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64 형세해(形勢解)
제2편 〈형세(形勢)〉의 경문을 한 구절씩 풀이한 해설편이다. "故曰(그러므로 말한다)" 뒤에 〈형세〉 본문을 인용하고, 그 앞에서 군주·신하·부모·자식의 도리와 천지자연의 항상됨을 들어 그 뜻을 설명한다. 비유(산·연못·교룡·범·바람비 등)를 통해 군주가 민심을 얻고 위엄을 세우는 이치를 밝힌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故用常者治,失常者亂,天未嘗變其所以治也。
그러므로 항상됨을 쓰는 자는 다스려지고 항상됨을 잃는 자는 어지러우니, 하늘은 일찍이 그 다스리는 바를 바꾼 적이 없다.
海不辭水,故能成其大。山不辭土石,故能成其高。明主不猒人,故能成其衆。
바다는 물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그 큼을 이루고, 산은 흙과 돌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그 높음을 이룬다. 밝은 군주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므로 그 무리를 이룬다.
번역
산이란 사물 중 높은 것이다. 은혜(惠)란 군주의 높은 행실이다. 자애란 부모의 높은 행실이다. 충(忠)이란 신하의 높은 행실이다. 효(孝)란 자식과 며느리의 높은 행실이다. 그러므로 산이 높아 무너지지 않으면 기양(祈羊, 제사 양)이 이르고, 군주가 은혜로워 게으르지 않으면 백성이 봉양하며, 부모가 자애로워 게으르지 않으면 자식과 며느리가 순종하고, 신하가 충성스러워 게으르지 않으면 작록(爵祿)이 이르며, 자식과 며느리가 효성스러워 게으르지 않으면 아름다운 이름이 따른다. 그러므로 절조가 높아 게으르지 않으면 바라는 바를 얻고, 게으르면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산이 높아 무너지지 않으면 기양이 이른다"고 하였다.
연못이란 뭇 사물이 생겨나는 곳이니, 깊어 마르지 않으면 잠긴 옥(沈玉)이 이른다. 군주란 사람이 우러러 사는 바이니, 너그럽고 순후하여 구차히 거스르지 않으면 백성이 따른다. 부모란 자식과 며느리가 가르침을 받는 바이니, 자애롭고 어질게 가르쳐 이치를 잃지 않으면 자식과 며느리가 효도한다. 신하란 군주가 쓰는 바이니, 힘을 다해 위를 섬기면 군주에게 합당하다. 자식과 며느리란 부모가 편안한 까닭이니, 효성스럽고 공순하면 부모에게 합당하다. 그러므로 연못이 말라 물이 없으면 잠긴 옥이 이르지 않는다. 군주가 가혹하여 후함이 없으면 만민이 따르지 않고, 부모가 사나워 은혜가 없으면 자식과 며느리가 친하지 않으며, 신하가 게을러 불충하면 낮고 욕되며 곤궁하고, 자식과 며느리가 부모를 편안케 하지 않으면 화와 근심이 이른다. 그러므로 연못이 마르지 않으면 바라는 바가 이르고 마르면 이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못이 깊어 마르지 않으면 잠긴 옥이 다한다"고 하였다.
하늘이 만물을 덮어 추위와 더위를 짓고 해와 달을 운행하며 별을 차례 지움은 하늘의 항상됨이다. 이치로 다스려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군주가 만민을 기르고 천하를 다스리며 백관에 임함은 군주의 항상됨이다. 법으로 다스려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자손을 화목하게 하고 친척을 잇는 것은 부모의 항상됨이니, 의(義)로 다스려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공경과 충신은 신하의 항상됨이니, 그로써 군주를 섬겨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부모를 사랑하고 잘 봉양하며 공경히 가르침을 받드는 것은 자식과 며느리의 항상됨이니, 그로써 부모를 섬겨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그러므로 하늘이 그 항상됨을 잃지 않으면 추위와 더위가 때를 얻고 해·달·별이 차례를 얻으며, 군주가 그 항상됨을 잃지 않으면 뭇 신하가 의를 얻고 백관이 그 일을 지키며, 부모가 그 항상됨을 잃지 않으면 자손이 화순하고 친척이 서로 기뻐하며, 신하가 그 항상됨을 잃지 않으면 일에 과실이 없어 관직이 다스려지고, 자식과 며느리가 그 항상됨을 잃지 않으면 어른과 아이가 이치에 맞고 친소가 화합한다. 그러므로 항상됨을 쓰는 자는 다스려지고 항상됨을 잃는 자는 어지러우니, 하늘은 일찍이 그 다스리는 바를 바꾼 적이 없다. 그러므로 "하늘은 그 항상됨을 바꾸지 않는다"고 하였다.
땅이 만물을 낳아 기름은 땅의 법칙(則)이다. 백성을 다스려 편안케 함은 군주의 법칙이다. 집안일을 가르치고 보살핌은 부모의 법칙이다. 바르게 간하고 절개에 죽음은 신하의 법칙이다. 힘을 다해 봉양함은 자식과 며느리의 법칙이다. 땅이 그 법칙을 바꾸지 않으므로 만물이 거기서 생겨나고, 군주가 그 이로움을 바꾸지 않으므로 백성이 편안하며, 부모가 그 법칙을 바꾸지 않으므로 집안일이 갖추어지고, 신하가 그 법칙을 바꾸지 않으므로 군주에게 과실이 없으며, 자식과 며느리가 그 법칙을 바꾸지 않으므로 봉양이 갖추어진다. 그러므로 법칙을 쓰는 자는 편안하고 법칙을 쓰지 않는 자는 위태로우니, 땅은 일찍이 그 편안케 하는 바를 바꾼 적이 없다. 그러므로 "땅은 그 법칙을 바꾸지 않는다"고 하였다.
봄은 양기가 비로소 오르므로 만물이 생겨나고, 여름은 양기가 다 올라 만물이 자라며, 가을은 음기가 비로소 내려 만물이 거두어지고, 겨울은 음기가 다 내려 만물이 갈무리된다. 그러므로 봄·여름은 낳고 기르며 가을·겨울은 거두고 갈무리하니 사시의 절도이다. 상을 주고 형벌함은 군주의 절도이다. 사시가 일찍이 낳고 죽이지 않은 적이 없고, 군주가 일찍이 상주고 벌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봄·가을·겨울·여름은 그 절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늘은 만물을 덮어 제어하고 땅은 만물을 실어 기르며 사시는 만물을 낳아 기르고 거두어 갈무리하니,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 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므로 "예와 지금은 하나다"라고 하였다.
교룡(蛟龍)은 물벌레 중 신령한 것이니, 물에 오르면 신령함이 서고 물을 잃으면 신령함이 폐한다. 군주는 천하에서 위엄을 지닌 자이니, 백성을 얻으면 위엄이 서고 백성을 잃으면 위엄이 폐한다. 교룡은 물을 얻은 뒤에야 그 신령함을 세우고, 군주는 백성을 얻은 뒤에야 그 위엄을 이룬다. 그러므로 "교룡이 물을 얻으면 신령함이 설 수 있다"고 하였다.
범과 표범은 짐승 중 사나운 것이니, 깊은 숲과 넓은 못 가운데 거하면 사람이 그 위엄을 두려워하여 받든다. 군주는 천하에서 세력을 지닌 자이니, 깊이 거하면 사람이 그 세력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범과 표범이 그 그윽함을 떠나 사람에게 가까워지면 사람이 그것을 잡아 그 위엄을 가벼이 여기고, 군주가 그 문을 떠나 백성에게 다가오면 백성이 그를 가벼이 여겨 그 세력을 업신여긴다. 그러므로 "범과 표범이 그윽함에 의탁하면 위엄을 실을 수 있다"고 하였다.
바람은 사물을 날리는 것이다. 바람이 날리는 바는 귀천과 미악을 가리지 않는다. 비는 사물을 적시는 것이다. 비가 떨어지는 바는 크고 작음, 강하고 약함을 가리지 않는다. 바람과 비는 지극히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고 가는 곳에 일정한 방향이 없으니, 사람이 비록 날리고 적셔져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람과 비는 방향이 없어 원망과 노여움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명령하면 행해지고 금하면 그치는 까닭은, 반드시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명령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를 금하기 때문이다. 백성의 정은 살기를 바라고 죽기를 싫어하지 않음이 없으며, 이롭기를 바라고 해롭기를 싫어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위에서 사람을 살리고 이롭게 함을 명령하면 명령이 행해지고, 사람을 죽이고 해함을 금하면 금함이 그친다. 명령이 행해지는 까닭은 반드시 백성이 그 정치를 즐겨야 명령이 이에 행해진다. 그러므로 "귀함은 명령을 행함에 있다"고 하였다.
군주가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힘을 다하고 위를 친하게 하는 까닭은, 반드시 천하를 위해 이로움을 이루고 해로움을 없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덕택이 천하에 더해지고 은혜가 만물에 두터워, 부자가 편안하고 뭇 생명이 자란다. 그러므로 만민이 기뻐 그 힘을 다하고 위에 쓰이기를 즐겨, 들어와서는 근본에 힘써 창고를 채우고 나가서는 절개를 다해 적에 죽어 사직을 편안케 하며, 비록 수고롭고 욕될지라도 감히 알리지 않는다. 이것이 천한 사람이 그 천함을 벗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천함은 천함을 벗음에 있다"고 하였다.
거처에 때가 있고 음식에 절도가 있으며 추위와 더위에 알맞으면 몸이 이롭고 수명이 더하고, 거처에 때가 없고 음식에 절도가 없으며 추위와 더위에 맞지 않으면 형체가 피곤하고 수명이 줄어든다. 사람이 게으르고 사치하면 가난하고 힘쓰고 검소하면 부유하다. 무릇 사물은 헛되이 이르지 않으니 반드시 까닭이 있다. 그러므로 "수명의 길고 짧음, 가난과 부유함은 까닭 없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법이 서면 백성이 즐거워하고 명령이 나면 백성이 받든다. 법령이 민심에 합치함이 부절(符節)이 맞듯 하면 군주가 존귀해진다. 그러므로 "명령을 받드는 것은 임금의 존귀함이다"라고 하였다.
군주가 말을 냄이 이치에 순하고 민정에 합하면 백성이 그 말을 받는다. 백성이 그 말을 받으면 명성이 빛난다. 그러므로 "말을 받는 것은 이름의 운행이다"라고 하였다.
밝은 군주가 천하를 다스림은, 백성을 고요히 하여 어지럽히지 않고 백성을 편안케 하여 수고롭게 하지 않는다. 어지럽히지 않으면 백성이 스스로 따르고,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 백성이 스스로 힘쓴다. 그러므로 "위가 일이 없으면 백성이 스스로 힘쓴다"고 하였다.
군주가 도량(度量)을 세우고 직분을 베풀며 법식을 밝혀 백성에 임하되 말로 앞세우지 않으면 백성이 바름을 따른다. 이른바 촉(蜀)을 안는다 함은 제기(祠器)를 말함이다. 그러므로 "촉을 안고 말하지 않아도 묘당이 이미 닦인다"고 하였다.
훨훨 나는 큰 기러기와 고니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모습이 아름다우므로 백성이 노래한다. 덕의(德義)란 행실의 아름다움이다. 덕의가 아름다우므로 백성이 즐거워한다. 백성이 노래하고 즐거워하는 바는 아름다운 행실과 덕의이니, 밝은 군주는 큰 기러기·고니처럼 이를 지닌다. 그러므로 "큰 기러기와 고니가 훨훨 나니 백성이 노래한다"고 하였다.
제제(濟濟)란 정성스럽고 장중하며 일을 결단함이다. 다사(多士)란 어른이 많음이다. 주 문왕이 정성스럽고 장중하며 일을 결단하므로 나라가 다스려졌고, 그 뭇 신하가 이치를 밝혀 군주를 도우므로 군주가 밝았다. 군주가 밝고 나라가 다스려져 경내가 그 이택(利澤)을 입었다. 은의 백성이 머리를 들어 문왕을 바라보며 문왕의 신하 되기를 원하였다. 그러므로 "제제다사하니 은의 백성이 교화되었다"고 하였다.
주(紂)가 군주 됨은 백성의 힘을 수고롭게 하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으며 백성을 죽음에 몰고, 원통하고 사나운 명령을 백성에 더하며 참독한 사신을 천하에 베풀었다. 그러므로 대신이 친하지 않고 백성이 원망하여 천하가 배반하고 문왕의 신하 되기를 원했으니, 주가 스스로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의 실패다"라고 하였다.
법도와 정식이 없이 날려 흔들려 정한 바가 없음을 "쑥대 같은 물음(蜚蓬之問)"이라 한다. 쑥대 같은 물음은 밝은 군주가 듣지 않고, 법도 없는 말은 밝은 군주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쑥대 같은 물음은 손님으로 삼을 바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도가 행해지면 군신이 친하고 부자가 편안하며 뭇 생명이 자란다. 그러므로 밝은 군주의 힘쓸 바는 도를 행함에 있고 작은 것을 돌아보지 않는다. 제비와 참새는 사물 중 작은 것이다. 그러므로 "제비와 참새가 모여도 도를 행함에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의 동정이 의리에 맞고 호령이 민심에 순하며 죽임이 그 죄에 합당하고 상이 그 공에 합당하므로, 비록 희생과 규벽으로 귀신에게 빌지 않아도 귀신이 돕고 천지가 함께하여 일을 일으킴에 복이 있다. 어지러운 군주의 동작이 의리를 잃고 호령이 민심에 거스르며 죽임이 그 죄에 맞지 않고 상이 그 공에 맞지 않으므로, 비록 희생과 규벽으로 귀신에게 빌어도 귀신이 돕지 않고 천지가 함께하지 않아 일을 일으킴에 화가 있다. 그러므로 "희생과 규벽으로는 귀신을 흠향케 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였다.
군주가 공을 이루는 까닭은 부강함이다. 그러므로 나라가 부유하고 병사가 강하면 제후가 그 정치에 복종하고 이웃 적이 그 위엄을 두려워하여, 비록 보화로 제후를 섬기지 않아도 제후가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 군주가 죄가 되는 까닭은 가난하고 약함이다. 그러므로 나라가 가난하고 병사가 약하면 싸워도 이기지 못하고 지켜도 굳지 못하여, 비록 이름난 그릇과 보화를 내어 이웃 적을 섬겨도 죽고 망하는 환난을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군주의 공이 본디 있으면 보화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하였다.
예(羿)는 옛날의 활 잘 쏘는 자이니, 그 활과 화살을 고르게 하여 굳게 지켰다. 활을 잡음에 그 높낮이를 살펴 반드시 맞히는 도가 있으므로 많이 쏘아 많이 맞혔다. 밝은 군주는 예와 같으니, 그 법을 화평하게 하고 폐치(廢置)를 살펴 굳게 지켜 반드시 다스리는 도가 있으므로 많이 일으켜 많이 합당하다. 도란 예가 반드시 맞히는 까닭이요 군주가 반드시 다스리는 까닭이다. 쏨이란 활시위로 화살을 냄이다. 그러므로 "예의 도는 쏨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조보(造父)는 말을 잘 모는 자이니, 그 말을 잘 보살펴 음식을 절제하고 말의 힘을 헤아리며 그 발의 달림을 살피므로 먼 길을 가도 말이 지치지 않았다. 밝은 군주는 조보와 같으니, 그 백성을 잘 다스려 그 힘을 헤아리고 그 재능을 살피므로 공을 세워도 백성이 곤하고 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술(術)이란 조보가 먼 길을 가는 까닭이요 군주가 공명을 세우는 까닭이다. 몲이란 고삐를 잡음이다. 그러므로 "조보의 술은 몲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해중(奚仲)이 수레를 만듦은 모나고 둥글고 굽고 곧음이 모두 규구(規矩)와 갈고리·먹줄에 맞으므로, 기관이 돌아 서로 맞고 쓰임이 견고하며 그릇이 단단하였다. 밝은 군주는 해중과 같으니, 언사와 동작이 모두 술수(術數)에 맞으므로 뭇 이치가 서로 맞고 상하가 서로 친하다. 교(巧)란 해중이 그릇을 만드는 까닭이요 군주가 다스림을 이루는 까닭이다. 깎음이란 도끼와 칼이다. 그러므로 "해중의 솜씨는 깎음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백성은 이롭게 하면 오고 해롭게 하면 떠난다. 백성이 이로움을 좇음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 같아 사방에 가림이 없다. 그러므로 백성을 오게 하려는 자는 먼저 그 이로움을 일으키니, 비록 부르지 않아도 백성이 스스로 이른다. 그 싫어하는 바를 베풀면 비록 불러도 백성이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먼 데를 부르는 자는 일삼음이 없게 한다"고 하였다.
백성에 임하기를 부모처럼 하면 백성이 친애한다. 도가 순후하고 대접에 실질이 있으면 비록 내가 백성을 친애한다 말하지 않아도 백성이 친한다. 백성에 임하기를 원수처럼 하면 백성이 멀리한다. 도가 두텁지 않고 대접에 실질이 없어 거짓이 함께 일어나면, 비록 내가 백성을 친애한다 말해도 백성이 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까운 데를 친하게 하는 자는 말에 일삼음이 없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가 먼 데를 오게 하고 가까운 데를 친하게 함은 그것을 마음에서 행함이니, 이른바 밤에 행한다 함은 마음으로 행함이다. 능히 마음으로 덕을 행하면 천하에 그와 다툴 자가 없다. 그러므로 "오직 밤에 행하는 자만이 홀로 이를 지니는가"라고 하였다.
군주이면서 해치고, 부모이면서 사납고, 신하이면서 불충하고, 자식과 며느리이면서 불효한 이 네 가지는 사람의 큰 잘못이다. 큰 잘못이 몸에 있으면 비록 작은 선이 있어도 어질다 할 수 없다. 이른바 평원(平原)이란 낮은 못이니, 비록 작은 봉우리가 있어도 높다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평원의 진펄에 무슨 높음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군주이면서 은혜롭고, 부모이면서 자애롭고, 신하이면서 충성스럽고, 자식과 며느리이면서 효성스러운 이 네 가지는 사람의 높은 행실이다. 높은 행실이 몸에 있으면 비록 작은 허물이 있어도 불초하다 하지 않는다. 이른바 대산(大山)이란 산의 높은 것이니, 비록 작은 굽이가 있어도 깊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산의 굽이에 무슨 깊음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어진 자를 헐뜯음을 자(訾)라 하고, 불초한 자를 추켜올림을 위(讆)라 한다. 자·위하는 사람이 쓰이면 군주의 밝음이 가려져 헐뜯고 기리는 말이 일어난다. 큰일을 맡기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화환이 이른다. 그러므로 "자·위하는 사람과는 큰일을 맡기지 말라"고 하였다.
밝은 군주가 일을 헤아림에 천하를 위해 계책하는 자를 무신(譕臣)이라 하니, 무신이면 해내가 그 은택을 입는다. 은택이 천하에 펴지면 후세가 그 공을 누려 오래되고 멀수록 이로움이 더욱 많아진다. 그러므로 "무신과는 멀리 일을 들 수 있다"고 하였다.
성인은 말할 만한 것을 가린 뒤에 말하고 행할 만한 것을 가린 뒤에 행한다. 구차히 이로움을 얻은 뒤에 해가 있고 구차히 즐거움을 얻은 뒤에 근심이 있는 것을 성인은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인은 말을 가림에 반드시 그 누(累)를 돌아보고 행함을 가림에 반드시 그 근심을 돌아본다. 그러므로 "근심을 돌아보는 자와는 도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소인은 도를 굽혀 용납을 취하고 군주의 뜻에 맞추어 구차히 기쁘게 하며 이로움을 갖추어 구차히 얻는다. 이런 자는 그 얻음이 비록 빠르나 화환이 이름 또한 급하므로, 성인이 버려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계책이 빠르나 근심이 가까이 있는 자는 떠나게 하고 부르지 말라"고 하였다.
하나를 들어 천하의 긴 이로움이 되게 함을 거장(舉長)이라 한다. 거장하면 그 이로움을 입는 자가 많고 덕의가 멀리 보인다. 그러므로 "거장하는 자는 멀리 볼 수 있다"고 하였다.
하늘의 마름질이 크므로 만물을 아울러 덮고, 땅의 마름질이 크므로 만물을 아울러 싣는다. 군주의 마름질이 크므로 사물을 용납함이 많고 뭇 사람이 견줄 수 있다. 그러므로 "마름질이 큰 자는 무리가 견주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귀하고 부유하며 높고 드러남은 백성이 돌아와 즐기는 바이니, 군주가 바라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백성이 자기를 사모하고 즐기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도덕에 복종하여 싫증 내지 않아야 백성이 사모하고 즐긴다. 그러므로 "사람의 사모를 아름답게 함은 정해진 복종에 싫증 내지 않음이다"라고 하였다.
성인이 일을 구함은 먼저 그 이의(理義)를 논하고 그 가부를 헤아린다. 그러므로 의로우면 구하고 의롭지 않으면 그치며, 가하면 구하고 불가하면 그친다. 그러므로 그 얻은 일이 늘 몸의 보배가 된다. 소인이 일을 구함은 그 이의를 논하지 않고 그 가부를 헤아리지 않아, 의롭지 않아도 구하고 불가해도 구한다. 그러므로 그 얻은 일이 일찍이 의지할 만하지 않다. 그러므로 "반드시 얻어야 하는 일은 의지할 만하지 않다"고 하였다.
성인이 허락함은 먼저 그 이의를 논하고 그 가부를 헤아려, 의로우면 허락하고 의롭지 않으면 그치며 가하면 허락하고 불가하면 그친다. 그러므로 그 허락이 일찍이 미덥지 않은 적이 없다. 소인은 의롭지 않아도 허락하고 불가해도 허락하여, 말하면 반드시 허락하므로 그 허락이 반드시 미덥지는 않다. 그러므로 "반드시 허락하는 말은 믿을 만하지 않다"고 하였다.
한 집에 삼가면 한 집에 서고, 한 고을에 삼가면 한 고을에 서며, 한 나라에 삼가면 한 나라에 서고, 천하에 삼가면 천하에 선다. 그러므로 삼가는 바가 작으면 서는 바도 작고, 삼가는 바가 크면 서는 바도 크다. 그러므로 "작게 삼가는 자는 크게 서지 못한다"고 하였다.
바다는 물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그 큼을 이루고, 산은 흙과 돌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그 높음을 이룬다. 밝은 군주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므로 그 무리를 이루고, 선비는 배움을 싫어하지 않으므로 그 성스러움을 이룬다. 가림이란 싫어하는 바가 많음이다. 간(諫)이란 군주를 편안케 하는 바이고, 음식이란 몸을 살찌우는 바이다. 군주가 간언을 싫어하면 편안치 못하고, 사람이 음식을 가리면 살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음식을 가리면 몸이 살찌지 않는다"고 하였다.
말이 도덕·충신·효제를 말함은 버릴 것이 없는 말이다. 하늘은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미악을 덮지 않음이 없고, 땅은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크고 작음을 싣지 않음이 없다. 버릴 것 없는 말은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어질든 불초하든 쓰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버릴 것 없는 말이란 천지의 사사로움 없음에 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릴 것 없는 말이 있는 자는 반드시 천지에 견준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가 사물을 맡김은 그 잘하는 바를 맡기고 못하는 바를 맡기지 않으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고 공이 서지 않음이 없다. 어지러운 군주는 사물에 각기 장단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반드시 갖추기를 요구한다. 무릇 일을 헤아리고 사물을 정하며 예의를 분별함은 사람의 장점이요 원숭이의 단점이며, 높은 데를 따라 험한 데를 나옴은 원숭이의 장점이요 사람의 단점이다. 원숭이의 장점으로 사람에게 요구하므로 그 명령이 폐하고 요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벼랑 세 길은 사람이 크게 어려워하는 바이나 원숭이는 거기서 마신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가 일을 일으킴은 성인의 헤아림을 맡기고 뭇 사람의 힘을 써서 스스로 관여하지 않으므로, 일이 이루어지고 복이 생긴다. 어지러운 군주는 스스로 지혜롭다 하여 성인의 헤아림을 따르지 않고, 뽐내어 스스로 공을 세워 뭇 사람의 힘을 따르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만 써서 바른 간언을 듣지 않으므로 일이 패하고 화가 생긴다. 그러므로 "뽐냄을 자랑하고 독단을 좋아함은 일을 일으킴의 화이다"라고 하였다.
말은 타고서 들을 다니는 것이니, 비록 들을 다니지 않더라도 그 말을 기르고 먹임에 일찍이 게으른 적이 없다. 백성은 지키고 싸우는 바이니, 비록 지키고 싸우지 않더라도 그 백성을 다스리고 기름에 일찍이 게으른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 들을 다니지 않아도 그 말을 떠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늘이 사시를 낳고 땅이 만 가지 재물을 낳아 만물을 기르되 취함이 없다. 밝은 군주는 천지에 짝하는 자이니, 백성을 때로 가르치고 농사와 길쌈을 권하여 백성의 봉양을 두텁게 하되 그 공을 자랑하지 않고 그 이로움을 사사로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되 취함이 없는 것은 천지의 짝이다"라고 하였다.
게으르고 거만함으로 군주를 섬기면 불충하고, 부모를 섬기면 불효하며, 일을 일으키면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게으르고 나태한 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규구로 모나고 둥근 것을 그리면 이루어지고, 자로 짧고 긴 것을 재면 얻으며, 법수(法數)로 백성을 다스리면 편안하다. 그러므로 일이 이치보다 넓지 않은 자는 그 이룸이 신령한 듯하다. 그러므로 "넓힘이 없는 자는 신령한 듯하다"고 하였다.
군주를 섬기되 힘을 다하지 않으면 형벌이 있고, 부모를 섬기되 힘을 다하지 않으면 친하지 않으며, 학업을 받되 더 힘쓰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침에 힘써 나아가지 않으면 저녁에 공을 봄이 없다. 그러므로 "아침에 그 일을 잊으면 저녁에 그 공을 잃는다"고 하였다.
속마음이 미덥고 정성스러우면 명예가 아름답고, 행실을 닦아 삼가고 공경하면 존귀와 영달이 따른다. 속에 정실이 없으면 명성이 나쁘고, 행실을 닦음이 거만하고 안이하면 더러운 욕됨이 생긴다. 그러므로 "사악한 기운이 안에 들면 바른 빛이 이에 쇠한다"고 하였다.
임금이 되어 군신의 의를 밝혀 그 신하를 바로잡지 않으면 신하가 신하 되는 이치로 군주를 섬길 줄 모른다. 그러므로 "임금이 임금답지 않으면 신하가 신하답지 않다"고 하였다.
아비가 되어 부자의 의를 밝혀 그 자식을 가르쳐 가지런히 하지 않으면 자식이 자식 되는 도로 그 아비를 섬길 줄 모른다. 그러므로 "아비가 아비답지 않으면 자식이 자식답지 않다"고 하였다.
군신이 친하고 상하가 화목하며 만민이 화합하면 군주가 명령하면 백성이 행하고 위가 금하면 백성이 범하지 않는다. 군신이 친하지 않고 상하가 화목하지 않으며 만민이 화합하지 않으면 명령해도 행해지지 않고 금해도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하가 화목하지 않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언사가 미덥고 동작이 장중하며 의관이 바르면 신하가 엄숙하고, 언사가 거만하고 동작이 이지러지며 의관이 게으르면 신하가 그를 가벼이 여긴다. 그러므로 "의관이 바르지 않으면 빈객이 엄숙하지 않다"고 하였다.
의(儀)란 만물의 법식이다. 법도란 만민의 본보기요 예의란 존비의 본보기이다. 그러므로 동함에 의가 있으면 명령이 행해지고 의가 없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아가고 물러남에 의가 없으면 정령이 행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온량하고 관후하면 백성이 사랑하고, 가지런하고 엄장하면 백성이 두려워한다. 백성이 사랑하면 친하고 두려워하면 쓰인다. 무릇 백성이 친하여 쓰이게 함은 군주의 급한 바이다. 그러므로 "또한 품고 또한 위엄을 지니면 임금의 도가 갖추어진다"고 하였다.
군주가 그 백성을 편안케 하면 그 군주를 섬기기를 부모를 섬기듯 하므로, 군주에게 근심이 있으면 근심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죽는다. 군주가 백성을 흙처럼 보면 백성이 쓰이지 않아, 군주에게 근심이 있어도 근심하지 않고 어려움이 있어도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즐겁게 하지 않으면 슬퍼하지 않고, 살리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고 하였다.
백성이 지키고 싸워 죽음에 이르도록 쇠하지 않는 까닭은 위가 백성에 베푸는 바가 두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가 두텁게 베풀면 백성이 위에 갚음도 두텁고, 위가 박하게 베풀면 백성이 위에 갚음도 박하다. 그러므로 박하게 베풀고 두텁게 요구하면 임금이 신하에게서 얻지 못하고 아비가 자식에게서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간 것이 이르지 않고 온 것이 다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도란 뭇 사물을 붙들어 낳고 자라 각기 그 성명을 마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혹은 고을을 다스리고 혹은 나라를 다스리며 혹은 천하를 다스린다. 그러므로 "도가 말하는 바는 하나이나 쓰는 바는 다르다"고 하였다.
도를 듣고 한 고을을 다스려 그 부자를 친하게 하고 그 형제를 화순하게 하며 그 풍속을 바로 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그 위를 즐기고 그 땅을 편안케 하여 한 고을의 줏대가 되는 자는 고을 사람이다. 그러므로 "도를 듣고 고을 위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한 고을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백성이 도 있음을 좇음은 주린 자가 먼저 먹고 추운 자가 먼저 입으며 더운 자가 먼저 그늘을 찾음과 같다. 그러므로 도가 있으면 백성이 돌아오고 도가 없으면 백성이 떠난다. 그러므로 "도가 가면 그 사람이 오지 않고 도가 오면 그 사람이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도란 몸을 변화시켜 바른 이치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가 몸에 있으면 말이 절로 순하고 행실이 절로 바르며, 임금을 섬김에 절로 충성스럽고 아비를 섬김에 절로 효성스러우며 사람을 대함에 절로 이치에 맞는다. 그러므로 "도가 베풀어지는 바는 몸의 교화이다"라고 하였다.
하늘의 도는 가득해도 넘치지 않고 성해도 쇠하지 않는다. 밝은 군주가 하늘의 도를 본받으므로 귀해도 교만하지 않고 부유해도 사치하지 않으며 이치를 행하여 게으르지 않으므로, 능히 귀함과 부유함을 길이 지키고 오래 천하를 두어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득함을 지키는 자는 하늘과 함께한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천하의 화를 구하고 천하의 위태로움을 편안케 하는 자이다. 무릇 화를 구하고 위태로움을 편안케 하는 자는 반드시 만민의 쓰임을 기다린 뒤에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태로움을 편안케 하는 자는 사람과 함께한다"고 하였다.
땅이 크고 나라가 부유하며 백성이 많고 병사가 강함은 가득 찬 나라이다. 비록 이미 가득 찼어도 덕후로 편안케 함이 없고 도수(度數)로 다스림이 없으면 나라가 그 나라가 아니고 백성이 그 백성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도수를 잃으면 비록 가득해도 반드시 마른다"고 하였다.
신하가 그 군주를 친하지 않고 백성이 그 관리를 믿지 않아 상하가 떠나 화목하지 않으면, 비록 스스로 편안하다 해도 반드시 장차 위태롭다. 그러므로 "상하가 화목하지 않으면 비록 편안해도 반드시 위태롭다"고 하였다.
군주가 천도로 그 백성을 거느리면 백성이 한마음으로 그 위를 받들므로 귀하고 부유하여 오래 천하에 왕 노릇 한다. 하늘의 도를 잃으면 백성이 떠나 배반하여 따르지 않으므로 군주가 위태로워 오래 천하에 왕 노릇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천하에 왕 노릇 하려 하면서 하늘의 도를 잃으면 천하를 얻어 왕 노릇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군주가 술수를 배우고 바른 이치를 행하면 교화와 변화가 날로 나아가 큰 공에 이르되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어지러운 군주가 음일하고 사악하여 날로 무도를 행하면 멸망에 이르되 스스로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 함을 알지 못하나 그 공이 이미 이루어지고, 그 둠을 알지 못하나 갈무리하여 형체가 없다"고 하였다.
옛날 삼왕오패는 모두 천하를 이롭게 한 군주이므로 몸이 귀하고 드러나 자손이 그 은택을 입었다. 걸·주·유·려는 모두 천하를 해친 군주이므로 몸이 곤하고 상하여 자손이 그 화를 입었다. 그러므로 "오늘을 의심하는 자는 옛것을 살피고 올 것을 모르는 자는 간 것을 본다"고 하였다.
신농이 밭갈이를 가르쳐 곡식을 내어 백성을 이롭게 하였고, 우(禹)가 몸소 도랑을 트고 높은 데를 깎아 낮춰 백성을 이롭게 하였으며, 탕·무가 무도를 정벌하고 포악을 죽여 백성을 이롭게 하였다. 그러므로 밝은 왕의 동작은 비록 다르나 백성을 이롭게 함은 같다. 그러므로 "만 가지 일의 맡음은 일어남이 다르나 돌아감은 같으니 예와 지금이 하나이다"라고 하였다.
들보가 굽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집이 무너지나 사람이 원망하지 않음은 그 이치가 그렇기 때문이다. 약한 자식은 자애로운 어미가 사랑하는 바이나, 그 이치에 맞지 않게 기와를 내리면 반드시 어미가 매질한다. 그러므로 이치로 동하는 자는 비록 집이 무너져도 원망하지 않고, 이치로 동하지 않는 자는 기와를 내려도 반드시 매질한다. 그러므로 "산 들보가 집을 무너뜨려도 원망과 노여움이 미치지 않고, 약한 자식이 기와를 내리면 자애로운 어미가 매를 잡는다"고 하였다.
천도를 행하고 공정한 이치를 내면 먼 자도 절로 친하고, 천도를 폐하고 사사로움을 행하면 자식과 어미가 서로 원망한다. 그러므로 "천도의 지극함은 먼 자도 절로 친함이요, 인사의 일어남은 가까운 친척이 원망을 짓는다"고 하였다.
옛날 무왕은 땅이 사방 백 리에 지나지 않고 싸우는 병졸이 만 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능히 싸워 이기고 쳐서 취하여 천자가 되어 세상이 성왕이라 일컬음은 그렇게 하는 술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걸·주는 귀하기가 천자요 부유하기가 해내를 가지고 땅이 매우 크며 병졸이 매우 많았으나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하여 천하의 욕됨이 됨은 그렇게 하는 술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그렇게 하면 작아도 크게 되고 천해도 귀하게 되며, 능히 그렇게 하지 못하면 비록 천자가 되어도 사람이 오히려 빼앗는다. 그러므로 "솜씨 있는 자는 남음이 있고 서툰 자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위로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아래로 땅을 비우지 않으므로 하늘이 때를 주고 땅이 재물을 낳는다. 어지러운 군주는 위로 천도를 거스르고 아래로 지리를 끊으므로 하늘이 때를 주지 않고 땅이 재물을 낳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공이 하늘에 순하면 하늘이 돕고 그 공이 하늘에 거스르면 하늘이 어긴다"고 하였다.
옛날 무왕은 하늘이 돕는 바이므로 비록 땅이 작고 백성이 적어도 천자가 되었고, 걸·주는 하늘이 어기는 바이므로 비록 땅이 크고 백성이 많아도 곤욕하여 죽고 망하였다. 그러므로 "하늘이 돕는 바는 작아도 반드시 크고, 하늘이 어기는 바는 커도 반드시 깎인다"고 하였다.
사람과 사귐에 거짓이 많고 정실이 없으며 일체를 구차히 취함을 까마귀 떼의 사귐(烏集之交)이라 한다. 까마귀 떼의 사귐은 처음엔 비록 서로 기뻐하나 뒤엔 반드시 서로 꾸짖는다. 그러므로 "까마귀 떼의 사귐은 비록 좋아도 친하지 않다"고 하였다.
성인이 사람과 약속하여 맺음은 위로 그 임금 섬김을 보고 안으로 그 어버이 섬김을 보아 반드시 알 만한 이치가 있은 뒤에 맺는다. 맺되 이치에 맞지 않으면 뒤에 반드시 서로 배반한다. 그러므로 "거듭하지 않은 맺음은 비록 굳어도 반드시 풀리니, 도의 쓰임은 그 거듭함을 귀히 한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성인과 더불어 꾀하므로 그 꾀가 얻어지고 더불어 일을 일으키므로 그 일이 이루어진다. 어지러운 군주는 불초한 자와 꾀하므로 그 계책이 어긋나고 더불어 일을 일으키므로 그 일이 패한다. 무릇 계책이 어긋나고 일이 패함은 불가한 자와 함께한 죄이다. 그러므로 "불가한 자와 함께하지 말라"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사람의 힘이 할 수 있는 바를 헤아린 뒤에 부리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바를 명하면 명령이 행해지고 할 수 있는 바를 부리면 일이 이루어진다. 어지러운 군주는 사람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할 수 없는 바를 명하므로 그 명령이 폐하고, 할 수 없는 바를 부리므로 그 일이 패한다. 무릇 명령이 나도 폐하고 일을 일으켜도 패함은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한 죄이다. 그러므로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지 말라"고 하였다.
미친 듯 미혹된 사람에게 군신의 의·부자의 이치·귀천의 분수를 알려도 믿지 않고 성인의 말을 도리어 해치므로, 성인이 알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알지 못하는 자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였다.
불초한 자와 일을 일으키면 일이 패하고, 사람이 할 수 없는 바를 부리면 명령이 폐하며, 미친 듯 미혹된 사람에게 알리면 몸이 해롭다. 그러므로 "불가한 자와 함께하고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며 알지 못하는 자에게 알림을 수고로워도 공이 없다 한다"고 하였다.
늘 말로 자기가 남에게 베풀었음을, 남을 사랑함을, 남에게 덕을 베풀었음을 추켜 밝힌다. 이로써 벗하면 친하지 않고 사귀면 맺어지지 않으며 남에게 덕을 베풀어도 갚지 않는다. 그러므로 "베풂을 드러내는 벗은 거의 친하지 않고, 사랑을 드러내는 사귐은 거의 맺어지지 않으며, 덕을 드러내 베풂은 거의 갚아지지 않으니, 사방이 돌아오는 바는 마음으로 행하는 자이다"라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그 지혜를 쓰지 않고 성인의 지혜를 맡기며, 그 힘을 쓰지 않고 뭇 사람의 힘을 맡긴다. 그러므로 성인의 지혜로 사려하므로 알지 못함이 없고, 뭇 사람의 힘으로 일을 일으키므로 이루지 못함이 없다. 능히 스스로 버리고 천하의 지혜와 힘을 따라 일을 일으키면 몸이 편안하고 복이 많다. 어지러운 군주는 홀로 그 지혜를 쓰고 성인의 지혜를 맡기지 않으며 홀로 그 힘을 쓰고 뭇 사람의 힘을 맡기지 않으므로 그 몸이 수고롭고 화가 많다. 그러므로 "홀로 맡는 나라는 수고롭고 화가 많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안으로 그 법도를 행하고 밖으로 그 이의를 행하므로 이웃 나라가 친하고 동맹국이 믿어, 환난이 있으면 이웃 나라가 근심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이웃 나라가 구한다. 어지러운 군주는 안으로 그 백성을 잃고 밖으로 이웃 나라에 믿음이 없으므로 환난이 있어도 근심하는 이가 없고 어려움이 있어도 구하는 이가 없어, 안팎이 모두 잃어 외롭고 무리가 없으므로 나라가 약하고 군주가 욕된다. 그러므로 "외로운 나라의 임금은 낮고 위엄이 없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가 천하를 다스림은 반드시 성인을 쓴 뒤에야 천하가 다스려지고, 부인이 남편의 집을 구함은 반드시 중매를 쓴 뒤에야 집안일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천하를 다스리되 성인을 쓰지 않으면 천하가 어그러져 백성이 친하지 않고, 남편의 집을 구하되 중매를 쓰지 않으면 추하고 부끄러워 사람이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스로 중매하는 여자는 추하여 믿지 않는다"고 하였다.
밝은 군주는 사람이 보지 않았어도 친한 마음을 두니, 백성으로 하여금 친하게 하는 도가 있으므로 그 자리가 편안하고 백성이 그에게 간다. 그러므로 "보지 않았어도 친하니 갈 만하다"고 하였다.
요·순은 옛날의 밝은 군주이니, 천하가 그를 추대하여 게으르지 않고 기려 싫증 내지 않으며 오래되어도 잊지 않음은 백성으로 하여금 잊지 않게 하는 도가 있으므로 그 자리가 편안하고 백성이 그에게 온다. 그러므로 "오래되어도 잊지 않으니 오게 할 만하다"고 하였다.
해와 달은 만물을 밝게 비추는 것이니, 하늘에 구름이 많아 덮는 것이 많으면 해와 달이 밝지 않다. 군주는 해·달과 같으니, 뭇 신하가 사사로움을 세워 군주를 가리면 군주가 그 신하를 밝게 살피지 못하고 신하의 정이 위로 통하지 못하므로 간사함이 날로 많아지고 군주가 더욱 가려진다. 그러므로 "해와 달이 밝지 않음은 하늘이 바뀌어서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산은 사물 중 높은 것이니, 땅이 험하고 더러워 평탄하지 않으면 산이 보이지 않는다. 군주는 산과 같으니, 좌우가 무리 지어 두루 결탁하여 그 군주를 막으면 군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산이 높아도 보이지 않음은 땅이 바뀌어서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군주가 말을 냄이 민심에 거스르지 않고 이의에 어그러지지 않아 그 말한 바가 천하를 편안케 하기에 족한 것이면, 사람이 오직 그가 다시 말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말을 냄이 부자의 친함을 떼고 군신의 도를 멀게 하며 천하의 무리를 해치면, 이는 다시 할 수 없는 말이므로 밝은 군주가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시 할 수 없는 말은 임금이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군주가 몸소 방정히 행하고 사람 부림에 이치가 있으며 사람 대함에 예가 있어 행실이 몸에서 나와 천하의 법식이 되면, 사람이 오직 그가 다시 행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몸소 행함이 바르지 않고 사람 부림이 포학하며 사람 대함에 믿음이 없어 행실이 몸에서 나와 천하의 웃음이 되면, 이는 다시 할 수 없는 행실이므로 밝은 군주가 행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시 할 수 없는 행실은 임금이 행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말을 다시 할 수 없음은 그 말이 미덥지 않음이요, 행실을 다시 할 수 없음은 그 행실이 해치고 포학함이다. 그러므로 말이 미덥지 않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고 행실이 해치고 포학하면 천하가 원망한다. 백성이 따르지 않고 천하가 원망함은 멸망이 거기서 생기는 바이므로 밝은 군주가 금한다. 그러므로 "무릇 말을 다시 할 수 없고 행실을 다시 할 수 없음은 나라를 가진 자의 큰 금기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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