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26 계(戒)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환공과 관중이 임금의 처신과 정사의 도를 문답한 편으로, 선왕의 유람(游夕)과 황망(荒亡)의 구분, 도덕을 몸에 둠, 백성을 사랑함을 말한다. 끝에 관중이 병들어 죽으며 역아·수조·위공자 개방을 멀리하라 유언하나, 환공이 끝내 이를 어겨 비참하게 죽는 결말을 서술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先王有游夕之業於人,無荒亡之行於身。

(선왕은 사람에게 유석의 업이 있었으나 몸에는 황망의 행함이 없었다.)

聖人齊滋味而時動靜,御正六氣之變,禁止聲色之淫。

(성인은 맛을 가지런히 하고 동정을 때맞추며, 여섯 기운의 변화를 바로 다스리고 소리와 색의 음란함을 금한다.)

번역

환공이 장차 동으로 유람하려 할 때 관중에게 물었다. "나의 유람이 마치 축을 굴려 곡식을 되듯 남으로 낭야(琅邪)에 이르려 하오. 사마(司馬)가 '또한 선왕의 유람입니다'라고 하니 무슨 말이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선왕의 유람은, 봄에 나가 농사가 근본되지 못한 것을 살피는 것을 유(游)라 하고, 가을에 나가 사람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것을 석(夕)이라 합니다. 무릇 군대가 행하며 그 백성을 양식으로 삼는 것을 망(亡)이라 하고, 즐거움을 좇아 돌아오지 않는 것을 황(荒)이라 합니다. 선왕은 사람에게 유석(游夕)의 업이 있었으나 몸에는 황망(荒亡)의 행함이 없었습니다." 환공이 물러나 두 번 절하고 이를 '보배로운 법(寶法)'이라 일컬었다.

관중이 환공에게 아뢰었다. "날개 없이 나는 것은 소리요, 뿌리 없이 굳은 것은 정(情)이며, 모남 없이 부유한 것은 생(生)입니다. 공께서도 정을 굳게 하고 소리를 삼가 생을 엄히 높이시면, 이를 도의 영화로움(道之榮)이라 합니다." 환공이 물러나 두 번 절하고 이 말대로 하기를 청하였다.

관중이 환공에게 아뢰었다. "맡은 것이 무거운 것으로는 몸만 한 것이 없고, 길에서 두려운 것으로는 입만 한 것이 없으며, 기약하되 먼 것으로는 해(年)만 한 것이 없습니다. 무거운 맡음으로 두려운 길을 가 먼 기약에 이름은 오직 군자만이 능합니다." 환공이 물러나 두 번 절하고 말하였다. "선생께서 여러 번 이 말로 과인을 가르치시는구려." 관중이 대답하였다. "맛과 동정(動靜)은 생을 기르는 것이요, 좋아하고 미워하며 기뻐하고 노하며 슬퍼하고 즐거워함은 생의 변화요, 총명하여 사물에 마땅함은 생의 덕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맛을 가지런히 하고 동정을 때맞추며, 여섯 기운(六氣)의 변화를 바로 다스리고, 소리와 색의 음란함을 금합니다. 사악한 행함이 몸에 없고 어긋난 말이 입에 없어, 고요히 생을 안정시킴이 거룩함(聖)입니다. 인(仁)은 가운데서 나오고 의(義)는 밖에서 지어집니다. 인하므로 천하를 이익으로 삼지 않고, 의하므로 천하를 이름으로 삼지 않습니다. 인하므로 왕위를 대신하지 않고, 의하므로 일흔에 정사를 돌려줍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덕을 위로 하고 공(功)을 아래로 하며 도를 높이고 사물을 천히 여깁니다. 도덕이 몸에 마땅하므로 사물에 미혹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몸이 띠풀 속에 있어도 두려운 뜻이 없고, 남면(南面)하여 천하를 다스려도 교만한 빛이 없으니, 이와 같은 뒤에 천하의 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덕이란, 움직이지 않아도 빠르고 서로 고하지 않아도 알며, 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부르지 않아도 이르니, 이것이 덕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움직이지 않아도 사철이 펼쳐져 만물이 화육하고, 임금이 움직이지 않아도 정령이 펼쳐져 온갖 공이 이루어지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도 사지와 귀와 눈을 부려 만물이 실정대로 됩니다. 사귐이 적되 친함이 많음을 사람을 안다 하고, 일이 적되 공을 이룸을 쓰임을 안다 하며, 한 마디를 들어 만물을 꿰뚫음을 도를 안다 합니다. 말이 많되 마땅치 않으면 적은 것만 못하고, 널리 배우되 스스로 돌이키지 않으면 반드시 사악함이 있습니다. 효제(孝弟)는 인의 조상이요, 충신(忠信)은 사귐의 경사입니다. 안으로 효제를 살피지 않고 밖으로 충신을 바로잡지 않으며, 그 네 가지 기본을 버리고 학문을 외우는 자는 그 몸을 망치는 자입니다."

환공이 이튿날 곳간에서 주살질을 하는데 관중과 습붕이 조회하였다. 환공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활을 늦추고 깍지를 벗고 맞이하며 말하였다. "이제 저 기러기는 봄에 북으로 가고 가을에 남으로 가되 그 때를 잃지 않소. 무릇 오직 날개가 있어 천하에 그 뜻을 통하기 때문이오. 이제 내가 천하에 뜻을 얻지 못함은 모두 두 사람의 근심이 아니겠소." 환공이 두 번 말하였으나 두 사람이 대답하지 않았다. 환공이 말하였다. "내가 이미 말하였거늘 두 사람은 어찌 대답하지 않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이제 사람들이 수고로움을 근심하는데 윗사람이 때 아니게 부리고, 사람들이 굶주림을 근심하는데 윗사람이 무겁게 거두며, 사람들이 죽음을 근심하는데 윗사람이 형벌을 급히 합니다. 이러면서 또 가까이 여색을 두고 멀리 덕을 두니, 비록 기러기에게 날개가 있고 큰 물을 건넘에 배와 노가 있다 한들 장차 임금을 어찌하겠습니까!" 환공이 움찔하여 머뭇거렸다. 관중이 말하였다. "옛날 선왕이 사람을 다스림에, 사람이 수고로움을 근심하면 윗사람이 때맞춰 부려 사람이 수고로움을 근심하지 않게 하고, 사람이 굶주림을 근심하면 윗사람이 박하게 거두어 사람이 굶주림을 근심하지 않게 하며, 사람이 죽음을 근심하면 윗사람이 형벌을 너그럽게 하여 사람이 죽음을 근심하지 않게 하였습니다. 이러면서 가까이 덕을 두고 멀리 여색을 두니, 사방 봉토 안이 임금 보기를 부모처럼 하고 사방 밖이 임금에게 돌아옴이 흐르는 물 같았습니다!" 환공이 주살질을 그치고 끈을 잡아 수레에 올라 스스로 몰며, 관중을 왼쪽에 태우고 습붕을 곁에 태웠다. 초하루 사흘에 두 사람을 이관(里官)에 나아가게 하고 두 번 절하며 머리를 조아려 말하였다. "내가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귀가 더 밝아지고 눈이 더 밝아졌소. 나는 감히 홀로 듣지 못하여 선조께 아뢰겠소." 관중과 습붕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말하였다. "임금께서 이렇게 왕 노릇 하심은 신의 말이 아니라 임금의 가르침입니다." 이에 관중이 환공과 더불어 맹세하여 명령으로 삼아 말하였다. "늙고 약한 자는 형벌하지 말라, 세 번 용서한 뒤에 처단하라, 관문은 살피되 세를 매기지 말라, 저자는 살피되 부세를 펴지 말라, 산림과 늪과 못은 때맞춰 금하고 풀되 세를 매기지 말라." 풀밭과 봉해진 못의 소금을 캐는 자가 그에게 돌아옴이 마치 저자 사람 같았다. 삼 년에 사람을 가르치고 사 년에 어진 이를 가려 장(長)으로 삼으며 오 년에 비로소 수레를 일으켜 군대를 타게 하였다. 마침내 남으로 초를 쳐 부시성(傅施城)을 막고, 북으로 산융을 쳐 겨울 파와 융숙(戎叔)을 내어 천하에 폈으며, 마침내 세 번 천자를 바로잡고 아홉 번 제후를 모았다.

환공이 밖에 머물며 솥의 음식을 들이지 않았다. 중부제자(中婦諸子)가 궁인에게 일렀다. "어찌 나가 따르지 않는가? 임금께서 장차 행차하실 것이다." 궁인이 모두 나가 따랐다. 환공이 노하여 말하였다. "누가 내가 행차한다고 하였느냐?" 궁인이 말하였다. "천한 첩이 중부제자에게서 들었습니다." 환공이 중부제자를 불러 말하였다. "너는 어디서 내가 행차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대답하였다. "첩이 듣건대, 임금께서 밖에 머물며 솥의 음식을 들이지 않으심은 안의 근심이 있지 않으면 반드시 밖의 근심이 있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제 임금께서 밖에 머물며 솥의 음식을 들이지 않으시는데, 임금께 안의 근심이 있지 않으니 첩이 이로써 임금께서 장차 행차하실 줄 알았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다. 이는 내가 너와 더불어 미칠 바가 아니거늘 말이 이에 이르렀으니, 내가 이로써 너에게 말하노라. 내가 제후를 이르게 하고자 하나 이르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 중부제자가 말하였다. "첩의 몸이 남에게 응접되지 못하면서부터 일찍이 남의 베와 비단을 얻지 못하였으니, 생각건대 다시 용모를 살피지 않으심이 아닙니까?" 이튿날 관중이 조회하자 환공이 그에게 고하였다. 관중이 말하였다. "이는 성인의 말이니 임금께서 반드시 행하십시오."

관중이 병들어 눕자 환공이 가서 물었다. "중보의 병이 심하구려. 만약 피할 수 없어 불행히 이 병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저 정사를 내가 장차 어디로 옮겨야 하오?" 관중이 대답하지 않았다. 환공이 말하였다. "포숙의 사람됨은 어떠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포숙은 군자입니다. 천 승의 나라라도 그 도로써 주지 않으면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사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됨이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이 너무 심하여, 한 가지 악을 보면 평생 잊지 않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누가 좋겠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습붕이 좋습니다. 습붕의 사람됨은 위로 알기를 좋아하고 아래로 묻기를 좋아합니다. 신이 듣건대, 덕으로 사람에게 주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재물로 사람에게 주는 것을 양(良)이라 하니, 선으로 사람을 이기는 자는 사람을 복종시킨 적이 없고 선으로 사람을 기르는 자는 복종시키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나라에 알지 못하는 정사가 있고 집에 알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습붕일 것입니다! 또 습붕의 사람됨은 그 집에 거하여도 공문(公門)을 잊지 않고 공문에 거하여도 그 집을 잊지 않으며, 임금을 섬김에 두 마음을 두지 않고 또 그 몸을 잊지 않습니다. 제나라의 화폐를 들어 길가 집 쉰 채를 잡아주어도 그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크게 어질도다, 습붕이여!" 환공이 또 물었다. "불행히 중보를 잃으면 두세 대부가 그래도 나라를 편안케 할 수 있겠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임금께서는 청컨대 두려워하소서. 포숙아의 사람됨은 곧음을 좋아하고, 빈서무(賓胥無)의 사람됨은 선을 좋아하며, 영척(甯戚)의 사람됨은 일을 잘하고, 손재(孫在)의 사람됨은 말을 잘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이 네 사람 가운데 누가 한 사람의 윗자리를 능히 할 수 있소? 과인이 아울러 신하 삼으면 나라가 편안해지지 못함은 어째서요?" 대답하였다. "포숙의 사람됨은 곧음을 좋아하나 나라를 위해 굽히지 못하고, 빈서무의 사람됨은 선을 좋아하나 나라를 위해 굽히지 못하며, 영척의 사람됨은 일을 잘하나 족함에 그치지 못하고, 손재의 사람됨은 말을 잘하나 미더움으로 침묵하지 못합니다. 신이 듣건대, 차고 빔과 채우고 비움을 백성과 더불어 굽히고 펴는 뒤에야 나라를 편안케 할 수 있습니다. 그만두지 못한다면 습붕이 좋을 것입니다! 습붕의 사람됨은 움직임에 반드시 힘을 헤아리고 일으킴에 반드시 재주를 헤아립니다." 말을 마치고 한숨 쉬며 탄식하여 말하였다. "하늘이 습붕을 낳음은 이오의 혀로 삼은 것이다. 그 몸이 죽으면 혀가 어찌 살겠는가?" 관중이 말하였다. "무릇 강(江)·황(黃)의 나라가 초에 가까우니, 신이 죽으면 임금께서 반드시 그들을 초로 돌려보내 의탁하게 하십시오. 임금께서 초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반드시 사사로이 두실 터인데, 사사로이 두고 구하지 않으면 안 되고 구하면 어지러움이 이로부터 시작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관중이 또 말하였다. "동쪽 성곽에 으르렁대는 개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물려 하나, 내가 매어 두고 부리지 않습니다. 이제 저 역아(易牙)는 자식을 사랑하지 못하니 장차 어찌 임금을 사랑하겠습니까? 임금께서 반드시 그를 버리십시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관자가 또 말하였다. "북쪽 성곽에 으르렁대는 개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물려 하나, 내가 매어 두고 부리지 않습니다. 이제 저 수조(豎刁)는 제 몸을 사랑하지 못하니 어찌 임금을 사랑하겠습니까? 임금께서 반드시 그를 버리십시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관자가 또 말하였다. "서쪽 성곽에 으르렁대는 개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물려 하나, 내가 매어 두고 부리지 않습니다. 이제 저 위공자 개방(開方)은 천 승의 태자 자리를 버리고 임금을 신하로 섬기니, 이는 임금에게서 얻기를 바라는 바가 그 천 승을 넘고자 하는 것입니다. 임금께서 반드시 그를 버리십시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관자가 마침내 죽었다. 죽은 지 열 달에 습붕도 죽었다.

환공이 역아·수조·위공자 개방을 버렸다. 다섯 맛이 이르지 않자 이에 역아를 다시 불러들였고, 궁중이 어지러워지자 수조를 다시 불러들였으며, 이로운 말과 낮은 말이 곁에 없자 위공자 개방을 다시 불러들였다. 환공이 안으로 힘을 헤아리지 않고 밖으로 사귐을 헤아리지 않으며 힘써 사방 이웃을 정벌하였다. 환공이 죽자 여섯 아들이 모두 즉위하기를 구하였다. 역아와 위공자가 안으로 수조와 더불어 여러 관리를 함께 죽이고 공자 무휴(無虧)를 세웠다. 그러므로 환공이 죽은 지 이레가 되도록 염하지 못하고 아홉 달이 되도록 장사하지 못하였다. 효공(孝公)이 송으로 달아나니, 송 양공(襄公)이 제후를 거느려 제를 쳐 언(甗)에서 싸워 제나라 군대를 크게 패배시키고 공자 무휴를 죽이며 효공을 세우고 돌아갔다. 양공은 십삼 년 동안 즉위해 있었고, 환공은 사십이 년 동안 즉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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