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65 입정구패해(立政九敗解)
제4편 〈입정(立政)〉의 "구패(九敗, 아홉 가지 패망)" 부분을 풀이한 해설편이다. 군주가 들어서는 안 될 아홉 가지 학설 — 침병(寢兵, 군사 폐지)·겸애(兼愛)·전생(全生, 양생 제일주의)·사의자귀(私議自貴)·금옥화재 탐욕·군도비주(群徒比周, 붕당)·관악완호(觀樂玩好)·청알임예(請謁任譽, 청탁)·첨유식과(諂諛飾過, 아첨)를 들어, 각 학설이 우세해질 때 나라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설명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全生之說勝,則廉恥不立。
전생의 설이 우세하면 염치가 서지 않는다.
觀樂玩好之說勝,則姦人在上位。
관악완호의 설이 우세하면 간사한 사람이 윗자리에 있다.
번역
군주가 침병(寢兵, 군사를 그침)의 설을 들으면 뭇 신하와 빈객이 감히 군사를 말하지 못한다. 그리하면 안으로 나라의 다스림과 어지러움을 알지 못하고 밖으로 제후의 강약을 알지 못하니, 성곽이 헐어도 쌓아 보수하는 이가 없고 갑옷과 병기가 낡고 이지러져도 수선하는 이가 없어 지키고 막는 대비가 무너진다. 먼 땅을 도모당하고 변경의 군사가 다스려지며 백성이 적을 막을 마음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침병의 설이 우세하면 험한 곳을 지키지 못한다"고 하였다.
군주가 겸애(兼愛)의 설을 들으면 천하의 백성 보기를 제 백성처럼 하고 남의 나라 보기를 제 나라처럼 하니, 그리하면 아울러 빼앗을 마음이 없고 군대를 뒤엎고 장수를 패하게 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 활쏘기·말몰이·용력의 선비가 후한 녹을 받지 못하고 적군을 뒤엎고 장수를 죽인 신하가 귀한 작위를 받지 못하니, 그런 선비가 밖으로 나간다. 내가 남을 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남이 나를 치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저들이 땅을 구하여 준다 해도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요, 주지 않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지 못한다. 저들은 가르친 군사로, 나는 내몬 무리로, 저들은 좋은 장수로, 나는 무능한 자로 하니, 그 패함은 반드시 군대를 뒤엎고 장수를 죽임이다. 그러므로 "겸애의 설이 우세하면 사졸이 싸우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전생(全生, 목숨을 온전히 함)을 좋아하면 뭇 신하가 모두 그 생을 온전히 하고 생으로 또 생을 기른다. 기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맛과 소리와 색이니 그런 뒤에 양생이라 한다. 그러면 욕심을 좇아 함부로 행하여 남녀의 분별이 없어 금수에 되돌아간다. 그러면 예의염치가 서지 않아 군주가 스스로 지킬 수 없다. 그러므로 "전생의 설이 우세하면 염치가 서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사의자귀(私議自貴, 사사로운 의론으로 스스로 높임)를 들으면 백성이 물러나 고요히 숨어 굴혈로 산에 나아가, 세상을 그르다 하고 위를 헐뜯으며 작록을 가벼이 여기고 유사(有司)를 천히 여긴다. 그러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고 금함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의자귀의 설이 우세하면 윗 명령이 행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금옥화재를 좋아하여 반드시 좋아하는 바를 얻으려 하면 반드시 그것과 바꿀 무엇이 있어야 한다. 바꿀 것이 무엇인가? 큰 관직과 높은 자리, 그렇지 않으면 높은 작위와 무거운 녹이다. 그러면 불초한 자가 윗자리에 있다. 그러면 어진 자가 아래되지 않고 지혜로운 자가 꾀하지 않으며 미더운 자가 약속하지 않고 용감한 자가 죽지 않는다. 그러면 나라를 몰아 버림이다. 그러므로 "금옥화재의 설이 우세하면 작위와 관복이 아래로 흐른다"고 하였다.
군주가 무리 지어 두루 결탁함(群徒比周)을 들으면 뭇 신하가 붕당을 이루어 아름다움을 가리고 악을 드러내니, 그러면 나라의 참과 거짓이 위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붕당하는 자가 앞에 처하고 무리 적은 자가 뒤에 처한다. 무릇 붕당하는 자가 앞에 처하면 어질고 불초함이 나뉘지 않으니, 다투어 빼앗는 어지러움이 일어나 임금이 위태로움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군도비주의 설이 우세하면 어질고 불초함이 나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구경거리와 즐길 거리, 노리개를 들으면 패한다. 무릇 구경거리란 궁실과 누대·연못, 주옥과 음악이다. 이는 모두 재물을 허비하고 힘을 다하여 나라를 상하게 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로써 임금을 섬기는 자는 모두 간사한 사람이다. 임금이 이를 들으면 어찌 패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부고와 창고가 비고 쌓인 것이 다하며, 또한 간사한 사람이 위에 있어 어진 자를 막아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나라에 마침 환난이 있으면 광대와 난쟁이가 일어나 나랏일을 의론하니, 이는 나라를 몰아 버림이다. 그러므로 "관악완호의 설이 우세하면 간사한 사람이 윗자리에 있다"고 하였다.
군주가 청탁과 명예 위임(請謁任譽)을 들으면 뭇 신하가 모두 서로 청탁하니, 그러면 청탁이 위에 통하고 도당이 고을에 이루어진다. 그러면 화재가 나라에 행해지고 법제가 관청에서 무너지며 뭇 신하가 사귐에 힘써 쓰이기를 구하니, 그러면 작위 없이 귀하고 녹 없이 부유하다. 그러므로 "청알임예의 설이 우세하면 먹줄(법도)이 바르지 않다"고 하였다.
군주가 아첨하여 허물을 꾸미는 말(諂諛飾過)을 들으면 패한다. 어찌 그러함을 아는가? 무릇 아첨하는 신하는 늘 그 군주로 하여금 그 허물을 뉘우치지 않고 그 잘못을 고치지 않게 하므로, 군주가 미혹되어 스스로 알지 못한다. 그러면 꾀하는 신하가 죽고 아첨하는 신하가 높아진다. 그러므로 "첨참식과의 설이 우세하면 교활하고 아첨하는 자가 쓰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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