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71 사어(事語)
환공이 진사(秦奢)·일전(佚田) 등 다른 이들의 재정론을 묻고, 관자가 그것이 "지수(至數, 지극한 셈)"가 아님을 변별하는 편이다. 사치를 권하는 진사의 말과 남의 것을 빌려 천하를 제어하라는 일전의 말을 모두 물리치고, 안을 안정시키고 곡식을 갈무리하는 것이 근본임을 말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壤辟舉則民留處,倉廩實則知禮節。
땅을 개간하면 백성이 머물러 살고 창고가 차면 예절을 안다.
富勝貧,勇勝怯,智勝愚 … 凡十勝者盡有之。
부유함은 가난함을 이기고 용감함은 비겁함을 이기며 지혜는 어리석음을 이기니, 무릇 열 가지 이김을 다 가진다.
번역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일의 지극한 셈(至數)을 들을 수 있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지극한 셈이 무엇입니까?" 환공이 말하였다. "진사(秦奢)가 나를 가르쳐 말하기를 '휘장과 덮개를 닦지 않고 의복을 많게 하지 않으면 여자의 일이 커지지 않으며, 제기의 예에 희생을 다하지 않으면 — 제후는 태뢰, 대부는 소뢰 — 이같이 하지 않으면 육축이 자라지 않고, 누대를 높이고 궁실을 아름답게 하지 않으면 뭇 재목이 흩어지지 않는다' 하였소. 이 말이 어떻소?" 관자가 말하였다. "셈이 아닙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어찌 셈이 아니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이는 땅이 정해진 나라의 셈입니다. 저 천자의 제도는 토지가 사방 천 리, 제후는 백 리, 바다를 등진 자작은 칠십 리, 남작은 오십 리이니, 가슴과 팔이 서로 부리듯 합니다. 그러므로 준(准)으로 더디고 빠름·남고 모자람을 조절하면 비록 아래에 있어도 임금의 근심이 되지 않습니다. 저 땅이 좁은데 큰 나라와 다투려는 자는, 농부가 추위에 밭갈고 더위에 김매어 힘이 위로 돌아가고 여자가 길쌈에 부지런하여 공이 부고로 돌아감은 민심을 원망케 하고 민의를 상하게 함이 아닙니다. 쌓인 저축이 없으면 사람을 쓸 수 없고, 쌓인 재물이 없으면 아래를 권할 수 없습니다. 진사의 셈은 위태롭고 좁은 나라에 쓸 수 없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환공이 또 관자에게 물었다. "일전(佚田)이 과인에게 말하기를 '잘하는 자는 제 것 아닌 것을 쓰고 제 사람 아닌 자를 부린다. 어찌 제후의 권세를 빌려 천하를 제어하지 않는가?' 하였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일전의 말은 그릅니다. 저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땅을 개간하면 백성이 머물러 살고 창고가 차면 예절을 압니다. 또한 쌓음이 없으면 포위를 부르고 성이 비대하면 충돌을 부릅니다. 무릇 안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천하를 지킬 수 없으니, 일전의 말은 그릅니다." 관자가 말하였다. "해마다 하나를 갈무리하면 십 년에 열이요, 해마다 둘을 갈무리하면 오 년에 열입니다. 곡식 열에 다섯을 지키고 비단으로 채우면 다섯이 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를 보아 갈무리하고 때를 매어 해마다 쌓으면 나라에 십 년 치 저축이 있습니다. 부유함은 가난함을 이기고 용감함은 비겁함을 이기며 지혜는 어리석음을 이기고 정밀함은 정밀하지 않음을 이기며 의 있음은 의 없음을 이기고 단련된 군사는 내몬 무리를 이기니, 무릇 열 가지 이김을 다 가집니다. 그러므로 일어남이 바람과 비 같고 동함이 우레 같아 홀로 나고 홀로 들어 막을 수 없으니 권여(權輿, 권세의 빌림)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전의 말은 그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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