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76 산지수(山至數)
지극한 셈(至數)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경중의 도를 묻는 편이다. 양취(梁聚)·청사(請士) 등의 그릇된 재정론을 변별하고, 곡식을 지킴(守穀)·국회(國會)·폐승마(幣乘馬)·현수(縣數)·국세(國勢)·국부(國簿) 등 다양한 셈법을 차례로 논한다. "왕자는 백성에게 갈무리하고 패자는 대부에게 갈무리하며 망하는 나라는 궤에 갈무리한다"는 명제가 유명하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王者藏於民,霸者藏於大夫,殘國亡家藏於篋。
왕자는 백성에게 갈무리하고 패자는 대부에게 갈무리하며 망하는 나라·무너지는 집은 궤에 갈무리한다.
以重藏輕,國常有十,國之筴也。
무거움으로 가벼움을 갈무리하면 나라가 늘 열을 가지니 나라의 계책이다.
번역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양취(梁聚)가 과인에게 '옛날에는 부세를 가벼이 하고 적렴(籍斂)을 두텁게 하였으니 아래를 취함에 이보다 순한 것이 없다' 하였소. 어떻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양취의 말은 그릅니다. 부세를 가벼이 하면 창고가 비고, 적렴을 두텁게 하면 기계가 받들어지지 못하고 제후의 가죽·비단을 입지 못합니다. … 임금에게 산이 있고 산에 금이 있어 화폐를 세우고, 화폐로 곡식에 견주어 녹을 주면 나라 곡식이 위에 있어 곡식값이 열 배가 됩니다. 농부가 밤에 자고 일찍 일어나 부림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곡이 열 배가 됩니다. … 그러므로 백성으로 하여금 부득불 쓰이게 하는 것입니다. 양취의 말은 그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환공이 또 관자에게 물었다. "어떤 이가 나를 가르쳐 '청사(請士)'라 하며 '어찌 백 가지 능한 자(百能)에게 관직을 주지 않는가? 지혜로운 자가 지혜를 다하고 모사가 꾀를 다하며 백공이 솜씨를 다하게 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하였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청사의 말은 그릅니다. 녹이 두터우면 선비가 죽지 않고, 화폐가 가벼우면 선비가 상을 가벼이 여기며, 만물이 가벼우면 선비가 구차히 요행합니다. 세 게으름(三怠)이 나라에 있으면 무슨 셈이 있겠습니까. … 경중에 통하지 않음을 망령된 말이라 합니다."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옛날 주(周)나라가 천하를 가져 제후가 복종하고 명교(名敎)가 천하에 통하였으나 그 아래에 빼앗겼으니 무슨 셈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임금이 땅을 나누어 공물을 들이고 시장과 조정이 함께 흘렀으니, 황금이 한 계책이요 강양의 진주가 한 계책이며 진(秦)의 명산 증청이 한 계책입니다. 이를 적음으로 많음을 삼고 좁음으로 넓음을 삼는, 궤가 나오는 무리(軌出之屬)라 합니다." … (천자가 곡식과 화폐의 경중을 잃어 대부와 제후에게 빼앗긴 까닭을 설명)
환공이 또 물었다. "종신토록 천하를 가져 잃지 않음에 도가 있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천하에 베풀지 말고 홀로 내 나라에 베푸십시오." … (나라의 넓고 좁음·땅의 비옥과 척박에 수가 있으니 곡식을 지킬 뿐임을 말하고,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 위에 두고 봄에 곡식을 무겁게 하며 여름에 시세로 곡식을 풀어 백성이 밭을 다스리게 하는 등, 곡식의 경중을 돌려가며(重之相因) 나라 계책으로 삼는 법, "무거운 흐름을 삼가 지키면 천하가 내게서 새지 않는다", "무거움으로 가벼움을 갈무리하면 나라가 늘 열을 가진다"는 수응(數應)을 설명) …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국회(國會)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임금이 대부를 잃으면 짝이 없고 백성을 잃으면 아래를 잃습니다. … 왕자는 백성에게 갈무리하고(藏於民) 패자는 대부에게 갈무리하며(藏於大夫) 망하는 나라·무너지는 집은 궤에 갈무리합니다(藏於篋)." 환공이 말하였다. "백성에게 갈무리함이 무엇이오?" … (잔대·녹대의 돈과 베를 백성에게 흩고 "백성이 부유하면 임금이 함께 가난하지 않고 백성이 가난하면 임금이 함께 부유하지 않다"는 명령을 내려, 곡식과 화폐의 경중으로 거두고 흩는 복책復筴을 설명. 빼앗음을 회계로 함奪之以會도 설명)
환공이 물었다. … (천자 삼백 령令 운운한 특명特命의 그릇됨, 대부가 농사와 시장 품팔이를 빼앗는 폐단을 들고 "잘하는 자는 때를 타 더디고 빠름을 행할 뿐"임을 말함 — 이를 국회國會라 함)
환공이 물었다. "쟁탈의 일은 어떻소?" 관자가 말하였다. "친척으로 시작합니다(以戚始)." … (형제가 나라를 나누어 대가 거듭되면 다툼이 그치지 않고 경중의 가문이 그 사이를 노니므로 "남에게 땅을 주지 말고 재물을 주지 말라" — 성인이 더디고 빠름으로 다스리고 인의로 행하는 왕자의 큰 고삐大轡를 설명)
환공이 물었다. "폐승마(幣乘馬)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 (세 대부의 집을 취해 사방 육 리에 한 승乘, 스물일곱 사람이 한 승을 받들게 하고, 밭의 좋고 나쁨·곡식의 많고 적음·귀천에 따라 화폐를 나라 안에 펴 한 나라 육지의 수로 삼는 폐승마를 설명. "임금이 곡식·화폐·금의 저울을 잡으면 천하를 정할 수 있다"는 천하를 지키는 셈을 말함)
환공이 물었다. "현수(縣數)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 (낭모·풍회·용하 등 짐승·소·양의 땅을 나라 계책에 통하게 하는 법, 무용한 땅에 세를 매겨 예의에서 나오게 함을 설명 — 이를 통通이라 함)
환공이 물었다. "국세(國勢)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산에 처한 나라, 범람하여 물 많은 나라, 산지로 나뉜 나라, 물 넘치는 나라, 새는 땅의 나라 — 이것이 나라의 다섯 형세(五勢)이니 임금의 근심하는 바입니다. 산에 처한 나라는 늘 곡식 삼분의 일을 갈무리하고, 물 많은 나라는 늘 곡식 삼분의 일을 잡으며 …" (다섯 형세에 따른 곡식 갈무리의 비율을 설명 — 준시오세准時五勢의 셈)
환공이 물었다. "이제 해내를 가져 제후를 매면 국세를 쓰지 않아도 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 (제후를 부절策로 삼아 사시를 타고 동서남북을 견주어 평준平准케 하며, 천하를 두루 가지면 화폐를 펴 만물의 아침저녁을 지켜 이로움을 조절함을 설명 — 이를 국부國簿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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