로 나아가고 거스름으로 등짊에 계책이 들어맞음이 있다. 변화가 고리처럼 이어져 각기 형세가 있으니, 되돌리고 뒤집어 서로 구하되 일에 따라 제어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간에 처해 몸을 세워 세상을 다스리고 가르침을 베풀어 명성을 드날림에, 반드시 사물의 모임으로 인하고 천시의 마땅함을 보아 많고 적음을 알아 이로써 먼저 알고 더불어 굴러 변화한다.

세상에 늘 귀한 것이 없고 일에 늘 스승이 없다. 성인은 늘 함께함도 없고 함께하지 않음도 없으며, 듣는 바를 듣지 않음이 없다. 일에 이루어지고 계책에 합하여 더불어 주인이 된다. 저쪽에 합하면 이쪽에 떨어지니, 계책은 양쪽에 충성할 수 없어 반드시 거스름이 있다. 여기에 합하면 저기에 거스르고 여기에 거스르면 저기에 합하니 그 술수다.

천하에 쓰면 반드시 천하를 헤아려 함께하고, 나라에 쓰면 반드시 나라를 헤아려 함께하며, 집에 쓰면 반드시 집을 헤아려 함께하고, 몸에 쓰면 반드시 몸의 재능과 기세를 헤아려 함께한다. 크고 작음, 나아가고 물러남에 그 쓰임이 한가지다. 반드시 먼저 헤아려 계책을 정한 뒤에 비겸(飛箝)의 술수로 행한다.

옛날 배향(背向)을 잘한 자는 사해를 화합시키고 제후를 아울러 오합의 자리에서 굴러 변화시킨 뒤에 합함을 구했다. 그러므로 이윤(伊尹)이 다섯 번 탕(湯)에게 나아가고 다섯 번 걸(桀)에게 나아갔으나 밝힐 바가 없은 뒤에 탕에게 합하였고, 여상(呂尚)이 세 번 문왕(文王)에게 나아가고 세 번 은(殷)에 들었으나 밝힐 바가 없은 뒤에 문왕에게 합하였으니, 이는 천명의 옭아맴[箝]을 알아 돌아감에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지극한 성인으로 깊은 이치에 통달하지 않으면 세상을 다스릴 수 없고,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면 일을 궁구할 수 없으며, 마음을 다해 실정을 보지 않으면 명성을 이룰 수 없고, 재질이 슬기롭지 않으면 군사를 쓸 수 없으며, 충실하되 참됨이 없으면 사람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오합의 도는, 자기가 반드시 스스로 재능과 지혜를 헤아리고 길고 짧음, 멀고 가까움이 누가 못한가를 가늠한 뒤에야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합종할 수도 연횡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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