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46 명법(明法)
군주의 도가 밝으면 다스려지고 신하의 술수가 이기면 어지러워진다는 법치론이다. 나라가 망하는 네 가지(滅·擁·塞·侵)와 법으로 사람을 가리고 공을 헤아리는 다스림을 논한다.
번역
이른바 다스려진 나라란 임금의 도가 밝은 것이요, 이른바 어지러운 나라란 신하의 술수가 이긴 것이다. 무릇 임금을 높이고 신하를 낮추는 것은 친함을 헤아린 것이 아니라 세력으로 이긴 것이요, 백관이 직분을 아는 것은 은혜가 아니라 형벌이 반드시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신이 도를 함께하면 어지럽고, 오로지 맡기면 잃는다. 무릇 나라에 네 가지 망함이 있으니, 영이 구해도 나가지 못함을 멸(滅)이라 하고, 나갔으나 도중에 머무름을 옹(擁)이라 하며, 아래의 사정이 위로 통하지 못함을 색(塞)이라 하고, 아래의 사정이 위로 가다가 도중에 그침을 침(侵)이라 한다. 그러므로 무릇 멸·침·색·옹이 생기는 것은 법이 서지 못한 데서 좇는다. 그러므로 선왕이 나라를 다스림에, 법 밖에 뜻을 함부로 하지 않고 법 안에 은혜를 베풀지 않으며, 움직임에 법 아닌 것이 없으니, 허물을 금하고 사사로움을 물리치는 까닭이다.
위엄을 둘로 두지 않고 정사를 두 문으로 하지 않는다.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거조할 뿐이다. 그러므로 법도의 제도가 있는 자는 거짓으로 교묘히 할 수 없고, 저울의 헤아림이 있는 자는 가볍고 무거움으로 속일 수 없으며, 길이의 수가 있는 자는 길고 짧음으로 어긋나게 할 수 없다. 이제 임금이 법을 풀어 명예로 능한 자를 천거하면 신하가 위를 떠나 아래로 무리 짓고, 무리로 관직을 천거하면 백성이 사귐에 힘써 쓰임을 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이 그 다스림을 잃는 것은 임금이 명예로 상 주고 비방으로 벌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을 기뻐하고 벌을 싫어하는 사람이 공도(公道)를 떠나 사사로운 술수를 행한다. 무리 지어 서로 숨겨 주니, 이는 임금을 잊고 사귐에 죽어 그 명예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귐이 많은 자는 명예가 많고 안팎으로 붕당하니, 비록 큰 간사함이 있어도 그 임금을 가림이 많다. 이로써 충신은 죄 없이 죽고 사악한 신하는 공 없이 일어난다. 죽는 자가 죄 없고 일어나는 자가 공 없으니, 그러면 신하 된 자가 사사로움을 무겁게 여기고 공을 가볍게 여긴다. 사사로운 사람의 문에 열 번 이르되 조정에 한 번도 이르지 않고, 그 집을 백 번 헤아리되 나라를 한 번도 도모하지 않으니, 딸린 무리가 비록 많아도 임금을 높이는 것이 아니요, 백관이 비록 갖추어도 나라를 맡는 것이 아니다. 이를 나라에 사람이 없다 한다. 나라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조정 신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집과 집이 서로 더하기에만 힘쓰고 임금 높이기에 힘쓰지 않음이다. 대신은 서로 귀해지기에 힘쓰되 나라를 맡지 않고, 소신은 녹을 지키고 사귐을 길러 관직을 일로 삼지 않으므로 관이 그 능함을 잃는다. 그러므로 선왕이 나라를 다스림에, 법으로 사람을 가리되 스스로 천거하지 않고, 법으로 공을 헤아리되 스스로 헤아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능함이 숨어도 가릴 수 없고 패함이 있어도 꾸밀 수 없으며, 명예 있는 자가 나아갈 수 없고 비방 있는 자가 물러갈 수 없다. 그러면 군신 사이가 밝게 나뉘고, 밝게 나뉘면 다스리기 쉽다. 임금이 비록 몸소 아래에서 하지 않아도 법을 지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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