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48 치국(治國)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함(富民)에 있다는 중농(重農)·중속(重粟)론이다. 말작(末作)과 기교를 금하고 농사를 이롭게 하여 곡식을 늘려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논한다.
번역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함이니, 백성이 부유하면 다스리기 쉽고 백성이 가난하면 다스리기 어렵다. 무엇으로 그러함을 아는가? 백성이 부유하면 고향을 편안히 여기고 집을 무겁게 여기며, 고향을 편안히 여기고 집을 무겁게 여기면 위를 공경하고 죄를 두려워하며, 위를 공경하고 죄를 두려워하면 다스리기 쉽다. 백성이 가난하면 고향을 위태로이 여기고 집을 가벼이 여기며, 고향을 위태로이 여기고 집을 가벼이 여기면 감히 위를 능멸하고 금함을 범하며, 위를 능멸하고 금함을 범하면 다스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다스려진 나라는 늘 부유하고 어지러운 나라는 반드시 가난하다. 이로써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한 뒤에 다스린다. 옛날 일흔아홉 대의 임금이 법제가 한결같지 않고 호령이 같지 않았으나 다 같이 천하에 왕 노릇 한 까닭은 무엇인가? 반드시 나라가 부유하고 곡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릇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곡식을 많게 함은 농사에서 생기므로 선왕이 그것을 귀히 여겼다.
무릇 나라를 위하는 급한 일은 반드시 먼저 말작(末作)과 기교를 금함이다. 말작과 기교를 금하면 백성이 떠돌며 먹을 데가 없고, 떠돌며 먹을 데가 없으면 반드시 농사에 종사하며, 백성이 농사에 종사하면 밭이 개간되고, 밭이 개간되면 곡식이 많아지며, 곡식이 많아지면 나라가 부유하고, 나라가 부유하면 군사가 강하며, 군사가 강하면 싸워 이기고, 싸워 이기면 땅이 넓어진다. 이로써 선왕은 백성을 많게 하고 군사를 강하게 하며 땅을 넓히고 나라를 부유하게 함이 반드시 곡식에서 생김을 알았으므로, 말작을 금하고 기교를 그치게 하여 농사를 이롭게 하였다. 이제 말작과 기교를 하는 자는 하루 일하고 닷새를 먹으나, 농부는 한 해 내내 일해도 스스로 먹기에 부족하다. 그러면 백성이 본업을 버리고 말작에 종사하며, 본업을 버리고 말작에 종사하면 밭이 황폐하고 나라가 가난해진다.
무릇 농사란 달로는 부족하나 해로는 남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거둠이 사납고 급하여 때가 없으면 백성이 빚을 내어 위의 거둠을 댄다. 밭 갈고 김매는 데 때가 있으나 못이 반드시 넉넉하지 않으면 백성이 빚을 내어 품을 산다. 가을에 다섯에 사들이고 봄에 묶음으로 파니, 이 또한 곱절의 빚이다. 그러므로 위의 거둠으로 백성에게 곱절을 취하는 것이 넷이다. 관시(關市)의 세, 부고(府庫)의 거둠, 곡식의 십분의 일, 부역의 일, 이 네 가지 또한 한 번의 곱절 빚에 해당한다. 무릇 한 백성으로 네 주인을 기르므로 도망가는 자를 형벌해도 위가 멈추게 하지 못하는 것은 곡식이 적고 백성에게 쌓임이 없기 때문이다. 상산(常山)의 동쪽, 황하와 여수(汝水) 사이는 일찍 나고 늦게 거두어 오곡이 번성하여 익는 곳이다. 네 번 심어 다섯 번 거두고 중년에 이랑마다 두 섬이라, 한 사내가 곡식 이백 섬을 만든다. 그러나 이제 곳간이 비고 백성에게 쌓임이 없어 농부가 자식을 파는 것은, 위에 그것을 고르게 할 술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왕은 농(農)·사(士)·상(商)·공(工) 네 백성으로 하여금 능함을 서로 바꾸어 일하게 하여, 한 해의 이익을 서로 넘는 길이 없게 하였다. 이로써 백성이 한 가지에 종사하여 고름을 얻는다. 백성이 한 가지에 종사하면 밭이 개간되고 간교함이 생기지 않으며, 밭이 개간되면 곡식이 많고 곡식이 많으면 나라가 부유하며, 간교함이 생기지 않으면 백성이 다스려진다. 부유하고 다스려짐, 이것이 왕의 도다. 곡식을 내지 못하는 나라는 망하고, 곡식을 내되 죽는 나라는 패자가 되며, 곡식을 내되 죽지 않는 나라는 왕자가 된다. 곡식이란 백성이 돌아오는 바요, 재물이 돌아오는 바요, 땅이 돌아오는 바다. 곡식이 많으면 천하의 물건이 다 이른다. 그러므로 순(舜)은 한 번 옮겨 읍을 이루고 두 번 옮겨 도를 이루며 세 번 옮겨 나라를 이루었다. 순이 형벌을 엄히 하고 금령을 무겁게 하지 않았어도 백성이 그에게 돌아온 것은, 떠나는 자는 반드시 해롭고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이로웠기 때문이다. 선왕이란 백성을 위해 해를 없애고 이를 일으켰으므로 천하의 백성이 그에게 돌아왔다. 이른바 이를 일으킨다는 것은 농사를 이롭게 함이요, 이른바 해를 없앤다는 것은 농사를 해치는 것을 금함이다. 농사가 이기면 곡식이 많이 들어오고, 곡식이 많이 들어오면 나라가 부유하며, 나라가 부유하면 고향을 편안히 여기고 집을 무겁게 여긴다. 고향을 편안히 여기고 집을 무겁게 여기면, 비록 풍속을 바꾸고 습관을 고치며 무리를 몰아 백성을 옮겨 죽이는 데 이르러도 백성이 미워하지 않는다. 이것이 곡식에 힘쓴 공이다. 위가 농사를 이롭게 하지 않으면 곡식이 적고, 곡식이 적으면 사람이 가난하며, 사람이 가난하면 집을 가벼이 여기고, 집을 가벼이 여기면 떠나기 쉬우며, 떠나기 쉬우면 위의 영이 반드시 행해지지 못하고, 위의 영이 반드시 행해지지 못하면 금함이 반드시 그치게 하지 못하며, 금함이 반드시 그치게 하지 못하면 싸워도 반드시 이기지 못하고 지켜도 반드시 굳지 못하다. 무릇 영이 반드시 행해지지 못하고 금함이 반드시 그치지 못하며 싸워도 반드시 이기지 못하고 지켜도 반드시 굳지 못한 것, 이를 기생하는 임금(寄生之君)이라 한다. 이는 농사를 이롭게 하지 않고 곡식을 적게 한 해로움에서 말미암는다. 곡식이란 왕의 근본 일이요, 임금의 큰 임무요, 사람을 두는 길이요, 나라를 다스리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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