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50 봉선(封禪)
제 환공이 패자가 된 뒤 봉선(封禪)을 행하려 하자, 관중이 옛 봉선의 자격과 상서로운 징조가 갖춰지지 않았음을 들어 만류한 고사다.
번역
환공이 이미 패자가 되어 규구(葵丘)에서 제후를 모으고 봉선을 행하고자 하였다. 관중이 말하였다. "옛날 태산에 봉(封)하고 양보(梁父)에 선(禪)한 자가 일흔두 집인데, 제가 기억하는 것은 열둘입니다. 옛날 무회씨(無懷氏)는 태산에 봉하고 운운(云云)에 선하였고, 복희씨는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으며, 신농은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고, 염제는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으며, 황제는 태산에 봉하고 정정(亭亭)에 선하였고, 전욱은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으며, 제곡은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고, 요는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으며, 순은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고, 우는 태산에 봉하고 회계(會稽)에 선하였으며, 탕은 태산에 봉하고 운운에 선하였고, 주 성왕은 태산에 봉하고 사수(社首)에 선하였습니다. 모두 천명을 받은 뒤에 봉선할 수 있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이 북으로 산융(山戎)을 치고 고죽(孤竹)을 지났으며, 서로 대하(大夏)를 치고 흐르는 모래를 건넜으며, 말을 묶고 수레를 매달아 비이(卑耳)의 산에 올랐소. 남으로는 소릉(召陵)에 이르고 웅이산(熊耳山)에 올라 장강과 한수를 바라보았소. 병거의 모임이 세 번, 승거의 모임이 여섯 번이라, 아홉 번 제후를 모으고 한 번 천하를 바로잡으니 제후가 나를 어기지 못하오. 옛 삼대가 천명을 받은 것과 또한 무엇이 다르겠소?" 이에 관중은 환공을 말로써 막을 수 없음을 보고, 일로써 베풀어 말하였다. "옛 봉선은 호(鄗) 땅 위의 기장과 북리(北里)의 벼로 제수를 삼고, 강회(江淮) 사이의 한 줄기에 세 등성이 난 띠풀로 자리를 삼았습니다. 동해는 비목어(比目魚)를 바치고 서해는 비익조(比翼鳥)를 바친 뒤에야, 물건이 부르지 않아도 절로 이른 것이 열다섯이었습니다. 이제 봉황과 기린이 오지 않고 좋은 곡식이 나지 않으며 쑥과 명아주가 무성하고 솔개가 자주 이르는데도 봉선하고자 하시니,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에 환공이 곧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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